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IV·SC: 30분에서 1~2분으로···항암제 판 흔드는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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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SC: 30분에서 1~2분으로···항암제 판 흔드는 '전환'

등록 2026.11.07 07:03

이병현

  기자

정맥주사는 혈관 직행, 피하주사는 조직·림프계 거쳐 서서히 흡수생체이용률 60% 맞춰 투여 용량 재설계···키트루다 SC, 약동학 비열등성 입증알테오젠 효소 결합부터 셀트리온 고농도 제형까지 약물 특성 따라 해법 차별화

사진=AI(챗GPT) 생성사진=AI(챗GPT) 생성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정맥으로 투여하려면 약 30분이 걸리지만, 피하주사 제형인 '키트루다 큐렉스(국내명 키트루다 피하주사)'는 투여 주기에 따라 1~2분이면 주사가 끝난다. 미국 머크(MSD)가 허가받은 두 제품의 투여 용법을 비교한 결과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핵심 유효성분은 '펨브롤리주맙'으로 동일하지만, 약물을 체내에 전달하는 경로와 제형 설계를 바꿔 주입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의 투여 경로를 뜻하는 'IV'와 'SC'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IV는 정맥주사(intravenous), SC는 피하주사(subcutaneous)의 약자로, 약물이 몸속으로 들어가는 해부학적 통로를 구분하는 용어다. IV가 정맥 혈관 내부로 약물을 직접 흘려보낸다면, SC는 진피 아래의 피하조직에 약물을 주입한다.

생체이용률 100%대 60%···투여 경로가 바꾸는 용량 방정식


투여 경로가 달라지면 약물이 혈액에 도달하는 메커니즘도 달라진다. 정맥주사(IV)는 약물이 혈관으로 곧장 들어가기 때문에 별도의 흡수 단계를 거치지 않고 전신 순환계에 합류한다. 약학적으로 IV의 생체이용률(Bioavailability)을 100%로 계산하는 이유다. 반면 피하주사(SC)로 투여된 약물은 피하조직에서 흡수돼 혈관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단일클론항체처럼 분자량이 큰 단백질 의약품은 모세혈관 벽을 직접 통과하기 어려워 림프계를 통해 천천히 전신 순환으로 유입된다. 같은 성분을 동일한 용량으로 투여하더라도 흡수 속도와 최종 도달 비율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미국 처방정보에 명시된 키트루다 큐렉스의 펨브롤리주맙 생체이용률은 약 60%이며, 투여 후 최고 혈중농도(Tmax)에 도달하기까지는 약 4일이 걸린다. 주사 자체는 1~2분 만에 끝나지만, 약물이 피하조직에서 빠져나와 혈액으로 흡수되는 과정은 수일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는 뜻이다. 즉 생체이용률 60%는 투여된 약물이 전신 순환에 최종 도달하는 비율을 뜻한다.

이 같은 흡수율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SC 제형은 초기 투여 용량 자체를 더 높게 설계한다. 성인 대표 용법 기준으로 기존 키트루다 IV는 펨브롤리주맙 200㎎을 3주마다, 혹은 400㎎을 6주마다 투여한다. 키트루다 큐렉스는 3주 간격 요법에 395㎎, 6주 간격 요법에 790㎎의 펨브롤리주맙을 사용한다. 피하 흡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감안해 체내 유효 노출량을 IV와 동등하게 맞추기 위한 계산법이다.

점도 한계 넘는 두 갈래 길···'효소 결합'과 '고농도 제형화'


고용량 항체의약품을 피하로 밀어 넣으려면 까다로운 제형 설계 벽을 넘어야 한다. 피하조직이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주사액 부피는 통상 수 밀리리터(㎖) 이내로 제한된다. 적은 부피 안에 많은 양의 항체를 담으려고 농도를 무작정 높이면 용액의 점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자칫 단백질이 서로 엉겨 붙어 변성되거나 보관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고, 주사기 바늘을 통해 약물을 밀어 넣을 때 강한 압력이 걸려 투여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뒤따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빅파마(대형 제약사)가 채택한 핵심 기술 중 하나가 '히알루로니다제(Hyaluronidase)' 효소다. 피하조직의 세포외기질에는 히알루론산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어 대용량 약물이 퍼져 나가는 것을 가로막는다. 히알루로니다제는 피하의 히알루론산을 국소적·일시적으로 분해해 조직의 투과성을 높이고, 수 ㎖에 달하는 약물이 저항 없이 퍼져 흡수되도록 돕는다. 분해된 히알루론산은 투여 후 24~48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원래 상태로 복구된다.

