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식, 이철우 경북지사 국가 지원 발언 비판···"원인자가 책임져야"이전 타당성 용역 명칭·범위 변경 논란···주민단체,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추진
영풍 석포제련소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상북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제련소 이전 책임과 주민·노동자 생계 대책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특히 이전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시작한 경북도의 연구용역이 현 부지 내 시설 재배치와 인근 이전까지 검토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을 두고 '제련소 존치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염 원인자인 영풍의 책임을 정부 재정으로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지난 20일 경상북도 대상 국정감사에서 석포제련소 이전과 관련한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앞서 이 지사는 "도 차원에서 이전 문제를 하기에는 너무 벅차고, 국가 차원에서 해주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엉터리 용역을 통해 기업에 면죄부를 주려고 하는 느낌"이라고 질타했다. 보충 질의에서도 이 지사의 발언을 재차 비판하며 오염 책임을 기업이 아닌 정부에 전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50년 동안 제련업을 해서 막대한 수익을 누린 사기업이 지속적인 오염 발생 문제를 제기받고 공장시설도 노후해 이전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것을 왜 정부가 이전시켜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오염 요인을 발생시킨 업체가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책임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그것은 온데간데없이 공적자금을 투입해 이전 비용 3조원 정도를 다 공적자금으로 하라는 얘기냐. 그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논란의 핵심은 경북도가 추진해온 석포제련소 관련 연구용역의 명칭과 검토 범위가 변경됐다는 점이다. 경북도는 2024년 국정감사에서 제련소 이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뒤 같은 해 11월 이전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석포제련소 이전 타당성 조사 및 종합대책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후 용역명은 '석포제련소 지속 가능한 상생전략 및 대응방안 타당성 검토'로 변경됐다. 검토 대상도 이전 후보지 발굴에서 현 부지 내 시설 재배치와 제련소 인근 이전 방안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용역의 방향 자체가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이 타당한지 검토하는 용역에서 이전하지 않는 것의 타당성을 따지는 용역으로 바뀌었다"며 "비용 대비 편익을 계산하면서 영풍이 제공한 자료를 검증 없이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용역 과정에서 영풍의 회계 관련 제재가 반영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의원은 "영풍이 고의로 회계 누락을 해 분식회계를 한 것에 대해 20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이 내용이 용역에 한 줄도 담겨 있지 않다"며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도 용역 방향이 바뀐 이유를 따져 묻고 제련소 노동자와 인근 주민들의 생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진 의원은 "벌써 2년이나 지난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석포제련소 이전·폐쇄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장기간 이어진 환경법령 위반과 오염토양 정화 지연 등을 고려할 때 기존의 환경개선 조치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석포제련소의 환경법령 위반 및 처분 건수는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109건에 달했다. 영풍은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환경개선에 4310억여원을 투입했다고 보고했지만, 오염토양 정화와 제련잔재물 처리 등 주요 허가조건 2건을 기한 내 이행하지 못했다.
토양정화 과정에서는 오염토 12만5000㎥가 추가로 확인됐다. 지난 7월 말 기준 정화율은 기존 정화명령 대상 물량 대비 53.6%에 그쳤다.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석포제련소에서는 유해 중금속인 카드뮴이 연간 약 8030㎏ 배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는 2021년 11월 제련소에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했으며, 특별단속 과정에서는 무허가 지하수 관정 52곳을 운영한 사실도 적발했다.
제련소 관리·감독 체계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영풍제련소 주변환경오염 및 주민피해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지난 20일 환경부와 경상북도의 석포제련소 관리·감독 실태를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이번 주 중 감사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2022년 석포제련소에 통합환경허가를 내주면서 영풍에 제련잔재물을 지난해 말까지 전량 외부로 반출해 처리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환경부는 2024년 국회에 제련잔재물 처리비용으로 1420억원이 필요하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제련잔재물의 성분분석서와 처리방식, 적치량 등의 공개를 요구하자 환경부는 관련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대위는 폐기물 처리 의무를 부과한 환경부가 관련 자료도 확보하지 않은 채 영풍의 처리 실태를 어떻게 관리·감독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공대위는 경북도의 용역 변경 역시 감사 대상에 포함했다. 감사청구서에 따르면 경북도는 지난해 7월 '석포제련소 이전 타당성 조사 및 종합대책 수립 용역'을 계약했지만, 약 5개월 뒤 용역명을 '석포제련소 지속가능한 상생전략 및 대응방안 타당성 검토 용역'으로 변경했다. 주민들은 이를 제련소 이전 가능성을 검토하는 데서 나아가 현 부지 존치를 전제로 한 대책 마련으로 방향을 튼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석포제련소 문제는 장기간 누적된 환경오염과 기업의 책임, 이전 비용 부담, 지역경제 및 노동자 생계가 맞물린 사안이다. 국정감사에서 용역의 공정성과 정부·지자체의 관리·감독 책임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제련소의 근본적인 처리 방안을 둘러싼 논란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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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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