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변화·주가 조정에 계획 재조정미국 내 신규 시설 확보 필요성 여전주주환원과 투자 확대 계획 함께 고려
SK하이닉스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추진 검토를 중단한다. 상장 준비 사실이 알려진 지 78일 만이다. 솔리다임의 별도 상장이 SK하이닉스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검토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과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조정을 공식적인 중단 사유로 들었다. 솔리다임의 성장 투자 재원 확보와 주주환원을 함께 추진하려던 구상도 일단 보류됐다.
23일 SK하이닉스는 공시를 통해 해외 종속회사인 솔리다임의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와 IPO 검토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생산능력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솔리다임의 상장 준비 사실이 알려진 지난 8월 5일 이후 78일 만에 추진 계획이 중단됐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하며 출범한 회사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eSSD)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기술 개발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 왔다.
SK하이닉스가 IPO를 검토한 배경에는 솔리다임의 성장 투자와 모회사 주주가치 제고를 함께 달성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면 SK하이닉스의 직접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자본 유치를 통해 시설 투자와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에 필요한 여력을 확보하고, 솔리다임의 성장 잠재력을 시장에서 별도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상장 계획이 알려진 뒤 중복상장과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확산했다.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을 별도로 상장하면 자회사 가치가 모회사 기업가치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이른바 지주회사 할인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SK그룹에서 SK㈜와 SK스퀘어, SK하이닉스 등을 거쳐 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다층적 지배구조 역시 논란의 배경으로 거론됐다.
금융당국도 중복상장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관련 규제 문제를 언급하면서 상장 추진을 둘러싼 부담이 커졌다. 상장 준비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구주 매각 절차도 진행되면서 모회사 주주가치와 기존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조정될지를 둘러싼 관심도 높아졌다.
최근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조정으로 상장 여건이 악화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동종 업계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솔리다임이 상장을 통해 당초 기대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결정이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이나 투자 필요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졌기 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가 직접적인 중단 사유인지는 별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IPO 검토는 중단됐지만 솔리다임의 생산능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려면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확보가 필요한 만큼, SK하이닉스는 향후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 조달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 필요성에 대한 판단에는 변화가 없다며, 성장과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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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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