키트루다 큐렉스에는 국내 바이오기업 알테오젠이 독자 개발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ALT-B4(성분명 베라히알루로니다제 알파)'가 적용됐다. 3주 요법(2.4㎖)에는 4800단위, 6주 요법(4.8㎖)에는 9600단위의 베라히알루로니다제 알파가 펨브롤리주맙과 함께 배합된다. 펨브롤리주맙이 면역관문 수용체인 PD-1을 차단해 면역세포의 항암 작용을 유도한다면, 알테오젠의 효소는 대용량 항체가 피하 장벽을 통과하도록 길을 터주는 전달체 역할을 맡는 셈이다.

물론 모든 SC 의약품이 히알루로니다제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셀트리온이 개발해 미국에 출시한 인플릭시맙 피하주사제 '짐펜트라'는 효소 없이도 1㎖ 안에 항체 120㎎을 담아낸 고농도 액상 제형이다. 1회 투여량이 120㎎(1㎖) 수준이어서 자체 고농도 제형화 기술만으로도 피하 투여가 가능한 부피를 구현했다. 후보물질의 물리화학적 특성과 1회 필요 투여량에 따라 고농도 단독 설계와 효소 결합 플랫폼 중 최적 전략이 갈린다.

임상 3상 핵심은 '약동학(PK) 비열등성'


제형 설계를 마친 뒤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으려면 투여 경로를 바꾸고도 기존 치료제만큼의 체내 약물 노출을 확보했는지 입증해야 한다. 2025년 9월 19일 미국 FDA 승인을 거쳐 올해 10월 국내에도 공식 출시된 키트루다 SC의 허가 근거는 글로벌 임상 3상 'MK-3475A-D77' 연구다. 연구진은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377명을 2대 1 비율로 무작위 배정해,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병용 하에 6주 간격으로 키트루다 SC(790㎎) 또는 IV(400㎎)를 투여했다.

이 임상의 1차 평가지표는 두 가지 약동학(PK) 수치였다. 첫 번째는 첫 투여 후 6주간의 혈중농도-시간곡선하면적(AUC)으로, 초기 일정 기간 동안 신체가 약물에 노출된 총량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반복 투여를 거쳐 정상상태(Steady State)에 도달한 3주기(Cycle 3) 시점의 다음 투여 직전 최저 혈중농도(Ctrough)다. 다음 주사를 맞기 직전까지 약물 농도가 치료 유효선 이상으로 유지되는지를 가늠하는 핵심 잣대다.

임상 결과 SC 투여군은 두 가지 PK 지표 모두에서 기하평균비의 신뢰구간 하한선이 사전 설정된 비열등성 허용 기준(0.8)을 웃돌며 기준을 충족했다. 투여 직후 혈중농도가 치솟았다가 떨어지는 시간대별 곡선 모양은 IV와 다르지만, 치료에 필요한 전체 약물 노출량과 최저 유지 농도가 기존 정맥주사보다 뒤처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키트루다 IV가 축적해 온 방대한 항암 임상 근거를 SC 제형으로 잇는 가교(Bridging)가 완성됐다.

