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인수 6년 만에 '상전벽해'미국 낸드·SSD 사업 솔리다임 중심 재편최대 150억달러 조달···미국 현지 생산도 검토
10조원에 인수한 기업의 몸값이 210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6년 만에 벌어진 변화다. 한때 낸드 불황으로 SK하이닉스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솔리다임이 AI 데이터센터용 SSD를 앞세워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받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은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들을 대상으로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베이크오프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내년 상장을 검토하고 있으며 IPO를 통해 최대 150억달러(약 21조원)를 조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업가치는 최대 1500억달러(약 210조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상장 시점과 공모 규모, 기업가치는 확정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인텔의 낸드플래시와 SSD 사업을 9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 1단계 인수를 마친 뒤 해당 사업을 솔리다임으로 출범시켰다.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낸드 경쟁력을 보강하고 기업용 SSD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였다.
하지만 인수 직후 낸드 업황이 악화됐다. PC와 스마트폰 등 주요 IT 제품 수요가 둔화하면서 낸드 가격이 하락했고 공급 과잉도 이어졌다. 기업용 SSD 역시 데이터센터 투자가 위축되면서 성장 속도가 떨어졌다.
SK하이닉스의 주력인 D램과의 격차도 컸다. AI 열풍으로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D램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됐지만 낸드는 회복이 늦었다. 대규모 인수대금을 투입한 사업에서 실적 개선이 지연되면서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수익성 개선 과정에서 부담 요인으로 남았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AI 데이터센터가 확산하면서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가 저장해야 하는 데이터가 급증했고 서버뿐 아니라 대용량 저장장치에 대한 투자도 확대됐다.
솔리다임은 인텔 시절부터 기업용 SSD 사업을 해온 데다 QLC 기반 제품에 강점을 갖고 있다. QLC는 하나의 메모리 셀에 4비트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다.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는 데이터센터에서 저장 밀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공급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메모리 업체들이 AI 수요가 집중된 HBM과 D램에 생산 역량을 우선 배분하면서 낸드 공급 증가가 제한된 반면 데이터센터의 eSSD 수요는 빠르게 늘었다. 낸드 전체 업황과 별개로 기업용 SSD 시장의 성장성이 부각된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eSSD 상위 5개 업체의 매출은 375억9000만달러로 전 분기보다 103.6% 증가했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eSSD 매출 합계는 86억3000만달러를 넘어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미국 낸드 사업을 솔리다임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낸드 제품·솔루션 법인이 담당하던 낸드플래시·SSD 판매와 연구개발(R&D) 사업을 솔리다임으로 이관했다. 자산과 계약, 권리, 인력 및 관련 부채를 포함한 영업양수도 규모는 15조3695억원이다.
생산 기반을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솔리다임은 중국 다롄에 주요 낸드 생산거점을 두고 있지만 미국 고객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뉴욕주 북부 등을 후보지로 신규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IPO는 이 같은 사업 확대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최대 150억달러의 조달이 성사되면 미국 내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용 SSD 사업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된다. SK하이닉스가 모든 투자 부담을 직접 지지 않고 솔리다임의 성장 자금을 별도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솔리다임이 일부 지분을 매각해 최대 15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경우 미국 내 투자 여력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며 "현재 거론되는 기업가치를 감안하면 일부 지분 출회가 SK하이닉스의 지분가치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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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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