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쌍용건설, 공사비 증액 두고 법정싸움으로현대건설·한신공영·롯데건설 등도 공사비 갈등법조계에선 물가변동 배제특약 판단 의견 분분
건설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경기 판교 신사옥 시공을 맡은 쌍용건설에 추가 공사비를 지급할 이유가 없음을 인정해달라는 내용의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쌍용건설은 2020년 KT 판교 신사옥 건립 사업을 수주해 967억원 규모 공사비 도급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주요 자재인 철근과 시멘트 가격은 2020년 초에 비해 30%가량 상승했고, 건설 분야 물가지수인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1월 118.30에서 2022년 150으로 높아졌다.
쌍용건설은 KT에 공사비 상승분 171억원 분담을 요구했고, KT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이유로 거부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원재료 인상 등 물가 변동 사항이 생기는 경우 인상분을 반영해 조정해주는 제도를 배제하기로 하는 규정을 말한다.
이후 쌍용건설은 국토교통부에 건설분쟁조정신청서를 제출하며 합의점을 논의했지만 KT가 서울지법에 소를 제기하면서 갈등은 본격적인 법정다툼으로 이어지게 됐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KT가 최근까지도 증액을 검토 중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상생협력 차원에서 쌍용건설과 원만한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물가 변동 배제 특약에 따라 추가 비용 요구에 대한 지급 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받기 위한 소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KT는 판교사옥 건설과정에서 쌍용건설의 요청에 따라 공사비 조기에 지급했고,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45.5억) 및 공기연장(100일) 요청을 수용했으며, 이를 포함한 공사비 정산을 모두 완료했다"면서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그간 논란을 해소하고 명확한 해결을 위해 법적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쌍용건설은 건설산업기본법을 근거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산법 제22조 5항은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5항 1호에 따라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
아울러 현대건설과의 법적 분쟁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대건설은 현재 KT의 광화문 웨스트 사옥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아직 준공 전임에도 현대건설은 지금까지 최초 계약 금액보다 300억원이 추가 투입됐다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KT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법적으로 소송을 벌일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양사가 계약한 공사비는 1800억원이다. 공사를 진행하는 기간 동안 원자잿값, 인건비 등이 치솟았다는 게 현대건설 측 주장이다. KT와 현대건설 간 계약에도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담겨 있다.
이외에도 KT가 발주한 주요 건설 현장에서 공사비 문제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롯데건설은 서울 광진구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발주처인 KT와 갈등을 빚고 있다. KT가 공사비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롯데건설이 요구한 증액분 규모는 1000억원에 달한다.
한신공영은 KT에스테이트와 계약을 맺고 부산 동구 초량 오피스텔을 시공했다가 약 141억원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해 국토부 건설분쟁 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DL건설은 KT클라우드가 발주한 서울 금천구 '가산아이윌 데이터센터' 신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어 추가 공사비 투입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업계에서는 이 현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물가 상승을 인정하지 않는 계약 관행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공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공사비 증액 조정에 나서야 공사 중단이나 지연 등 파국을 막을 수 있다"며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식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에선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두고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다. 국토부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없다면 그 물가변동 배제 특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권해석인만큼 강제성은 없다. 게다가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명백히 시공사와 발주처가 합의하에 계약서에 기재한 사안인만큼 발주처가 물가변동에 따라 계약금액을 증액해야 할 법적 의무 역시 없다.
KT는 이어질 분쟁에 대비해서라도 쌍용건설과의 소송에서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받아낸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선 기존 기조에 따라 특약 유효 판단을 내릴 것이란 의견이 조금 더 우세하다. 그러나 법원이 물가가 크게 오른 점을 감안해 특약 무효 판단을 내릴 것이란 의견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이 향후 KT 공사를 꺼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KT가 데이터센터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기에 아직 눈치를 보는 건설사들도 있다"면서도 "KT 현장마다 공사비 분쟁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누가 공사를 맡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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