"하루 이자만 1억3000만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최 회장이 짊어져야 할 '현금 시계'의 바늘이 가파르게 돌기 시작했다.
14일까지 양측이 재상고하지 않아 9440억원의 재산분할금 판결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매일 약 1억2932만원(연 5%)의 지연손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1조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당장' 현금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유력한 실탄으로 꼽히는 SK실트론 지분은 매각과 정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비유동 자산'이다.
결국 재계의 시선은 최 회장이 실트론 지분을 현금화하기 전 'SK㈜ 주식담보대출'이라는 징검다리(브리지 자금)를 먼저 건너갈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실트론 지분 몸값 9573억원···TRS·세금 빼면 5100억원 시나리오
최 회장의 주머니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재원은 SK실트론 지분 29.39%다.
최근 SK㈜가 보유 지분(70.61%)을 두산에 약 2조3000억원을 받고 넘기기로 하면서 최 회장 지분 가치도 단순 계산상 9573억원으로 평가됐다. 겉보기엔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한 번에 털어낼 수 있는 '치트키'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착시에 가깝다. 최 회장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소수지분인 데다 증권사 TRS(총수익스와프) 정산이라는 걸림돌이 남아있다.
알려진 TRS 원금(약 2536억원)을 털어내면 잔액은 7037억원으로 줄어들고 여기에 양도세 등 세금(27.5% 가정)까지 떼고 나면 최 회장의 손에 쥐어지는 순현금은 51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실트론을 영입 영혼까지 끌어모아 팔아도 당장 4300억원의 구멍이 남는 셈이다.
최태원 1조원 재산분할, 실트론 매각 전 '현금화 시차'가 관건
더 큰 문제는 시간이다.
SK㈜와 두산의 실트론 거래 종결 예정일은 2027년 1월이다. 최 회장 측 지분은 이 거래에 포함되지 않아 별도의 매각 협상과 절차가 필요하다. 판결이 먼저 확정되면 재산분할금 지급 시점과 실트론 지분 매각대금 유입 사이에 자금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SK㈜ 주식담보대출이 실트론 지분 현금화 전까지 필요한 자금을 메우는 브리지 자금으로 거론된다.
최 회장은 SK㈜ 주식 1297만5472주, 지분 17.9%를 보유하고 있다. 8월12일 종가 54만5000원을 적용하면 평가액은 약 7조700억원이다. 보유 주식을 직접 매각하지 않고 담보로 활용하면 시장에 대규모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필요한 현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기존 담보 설정과 차입금, 금융회사의 담보인정비율 등에 따라 실제 조달 가능액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시장에서 거론되는 자금 조달 시나리오는 '보유 현금·금융자산 투입→SK㈜ 주식담보대출→SK실트론 지분 매각·정산→차입금 상환'으로 압축된다. 배당이나 보수 등에서 발생하는 현금도 금융비용을 충당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재상고 여부가 법정 싸움의 마지막 변수라면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는 '9440억원을 어디서, 얼마나 빨리 현금화하느냐'가 최 회장의 새로운 과제가 된다.
단순히 자산 규모가 충분한지가 문제가 아니다. 7조원대 SK㈜ 지분을 지배력 훼손 없이 유지하면서 1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먼저 마련하고 이후 실트론 지분을 현금화해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9440억원이라는 대금을 단기간에 마련해야 하는 만큼 주식담보대출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인다"며 "시장 충격을 줄이고 경영권 리스크를 피하려면 담보대출로 먼저 자금을 마련한 뒤 실트론 지분을 매각해 상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lsy2665@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