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세포 공장 대신 환자 몸속으로···인비보 CAR-T, 빅파마 새 격전지

ICT·바이오 제약·바이오 CAR-T, 새로운 기회

세포 공장 대신 환자 몸속으로···인비보 CAR-T, 빅파마 새 격전지

등록 2026.09.11 17:02

이병현

  기자

릴리, 관련 기술 확보에 총 94억달러환자별 제조 부담 줄일 가능성에 주목초기 반응 넘어 독성·지속성 검증 과제

사진=AI(챗GPT) 생성사진=AI(챗GPT) 생성

글로벌 제약사가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의 '제조 장소'를 체외 공장에서 환자 체내로 옮기는 패러다임 전환에 베팅하고 있다. 환자의 면역세포를 채취해 체외에서 엔지니어링하는 기존 자가(Autologous) 방식 대신, 유전정보 전달체를 직접 주사해 몸 안에서 CAR-T를 합성하는 '인비보(in vivo) CAR-T' 기술이다.

일라이릴리가 올해 인수한 오르나 테라퓨틱스와 켈로니아 테라퓨틱스 두 건의 잠재 거래 규모만 합산 최대 94억달러(약 12조5000억원)에 달한다.

빅파마(대형제약사)가 겨냥하는 핵심은 단순한 신약 파이프라인 추가가 아니다. 환자 한 명마다 며칠씩 무균 설비를 돌려야 했던 고비용·장주기 공급망을 완제품 바이알 기반의 대량생산 체제로 개편하려는 전달 플랫폼 확보다. 초기 임상 단계에서 체내 CAR-T 생성과 종양 반응이 잇따라 확인되며 기술적 가능성은 입증됐다. 그러나 체외 배양 과정을 건너뛰는 혁신과 CAR-T 고유의 면역독성을 제어하는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여전히 대상 환자군이 소수이고 추적 관찰 기간이 짧은 만큼, 제조 간소화가 장기 생존과 안전성 개선으로 온전히 치환될지는 냉정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릴리는 왜 서로 다른 두 기술을 사들였나


릴리는 2월 원형 RNA(circRNA) 및 지질나노입자(LNP) 플랫폼을 보유한 오르나를 선급금과 마일스톤 포함 최대 2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4월에는 렌티바이러스 기반 체내 표적 전달 기술을 구축한 켈로니아를 인수했다. 계약 규모는 선급금 32억5000만달러를 포함해 최대 70억달러에 달한다. 릴리의 2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오르나는 5월, 켈로니아는 6월 25일 각각 인수 절차가 마무리됐다.

글로벌 빅파마의 영토 확장은 이미 전방위적이다. 2025년 아스트라제네카의 에소바이오텍 인수를 시작으로 애브비의 캡스턴 테라퓨틱스, 길리어드 카이트의 인터리우스 바이오테라퓨틱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오비탈 테라퓨틱스 인수까지 연이어 성사됐다. 이들 4건에 릴리의 2건을 더하면 공표된 최대 거래 규모만 143억5000만달러에 육박한다.

주목할 대목은 인수 대상 기업의 기술 플랫폼이 다양한 분포를 보인다는 점이다. 켈로니아와 에소바이오텍 등이 구사하는 렌티바이러스 플랫폼은 CAR 유전정보를 T세포 유전체(DNA)에 직접 삽입해 세포 분열 후에도 발현이 영구히 유지되도록 유도한다. 이와 달리 오르나의 원형 RNA나 캡스턴의 메신저 RNA(mRNA) 플랫폼은 LNP를 통해 유전정보를 일시 전달함으로써 유전체 변형 없이 일정 기간만 CAR를 발현시킨다. 체내에서 반영구적으로 작동하는 기술과 특정 시점에 스위치가 꺼지는 기술이 각축을 벌이는 셈이다.

타깃 적응증 역시 궤를 달리한다. 켈로니아의 주력 파이프라인 'KLN-1010'은 다발골수종을 표적하고, 오르나의 'ORN-252'는 B세포 매개 자가면역질환을 겨냥한다. 릴리가 상반된 두 메커니즘을 동시에 품은 배경은 어느 한쪽 전달 방식의 우위를 점쳤다기보다, 영구 발현이 필요한 암종과 일시적 면역 리셋이 요구되는 자가면역질환 각각을 공략하려는 포트폴리오 분산 전략으로 풀이된다.

환자별 맞춤 제조에서 완제품 전달체로···임상 진입 50건


기존 자가 CAR-T는 환자 혈액에서 T세포를 분리한 뒤 유전자 도입과 배양 과정을 거쳐 다시 체내로 주입한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 따르면 채혈부터 투여까지 통상 3~5주가 소요되며, 세포 운송과 공정 지연으로 그사이 질병이 급격히 악화하는 한계가 상존했다.

인비보 CAR-T는 이 체외 가공 병목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다. 유전정보를 탑재한 전달체를 대량으로 사전 생산해 보관해 뒀다가 환자에게 즉시 정맥 주사하면, 체내 T세포가 이를 흡수해 스스로 CAR-T로 전환된다. 환자 맞춤형 세포 배양실이 오프더쉘프(Off-the-shelf, 기성품) 전달체 제조소로 바뀌는 셈이다.

