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HBM 쫓는 삼성·SK, 낸드 빈틈 커진다···中 YMTC '24% 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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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쫓는 삼성·SK, 낸드 빈틈 커진다···中 YMTC '24% 증산'

등록 2026.08.31 11:48

수정 2026.08.31 13:12

신지훈

  기자

중국 YMTC, 6배 빠른 낸드 증설공급 경쟁 심화 시 가격 하락 가능성 부각한국 메모리 업체 투자방향 재조정 필요성 대두

YMTC의 낸드플래시. 사진=YMTC 홈페이지YMTC의 낸드플래시. 사진=YMTC 홈페이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D램에 투자를 집중하는 사이 중국 양쯔메모리(YMTC)가 낸드플래시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낸드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증설 속도에서는 YMTC가 앞선다. HBM 중심으로 재편되는 메모리 투자 지형이 낸드 시장의 경쟁 구도까지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YMTC의 낸드 웨이퍼 생산량이 올해 201만장에서 내년 249만6000장으로 48만6000장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증가율은 24.2%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낸드 웨이퍼 생산량은 477만장에서 484만5000장으로 7만5000장(1.6%)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 역시 279만장에서 286만5000장으로 7만5000장(2.7%)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 생산 규모에서는 여전히 한국 업체들이 앞선다. 내년 예상 생산량 기준 삼성전자는 YMTC의 약 1.9배, SK하이닉스는 약 1.1배 수준이다. 그러나 증설 속도에서는 차이가 크다. YMTC의 내년 생산 증가분 48만6000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각각의 증가분보다 6배 이상 많다.

특히 YMTC의 증산을 이끄는 것은 우한 3공장이다. 생산량은 올해 9만장에서 내년 57만5000장으로 6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증가분만 48만5000장으로, 내년 YMTC 전체 생산 증가분의 사실상 전부를 차지한다.

YMTC가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생산능력 확대가 곧바로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낸드 경쟁력은 웨이퍼 투입량뿐 아니라 수율과 제품 성능, 고부가 제품 비중, 고객사 확보 등에 따라 좌우된다.

YMTC의 추격은 이미 출하량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YMTC는 올해 2분기 낸드 시장에서 일본 키옥시아를 제치고 처음으로 출하량 기준 3위에 올랐다. 다만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매출액 기준 순위는 5위에 머물렀다.

결국 YMTC가 생산량 증가를 수율 개선과 고부가 제품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점유율 1위 목표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최근 낸드 가격 회복세가 이어질 경우 수익성 개선을 통해 추가 설비투자에 나설 여력도 커질 수 있다.

자금 조달도 변수다. YMTC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확충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을 통해 투자 재원을 확보할 경우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생산능력 확대가 실제 출하량과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낸드 투자를 멈춘 것은 아니다. 두 회사의 전략은 '투자 중단'보다 '우선순위 조정'에 가깝다. 수익성이 높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HBM에 생산능력과 자본을 우선 배분하면서 낸드는 기존 라인과 차세대 신규 공정을 활용해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평택캠퍼스 P5 일부 클린룸에서 낸드를 생산할 예정이며 관련 라인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순차 가동된다. SK하이닉스도 청주 M17 건설 투자를 확정하고 내년 2월 착공해 2028년 12월 첫 클린룸을 열 계획이다.

문제는 YMTC와의 증설 속도 차이가 장기화될 경우다. 한국 업체들이 낸드 생산능력을 크게 늘리지 않는 사이 YMTC가 생산량을 빠르게 확대하면 실제 출하량과 시장 점유율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 특히 YMTC가 수율과 제품 경쟁력까지 개선할 경우 한국 업체들이 유지해온 생산 규모의 우위도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낸드 가격에도 변수다. YMTC를 비롯한 신규 생산능력이 시장에 빠르게 유입되면 공급 경쟁이 심화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낸드는 D램보다 소비자용 IT 기기 수요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공급 증가와 수요 둔화가 맞물리면 업황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2027년 하반기부터 신규 생산능력 가동과 소비자용 전자제품 수요 부진이 맞물리면서 낸드 수급이 완화되고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AI 산업의 성장은 낸드 시장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학습·추론 과정에서 처리되는 데이터가 늘면서 대용량 저장장치와 기업용 SSD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낸드 시장에서도 단순 생산량보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등 고부가 제품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HBM 투자를 늦추면 AI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지만 낸드 증설을 지나치게 미루면 YMTC에 추격의 시간을 허용하게 된다. 반대로 낸드 투자를 크게 늘리면 HBM에 투입할 자원과 생산능력을 분산해야 한다.

결국 YMTC의 점유율 1위 도전이 실제 시장 판도 변화로 이어질지는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수율과 고부가 제품 경쟁력 확보에 달려 있다. 동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중심의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낸드 시장의 경쟁력 약화를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지도 향후 메모리 산업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이 HBM 선점을 위해 D램에 자원을 집중하는 동안 YMTC가 낸드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한 추격에 나서고 있다"며 "YMTC가 실제 1위에 오르려면 수율과 eSSD 등 고부가 제품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업체들도 HBM 중심의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낸드 시장의 경쟁력과 AI 데이터센터용 SSD 수요를 함께 고려해 투자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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