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모듈은 국내, 가속기는 중국서 생산 대응태국 1800억 투자···고객별 생산거점 확보전자BG 매출 2조 눈앞···AI 소재 성장 가속
두산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동박적층판(CCL)을 앞세워 한국·중국·태국을 잇는 글로벌 생산벨트 구축에 나선다. 올해 들어서만 CCL 생산시설에 1조원을 넘게 투자하며 AI 반도체 후방 소재 시장의 급증하는 수요에 선제 대응하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최근 국내와 중국에 총 9700억원 규모의 CCL 시설 투자를 결정했다. 국내에는 4200억원을 들여 광모듈용 CCL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중국에는 5500억원을 투자해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스위치용 CCL 공장을 신설한다. 투자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지며 해당 생산라인은 2028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앞서 두산은 지난 4월 태국에 약 1800억원을 투자해 CCL 생산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올해 두산의 CCL 관련 투자액은 총 1조1500억원에 달한다. 생산시설을 한국·중국·태국으로 분산해 제품과 고객 특성에 맞춰 대응하는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셈이다.
두산이 CCL 생산거점 확대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급성장이 있다. CCL은 인쇄회로기판(PCB)을 구성하는 핵심 소재로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스위치, 광모듈 등에 쓰이는 고성능 PCB 제작에 활용된다. AI 연산량과 데이터 전송량이 늘면서 고속 신호 손실을 줄이는 하이엔드 CCL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
두산은 AI 반도체 자체가 아니라 AI 인프라를 구성하는 PCB용 소재에서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될수록 고성능 PCB 수요가 늘고, 이에 따라 하이엔드 CCL 수요도 증가하는 후방산업 구조를 겨냥한 것이다.
생산기지별 역할도 구분된다. 국내에서는 품질과 핵심 기술 보호가 중요한 광모듈용 CCL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반면 중국에서는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스위치용 CCL을 생산한다.
중국 생산시설은 생산비 절감뿐 아니라 주요 고객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 대응력을 높이는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중국에는 글로벌 PCB 제조업체들이 포진해 있어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면 주문 변화와 제품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AI용 고성능 PCB 수요가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체제를 갖춰 고객사의 대형 발주에 대응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태국 생산기지도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거점이다. 최근 대만계 PCB 제조업체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태국 등 동남아시아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두산도 주요 고객의 생산기지 변화에 맞춰 현지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과 태국을 각각 아시아 주요 PCB 생산거점으로 활용하면서 고객사의 생산기지 이동에도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생산거점 확대는 두산 전자BG의 사업구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두산 전자BG는 2024년 처음 매출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86% 증가한 약 1조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하이엔드 CCL 수요 확대 등이 전자BG의 성장세를 뒷받침하면서 사업 규모 자체가 커지고 있다.
이번 증설은 현재 수요 대응뿐 아니라 2028년 이후의 시장을 겨냥한 선제 투자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두산은 주요 고객사의 중장기 수요를 바탕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해 향후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장비 시장 성장에 따른 CCL 물량 증가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증설 자체보다 늘어난 생산능력을 얼마나 고부가 제품과 고객 물량으로 채우느냐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더라도 CCL 업체들의 증설이 동시에 진행되면 경쟁이 심화될 수 있어서다. 2028년 이후 두산이 하이엔드 CCL 시장에서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이번 투자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두산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커지면서 고객 발주도 커지는 만큼 한발 앞선 투자로 필요한 물량을 적기에 공급해 중장기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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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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