부차적으로 평가한 객관적 반응률(ORR)은 SC군 45%, IV군 42%로 나타났으며,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생존기간(OS)에서도 두 집단 간 뚜렷한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FDA 허가 문건 역시 SC 제형이 IV 대비 약물 노출의 비열등성을 입증한 것이지, 항암 치료 효과 자체가 더 우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제형 변경 임상 데이터를 읽을 때 비열등성 입증 대상이 '체내 약물 노출'인지 '임상적 유효성'인지 정확히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주입 시간 1~2분'의 이면···원내 체류 시간·자가주사 조건 따져봐야


환자와 의료 현장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단연 투여 편의성이다. 키트루다 SC는 3주 용량(2.4㎖)을 약 1분, 6주 용량(4.8㎖)을 약 2분 동안 복부나 허벅지에 주사한다. 말초 정맥이나 케모포트(중심정맥관) 등 별도의 정맥주사 경로를 확보하는 수고를 덜 수 있고, 주사 의자(체어 타임) 점유 시간도 크게 줄어든다. 다만 함께 투여하는 병용 항암화학요법제가 정맥주사제라면 여전히 정맥 라인을 잡아야 한다.

SC 제형이라고 해서 모두 집에서 환자 스스로 주사(자가투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키트루다 SC는 과민반응 및 면역 관련 이상반응 관리 등을 위해 반드시 의료진이 직접 투여하도록 허가됐다. 국내 허가사항에서는 의료진의 판단과 환자 선호도에 따라 기존 IV 제형과 SC 제형을 번갈아 쓰는 교차 투여가 허용되지만, 투여 주체는 여전히 병원 내 의료진이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셀트리온의 짐펜트라는 사전 충전형 펜(오토인젝터)이나 프리필드시린지 형태로 제공돼, 의료진의 교육을 거치면 환자나 보호자가 가정에서 직접 주사할 수 있다.

같은 자가투여 가능 제형이라도 치료 단계별 처방 조건은 꼼꼼히 따져야 한다. 미국 허가사항 기준 짐펜트라는 중등도~중증 성인 활성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 환자가 인플릭시맙 정맥주사(IV)로 0·2·6주 차 총 3회의 유도요법을 마친 뒤, 10주 차부터 2주 간격으로 투여하는 '유지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진단 직후 첫 투여부터 모든 과정을 SC로 시작하는 용법이 아닌 만큼, 적응증과 투여 단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안전성 프로파일 역시 투여 시간과 별개로 관리된다. 키트루다 SC에는 기존 IV 제형과 동일하게 면역 매개 폐렴·대장염·간염 등 중증 면역 관련 이상반응과 과민반응에 대한 주의사항이 그대로 적용되며, 피하 투여에 따른 주사 부위 통증·발적 등 국소 반응이 추가될 수 있다. 주사 시간이 짧아졌다고 해서 전신 약물 부작용 위험까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분기 매출 1조 원 돌파한 키트루다 SC···K-바이오 플랫폼 수익화 결실


빅파마의 SC 제형 전환은 특허 만료(LOE)를 앞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수명 연장 전략이자, 국내 바이오 플랫폼 기업에는 실질적인 캐시카우로 직결되고 있다. 알테오젠은 MSD에 ALT-B4의 기술사용권을 이전하고 상업용 히알루로니다제 원료 공급까지 맡는 구조로 계약을 맺어, 파트너사의 제품 매출이 늘어날수록 단계별 마일스톤과 판매 로열티가 유입되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시장의 제형 전환 속도는 예상보다 가파르다. MSD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실적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키트루다 큐렉스의 글로벌 매출은 8억 3000만 달러(약 1조 1000억 원)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인 올해 2분기(4억 6300만 달러)보다 한 분기 만에 79.3% 급증한 수치로, 출시 1년 만에 전체 키트루다 패밀리 분기 매출(86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약 9.7%까지 끌어올렸다.

향후 제약·바이오 업계의 'IV→SC 전환' 발표를 접할 때는 단순히 단축된 주사 시간만 볼 것이 아니라 ▲생체이용률 차이를 반영한 용량 및 투여 간격 ▲임상에서 검증한 약동학(PK) 비열등성 지표 ▲의료진 투여와 자가주사 구분 및 처방 단계 조건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피하주사 전환의 진정한 경쟁력은 기존 치료제의 유효 노출량과 안전성을 온전히 유지하면서 환자와 의료 현장의 투여 부담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덜어주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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