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변이 관계없이 적용 목표···PROX1 차단해 망막 재생 유도2029년 임상 1/2a상 추진···내년 150억원 시리즈A 유치 계획
"망막색소변성증은 원인 유전자가 달라도 결국 망막이 퇴행하면서 시력을 잃게 됩니다. 저희의 목표는 그 단계에서 망막을 재생시켜 시력을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강경화 셀리아즈 대표는 최근 뉴스웨이와 만나 망막색소변성증 치료제의 개발 방향을 이같이 설명했다.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각각 교정하거나 보충하는 대신, 손상된 망막의 재생을 유도해 여러 유전자 변이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셀리아즈는 2022년 7월 KAIST에서 분사해 설립된 바이오기업이다. 20여 년간 이어온 망막 발생·퇴행 연구를 바탕으로 망막 재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망막색소변성증 대상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 'CLZ002'는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10월 유럽의약품청(EMA)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지정 절차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 OPIS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
연구의 출발점은 물고기와 포유류의 망막 재생 능력 차이였다. 강 대표는 물고기나 양서류는 망막이 손상되면 망막 내 뮐러아교세포가 역분화해 새로운 망막세포를 만들지만, 포유류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일어나지 않는 데 주목했다.
강 대표는 "역분화를 억제하는 단백질을 찾아 이를 제어하면 인간의 망막도 물고기처럼 재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셀리아즈가 표적으로 삼은 것은 망막 재생을 억제하는 PROX1 단백질이다. 망막 신경세포에서 분비된 PROX1이 뮐러아교세포로 이동하면서 재생을 억제하는데, 중화항체로 이동을 차단해 망막의 재생 능력을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회사는 동물실험에서 PROX1을 억제하는 항체를 만들어 눈에 투여한 뒤 망막 재생을 확인했다. 다만 유전성 망막질환에서는 항체 전달에 한계가 있어 항체 유전자를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에 넣어 전달하는 유전자치료제로 개발을 이어갔다. 눈에 투여하면 망막세포가 항체를 만들어 세포 밖으로 분비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강 대표는 생쥐 실험에서 한 차례 투여 후 시력 회복과 효과 지속을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력이 50~60% 정도 손상된 생쥐에 한 번 투여했을 때 한 달 만에 정상 수준으로 회복했고, 약 15개월간 유지됐다"고 전했다.
셀리아즈가 우선 개발 대상으로 삼은 질환은 망막색소변성증이다. 강 대표에 따르면 이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80개를 넘는다.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보충하는 치료제는 해당 변이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셀리아즈는 원인 유전자와 관계없이 망막 재생을 유도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유전자를 보충하는 치료제는 효과가 있어도 대상 환자 수가 적다는 한계가 있다"며 "원인 유전자를 건드리는 대신 망막 퇴행이라는 공통된 결과에 접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LZ002는 현재 비임상 단계로, 회사는 임상 진입을 위한 생산·독성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GMP 생산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달부터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원숭이를 이용한 GLP 독성시험 등을 추진한다. 2028년 말 FDA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고 2029년 환자 대상 임상 1/2a상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자체 임상을 준비하면서 기술이전 가능성도 함께 검토한다.
이를 위한 후속 투자 유치도 추진한다. 셀리아즈는 지난해 프리A 투자로 35억원을 확보했으며, 내년 초부터 15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조달 자금은 GMP 임상 시료 생산과 GLP 독성시험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희귀의약품 지정을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위한 중요한 마일스톤으로 생각했다"며 "현재 개와 토끼에서도 독성과 효능을 평가하고 있으며, 관련 데이터를 확보해 기업가치를 높이고자 한다"고 전했다.
유전자치료제와 별도로 항체치료제 'CLZ001'도 개발하고 있다. 항체치료제는 습성 황반변성에서 기존 혈관내피성장인자(VEGF) 치료제와 병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혈관을 억제하면서 셀리아즈의 후보물질로 망막 재생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강 대표는 "현재는 망막질환에 인력과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망막색소변성증을 시작으로 황반변성과 녹내장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현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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