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케이조선 인수전의 진짜 변수··· 9000억원 아닌 '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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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조선 인수전의 진짜 변수··· 9000억원 아닌 'RG'

등록 2026.09.29 15:39

이승용

  기자

스토킹호스 매각 재개···새 주주 RG 지원 주목9000억~1조원 거래 거론···인수금융도 변수수주 호황에도 금융 한도 부족···중형사 발목

사진=태광산업 제공사진=태광산업 제공

한국카본과 태광산업이 중견 조선사 케이조선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면서 선수금환급보증(RG) 신용보강 능력이 거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인수가격이 9000억원~1조원 수준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새 최대주주가 케이조선의 수주 확대에 필요한 RG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케이조선 최대주주인 유암코와 KHI그룹은 한국카본·태광산업 컨소시엄과 스토킹호스 방식의 매각 절차를 협의하고 있다. 스토킹호스는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한 뒤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후 더 높은 가격이나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기존 계약을 맺은 컨소시엄이 케이조선을 인수하게 된다.

매각 대상은 유암코와 KHI가 각각 49.8%씩 보유한 케이조선 지분 99.6%다. 구주 인수와 신주 투자 등을 합친 전체 거래 규모는 9000억원~1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다만 구주 인수대금과 케이조선에 유입될 증자·회사채 자금이 함께 포함될 수 있는 만큼, 실제 인수자의 현금 부담은 거래 구조가 확정돼야 구체화할 전망이다.

이번 인수전은 태광산업의 두 번째 도전이다. 태광산업은 앞서 오성첨단소재·그린하버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입찰에 참여했지만, 거래 구조와 RG 신용보강 문제를 둘러싼 매도자 측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에는 한국카본과 손잡고 재도전에 나선 만큼, 컨소시엄의 자금 조달 구조와 RG 지원 방안이 주요 협상 과제로 꼽힌다.

RG는 조선사가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 금융기관이 발급하는 보증이다. 조선사는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할 때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지만, 금융기관의 RG 발급이 뒷받침돼야 수주 계약을 안정적으로 이행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보증 발급 과정에서 조선사의 재무 상태뿐 아니라 최대주주의 신용도와 추가 자금 지원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RG 한도가 부족하면 선박을 수주하고도 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케이조선 역시 RG 부족으로 수주 계약이 무산된 경험이 있다. 2022년 8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총 10억4000만달러에 수주했지만, 보유한 RG 한도를 소진하면서 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해 계약이 취소됐다. 조선업 특성상 수주 경쟁력과 실적 개선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셈이다. 매각자 측이 인수 후보의 제시 가격과 함께 인수 이후 신용보강 능력을 주요 평가 요소로 들여다보는 배경이다.

중형 조선사들의 RG 조달 여건은 대형 조선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대형 조선 3사의 RG 한도가 560억달러 수준인 반면, 대한조선·케이조선·HJ중공업 등 중형 조선 3사의 한도는 합계 21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선박 수주 호황에도 중형 조선사들이 금융기관의 보증 한도에 막혀 추가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결국 케이조선이 수주 확대를 이어가려면 새 최대주주가 안정적인 자금 지원 능력을 입증하고, 금융기관의 RG 발급 여건을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태광산업의 자금 여력은 이번 컨소시엄의 주요 강점으로 꼽힌다.

태광산업은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성자산 약 1조3000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총계는 약 4조8600억원, 부채비율은 13% 수준이다. 앞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하면서 업황 악화에 대비한 예비운영자금 5600억원을 별도로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보유 현금을 모두 인수대금으로 투입하기보다는 인수금융과 공동 출자, 케이조선 증자 등을 조합하는 방식이 거론되는 이유다. 앞선 인수전에서도 태광산업은 참여자 가운데 자금력이 가장 탄탄한 곳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인수대금 조달과 인수 이후 RG 신용보강은 별개의 과제인 만큼, 자금 여력을 실제 보증 한도 확대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카본의 산업 연관성도 컨소시엄의 또 다른 축이다. 한국카본은 LNG 운반선용 보냉재와 복합소재를 생산하는 조선 기자재 업체로, 조선업에 대한 이해도와 관련 사업 경험을 갖추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4552억원, 영업이익은 915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카본이 조선업 이해도와 경영 역량을 담당하고 태광산업이 자본을 분담하는 구조가 현실화하면, 이전 컨소시엄보다 산업적 연계성과 RG 신용보강 측면에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양사의 구체적인 출자 비율과 인수금융 조건, RG 지원 범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태광산업의 자금력만으로 금융기관의 RG 발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보증 한도는 금융기관의 심사를 거쳐 결정되는 만큼, 인수 이후 누가 최대주주가 되는지와 함께 자금 지원 방식, 보증 책임의 범위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한다. 컨소시엄의 재무적 여력과 산업적 역량을 금융기관이 인정할 수 있는 신용보강 구조로 연결하는 것이 거래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케이조선은 올해 상반기 매출 6835억원, 영업이익 114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에는 51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제품운반선 6척을 추가 수주하는 등 실적과 수주 기반을 회복하고 있다. 조선업황 개선과 신규 수주를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추가 수주를 지속하려면 안정적인 RG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시장에서는 한국카본·태광산업 컨소시엄이 자금력과 산업 연관성을 바탕으로 케이조선의 RG 발급 여건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가 이번 재매각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가격을 둘러싼 협상을 넘어 인수 이후 수주 경쟁력을 뒷받침할 금융 지원 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IB업계 관계자는 "케이조선은 실적과 수주잔고가 회복된 만큼 인수 가격만 놓고 보면 투자 매력이 있다"며 "다만 조선업은 RG가 확보돼야 수주가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새 최대주주의 신용보강 방안이 구체화돼야 거래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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