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지연되는 정화사업행정명령 미이행·소송 이어져폐쇄·이전 등 근본 대책 논의
영풍 석포제련소의 토양오염 범위가 당초 행정당국이 파악했던 규모보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굴착·정화 과정에서 당초 정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오염토가 12만5000㎥가량 추가로 확인된 가운데, 2015년 첫 정화명령이 내려진 지 10년이 넘었지만 전체 정화율은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석포제련소의 이전·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6일 업계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경상북도로부터 제출받은 '석포제련소 토양정화사업 토양정화 이행률' 자료에는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당초 행정명령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오염토가 추가로 확인된 내용이 담겼다.
당초 행정명령이 내려진 석포제련소 전체 정화 대상 토량은 81만5203.7㎥다. 하지만 실제 굴착 및 정화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된 오염토만 약 12만500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동스파이스를 보관하는 장소에서 추가 오염 규모가 컸다. 이곳의 당초 정화 행정명령 대상량은 2만4545㎥였지만, 실제 정화 과정에서 7만4170㎥의 오염토가 추가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정화 대상 물량의 3배를 웃도는 규모다.
정화 작업 자체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누적 정화 실적은 43만7121.5㎥로, 당초 행정명령 물량의 53.6%에 그쳤다.
봉화군으로부터 정화 이행 완료 판정을 받은 곳도 3공장과 사원주택 일부 부지, 하천부지 등 3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구역 가운데 행정명령 물량의 절반 이상을 정화한 곳은 1공장이 유일했다. 2공장의 정화율은 12.0%, 주변 지역은 27.0%에 머물렀다.
석포제련소의 토양 정화 문제는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봉화군은 2015년 4월 최초 정화명령을 내리고 2년 안에 정화 작업을 완료하도록 했다. 그러나 영풍은 정화 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한편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후에도 재명령이 이어졌다.
2021년 내려진 공장 내부 오염토양 정화명령 역시 영풍이 지난해 6월 말까지 이행하지 않아 고발 조치와 재명령을 받은 상태다. 이와 별개로 비소만 검출된 일부 지역에서는 오염 책임을 둘러싼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환경 문제는 토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부가 2020년 실시한 특별점검에서는 석포제련소 부지 내부와 하천변 지하수 조사 지점 108곳 모두에서 카드뮴이 수질 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 당시 무허가 대기배출시설 운영, 무허가 하천수 취수, 폐기물 부적정 보관 등 법령 위반 사항도 적발됐다.
이 의원은 "2015년 내려진 토양정화명령이 10년이 넘도록 완료되지 않았고, 일부 오염에 대해서는 책임조차 다투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사업자의 자율적 개선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이전·재배치를 포함한 책임 있는 근본 조치를 통해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환경오염의 악순환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논란은 최근 법적·회계적 문제로도 확대됐다. 낙동강 상류 환경피해 주민대책위원회와 영풍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 환경부가 국회에 공개한 석포제련소의 향후 토양 정화비용 예상액과 영풍이 2024년 반기보고서에 반영한 충당부채를 비교한 결과 약 956억원의 차이가 발생했다며 영풍과 장형진 영풍 고문 등을 고발했다.
금융당국도 영풍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영풍이 제련소 주변 지역의 오염 토양 및 지하수 정화 의무와 관련해 법적 의무가 명확했음에도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거나 과소계상했다고 판단했다.
조업정지에 따른 영향을 유형자산 손상평가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손상차손을 줄여 계상한 사실도 지적됐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7월 영풍에 204억741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회계 관련 단일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전 대표이사와 담당 임원 등에 대한 과징금과 해임권고, 감사인 지정 3년 등의 제재도 확정됐다. 이 가운데 전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권고 상당의 조치는 회계기준 위반이 '고의'로 판단될 경우 내려지는 수준의 제재로 알려졌다.
환경오염 의혹에 대한 수사도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석포제련소의 낙동강 중금속 오염 의혹과 관련해 장 고문의 환경범죄단속법 및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를 재수사하도록 결정했다. 사건은 기존 수사를 맡았던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이송됐다.
환경피해 주민대책위 측은 검찰이 진행 중인 회계 사건과 경찰의 환경범죄 사건을 연계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화 작업 지연과 추가 오염 확인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석포제련소의 영업중단이나 폐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의원의 석포제련소 이전·폐쇄 관련 질의에 "낙동강 전체 식수원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되면 저희로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는 영업을 중단시키는 일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석포제련소의 통합환경허가 조건과 과징금 수준을 문제 삼으며 "기한 위반이면 그대로 공장을 폐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관리 조건 위반 사유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행정소송을 통해 버티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장관은 "의원님의 취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토양 정화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오염토 추가 확인과 정화 지연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환경오염 의혹, 회계처리 논란, 오너 책임론까지 겹치면서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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