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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엔비디아향 지연 자인한 삼성···이대론 HBM4도 위험하다

산업 전기·전자

엔비디아향 지연 자인한 삼성···이대론 HBM4도 위험하다

등록 2024.10.11 16:09

수정 2024.10.11 17:04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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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대비로도 부진 성적"HBM3E 고객사向 지연"전문가 "종합적인 처방 필요"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인공지능(AI)발 훈풍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채 '나홀로 겨울'을 겪고 있는데다 향후 전망마저도 밝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인 HBM3E가 여전히 엔비디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음을 시인하면서 다음 세대인 HBM4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마저 피어오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31일 올해 3분기 확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지난 8일 잠정실적을 공개했다. 잠정실적에 의하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로 보면 매출액은 17.2%, 영업이익은 274.5% 증가했다. 전분기 대비로 보면 매출은 6.7% 증가, 영업이익은 12.8%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시장의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치는 '어닝쇼크'였다. 당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매출 81조3088억원, 영업이익은 11조379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정작 삼성전자는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같은 성적은 다른 반도체 업체들과도 비교된다. 메모리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HBM이라는 날개를 단 덕에 올해 3분기 매출액 18조382억원(전년 대비 98.9% 증가), 영업이익 6조7644억원(흑자전환)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누적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DS부문 영업이익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애초에 상반기까지 이들의 이익격차는 55억원 밖에 나지 않는데다 삼성전자 DS부문이 예상보다도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다.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AI 거품론을 반박하듯 시장 전망치를 넘어선 성적을 거뒀다. TSMC는 올해 3분기 매출액 236억2200만달러(31조86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36.5% 증가한 것이며 시장 전망치(233억3000만달러)도 웃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반도체 한파로 인해 업계 전반이 부진을 겪었지만 이번엔 사실상 삼성전자만이 겨울을 맞이했다. 상황이 이러니 삼성전자는 부진한 성적표에 대해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남기기도 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실적발표 관련 별도 메시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DS부문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은 잠정실적 발표 당일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또한 잠정실적임에도 부진한 성적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통상 실적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은 부문별 세부실적이 공개되는 확정실적에 담긴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장 투자자들의 혼선을 완화하기 위해 이같은 설명을 덧붙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중 눈에 띄는 부분은 DS부문의 실적 부진 배경 중 하나로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向 사업화 지연"을 꼽았다. 고객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사실상 해당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에 대한 HBM3E 납품이 지연되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7월 말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HBM3E의 경우 8단 제품은 지난 분기 초 양산 램프업 준비와 함께 주요 고객사들에 샘플을 제공했으며 현재 고객사 평가를 정상적으로 진행 중으로 3분기 중 양산 공급이 본격화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짐했던 HBM에서도 (삼성전자는) 시장이 원하는 결과를 아직까지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반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던 파운드리는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쯤 되면 이번 실적에 부담이 됐던 비메모리 분야의 일회성 요인이 과연 정말 일회성일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며 "지나간 실적은 지나간 대로라고 하더라도 실적의 불확실성과 관련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고 덧붙였다.

반전을 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AI가 촉발한 반도체 경쟁에서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에 우위를 내어준 채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고 파운드리 부문은 적자 늪조차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 8단 제품을 가장 발빠르게 양산했고 지난달 HBM3E 12단 양산도 성공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이 3분기도 약 1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잠정실적 발표 후 DS부문에 대한 실적 눈높이도 낮췄다. 당초 5~7조원대를 예상했지만 4조원대로 하향 조정했다.

더구나 미국 반도체 기업 AMD가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내놓은 새로운 AI 칩에 대한 수혜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MD는 이날 새로운 AI 칩 'MI325X'을 공개했다. AMD의 최고경영자(CEO) 리사 수는 제품 발표에서 "최신 AI 칩 생산을 위해 현재로서는 대만의 TSMC 외에 다른 칩 제조 업체를 사용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시장에서는 과연 삼성전자가 HBM4에서도 로드맵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HBM4를 내년 하반기 출하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HBM3E조차 아직 엔비디아를 못 뚫고 있는데 HBM4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냐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의 리더십 자리를 되찾으려면 조직 문화부터 운영 방식 등 모든 것을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직 자체가 고령화되고 있는데다 비대해지면서 기민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 CXO연구소가 분석한 2010~2023년 삼성전자의 글로벌 인력 변동 현황을 보면 2015년을 기점으로 20대 직원 수는 가파르게 줄고 40대 이상 직원이 늘었다. 작년에는 40대 이상 직원이 20대 이하 직원 수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엔비디아향 HBM 납품에 삼성전자가 후발주자인 만큼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를 극복하는게 예상보다 더딘 상황"이라며 "이에 현 시점에서는 HBM4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SK하이닉스는 메모리, TSMC는 파운드리에만 집중하지만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스마트폰 등을 많은 영역에서 경쟁해야 하다 보니 역량이 분산된다"며 "조직 자체도 거대 공룡으로 비대해진 데다 나이 많은 직원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역동성, 절실함, 미래에 대한 통찰력 등이 부족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업 재편, 조직 문화 개선 등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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