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텔과 협력해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성사되면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메모리 칩 생산에 나서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인텔과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위한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SK하이닉스가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건설을 추진해온 반도체 생산시설 일부를 임대해 메모리 칩을 생산하는 방안이 유력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인텔, 주요 메모리 고객사인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함께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이번 협력이 실제 성사될 경우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도 상당한 성과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반도체 기업들의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지난 2일 반도체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피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을 경우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정책 방향을 밝혔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은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인건비와 공장 건설비가 높은 데다 소재·부품·장비를 비롯한 반도체 공급망 상당 부분이 아시아에 집중돼 있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길 경우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메모리 생산을 검토할 수 있는 기반은 확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통해 나스닥에 상장했다.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약 40억달러를 투자해 인디애나주에 해당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2029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인디애나 공장은 웨이퍼 단계에서 메모리 칩 자체를 생산하는 팹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국 등에서 생산된 D램을 미국으로 가져와 첨단 패키징 공정을 거쳐 HBM으로 완성하는 시설이다.
따라서 이번에 논의되는 협력이 현실화할 경우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메모리 칩 자체를 생산하는 새로운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인디애나 공장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한국 정부의 반대 가능성이 SK하이닉스와 인텔 간 협상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식통들은 아직 미국에서 생산할 메모리 제품이 D램인지 낸드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첨단 메모리 생산과 관련된 기술은 민감성이 높은 만큼 미국 내 생산이 추진될 경우 한국 정부가 기술 보호 문제 등을 놓고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계획에 대한 질의에 "어떤 결정이든 기업의 재량"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가 핵심 기술'과 관련된 경우 산업기술보호법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아직 구체적인 협력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로이터에 보낸 성명을 통해 메모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 단계에서 구체적 사안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인텔은 로이터의 보도에 대해 '추측'이라고 선을 그으며 구체적인 논평을 거부했다. 다만 오하이오주에 대한 투자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 논의가 실제 생산으로 이어질 경우 SK하이닉스의 미국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현지 고객사와의 공급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 정부의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 요구에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협력 성사 여부는 양사가 생산시설 활용 방식과 투자 규모, 생산 제품 등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을 전망이다. 특히 첨단 메모리 기술의 미국 이전 범위와 국가 핵심기술 보호 문제, 비용 분담 등이 향후 협상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김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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