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쌓이는 조선 일감, 막힌 교섭 접점···생산·납기 우려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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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는 조선 일감, 막힌 교섭 접점···생산·납기 우려 고조

등록 2026.11.06 10:59

수정 2026.11.06 11:00

이승용

  기자

HD현대重 하청노조 36개 요구안···한화오션은 6개 의제만 교섭조선업 수주잔량 3817만CGT···교섭 장기화 땐 생산·납기 부담 가중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조선업계에서 원·하청 교섭이 시작됐지만, 교섭 의제 범위를 둘러싼 접점을 찾기는 난항을 겪고 있다. 조선업 호황으로 수주잔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교섭 장기화가 생산 차질과 선박 납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노동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지난 4일 울산 동구 조선소에서 첫 단체교섭 상견례를 했다. 하청노조가 원청에 처음 교섭을 요구한 2006년 이후 약 20년 만이다. 상견례는 약 20분간 진행됐으며, 노사는 오는 12일 다시 만나 본격적인 교섭을 이어가기로 했다.

교섭은 울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권고를 거쳐 성사됐다. 울산지노위는 지난달 29일 조정회의에서 휴가비·귀향비, 장학제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여, 유해·위험 작업, 폭염 대책, 안전보호구 지급 등 6개 의제를 우선 논의하고, 나머지 의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권고했다.

노조는 우선 의제 6개를 포함해 36개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할 계획이다. 요구안에는 임금 30% 인상,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 지급, 8시간 노동의 1공수 인정, 유급휴일 보장 등이 포함됐다. 노조는 이 요구안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에서도 원청과 하청노조 간 교섭이 진행 중이지만 의제 범위에 대한 의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는 지난달 8일부터 전날까지 한화오션과 다섯 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임금·복지·고용·노조 활동 등을 포함한 36개 요구안을 모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화오션은 작업시설 개선과 산업안전 등 6개 항목만 교섭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앞서 한화오션이 웰리브 노동자의 작업환경과 안전 관련 사항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조리실·세탁실·통근버스 등의 시설 개선은 소유자인 한화오션의 협조나 승인 없이는 하청업체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일 한화오션이 노동위 결정의 집행정지를 신청한 사건에서 이를 기각했다.

한화오션은 노동위가 사용자성을 인정한 안전·작업환경 관련 사항을 중심으로 교섭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노동위 판단이 다른 요구안을 교섭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아니라며 임금과 복지, 고용 등도 논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한 노사 교섭이 장기화되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경우 수주 선박의 건조와 인도 일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잔량은 9월 말 기준 3817만CGT로, 1년 전보다 11.9% 증가했다. 조선업계가 쌓인 일감을 소화하며 선박을 제때 인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하청 교섭이 길어져 작업 중단 등 생산 차질로 이어지면 건조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조선업계 원·하청 교섭에서는 원청과 하청업체의 권한이 생산 현장에서 맞물려 있다는 점이 쟁점이다. 하청업체와의 계약 구조나 작업 체계가 사업장마다 다른 만큼, 각 요구안에 대해 원청과 하청업체가 어떤 권한과 책임을 갖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공정 간 연계성이 높아 특정 공정의 인력 운용에 차질이 생기면 후속 작업과 선박 인도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수주잔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원·하청 교섭의 장기화는 생산 일정 관리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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