글로벌 파이프라인 팽창도 가파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스 드러그 디스커버리'에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2026년 5월 기준 전 세계 인비보 CAR-T 파이프라인은 임상 단계 50개, 전임상 96개 등 총 146개로 파악됐다. 개발 후보군 중 CD19 단일 표적이 22개, BCMA 단일 표적이 7개로 두 표적이 전체 임상 파이프라인의 58%를 점유한다. 이미 기존 세포치료제 시장에서 효능이 증명된 검증된 표적을 체내형으로 옮겨오는 시도가 주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경쟁의 무게중심은 표적 발굴을 넘어 유전자 전달의 정확도와 오프타깃(비표적) 억제 기술로 이동할 전망이다.

전달체(트로피즘)와 치료 표적(항원)을 명확히 구분하는 설계 능력도 관건이다. 일례로 캡스턴의 'CPTX2309'는 CD8 양성 T세포에 특이적으로 달라붙는 LNP를 운반체로 삼아, 그 안에 CD19를 저격하는 CAR mRNA를 싣는다. 유전정보를 수신해야 하는 타깃은 환자의 T세포이고, 최종 생성된 CAR-T가 공격해야 할 타깃은 CD19를 발현하는 이상 B세포다. LNP가 간(Liver)으로 흡수되는 현상을 최소화하고 원하는 면역세포로 정확히 배달하는 엔지니어링이 플랫폼 경쟁력의 척도로 꼽힌다.

'반응률 100%' 이면의 분모와 추적 관찰 기간


초기 인체 데이터는 체내 CAR-T 발현의 개념 증명을 완수했다. 다만 발표 수치에 명시된 '100% 반응률'은 모수가 되는 환자군과 시점에 따라 해석의 결이 판이하다.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한 켈로니아의 KLN-1010은 유럽혈액학회(EHA) 발표에서 효능 평가가 가능한 환자 18명 전원에게서 반응을 이끌어냈다. 투여 한 달 차에 미세잔존질환(MRD) 측정이 가능했던 14명 전원 역시 골수 검사에서 MRD 음성을 획득했다. 겉보기엔 완벽하지만, 전체 투여군 중 실제 MRD를 추적할 수 있었던 환자는 14명이었으며 반응률 판정 모수는 18명이었다.

MRD 음성은 정밀 검사상 검출 한계 밑으로 암세포가 떨어졌다는 지표일 뿐 영구 관해를 보증하지 않는다. 실제 연구진은 데이터 컷오프 시점에 환자 1명에서 질병 진행(PD)이 관찰됐고, 또 다른 1명은 MRD 음성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양성으로 돌아섰다고 보고했다. 장기 데이터 추적이 필수적인 이유다.

레전드바이오텍의 CD19·CD20 이중표적 후보 'LB2501' 역시 데이터 분모를 들여다봐야 하는 단계다. EHA에서 공개된 B세포 비호지킨림프종 결과에 따르면 고용량 코호트 6명은 전원 반응(객관적 반응률 100%)을 보였고 5명이 완전관해(CR)를 달성했다. 그러나 저용량과 고용량을 합친 전체 투여 환자 12명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전체 반응률은 50%, 완전관해율은 41.7%로 낮아진다.

에소바이오텍의 'ESO-T01'도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을 통해 5명 중 4명 반응, 3명 엄격 완전관해(sCR)라는 데이터를 냈다. 하지만 추적 관찰 중앙값은 6개월에 불과했고, 해당 시험은 2025년 추가 등록 없이 조기 중단됐다. 주된 원인은 에소바이오텍을 인수한 아스트라제네카의 구조조정 때문으로 알려졌지만, 임상 1상(NCT06791681)에 참여한 환자 5명 중 1명이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사설을 작성한 이탈리아 산 라파엘레 병원 연구진은 "향후 축적될 임상 데이터가 이 기술이 '통제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며, 안전한 면역 재프로그래밍'을 유도할 수 있는지 결정할 것"이라며 "만약 성공한다면 이 접근법은 암뿐만 아니라 자가면역질환 등 면역치료의 접근성을 혁신적으로 바꿀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혈액암 넘어 자가면역질환으로


자가면역질환은 인비보 CAR-T 진영이 사활을 거는 또 다른 승부처다. 병변을 일으키는 자가반응성 B세포를 체내에서 완전히 제거해 면역체계를 초기화(Reset)하려는 구상이다. 애브비의 캡스턴과 릴리의 오르나 모두 B세포 자가면역질환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중국 매직RNA는 난치성 전신홍반루푸스(SLE) 환자 5명을 대상으로 한 'HN2301' 연구를 통해 CD8 표적 LNP 기반 CD19 CAR mRNA 기술을 선보였다. 투약 후 말초혈액 내 B세포 고갈이 약 7~10일간 유지됐고 3개월 시점에 임상 활성도 지표가 개선됐다. 이어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는 난치성 신경계 자가면역질환 환자 16명에게 렌티바이러스 기반 CD19 인비보 CAR-T를 주입해 완전 B세포 고갈과 증상 완화를 확인한 연구 서신이 게재됐다.

현재로서는 CAR 발현 지속 기간과 B세포 고갈 기간, 질병의 장기 관해 유지는 별개의 층위다. mRNA나 원형 RNA의 체내 발현이 일시적이라 해서 효능 지속성까지 반드시 짧다고 볼 수는 없으며, 역으로 말초혈액에서 B세포가 사라졌다고 해서 약물 없이 유지되는 장기 관해(Drug-free remission)를 확정할 수도 없다.

향후 일시적 세포 제거 이후 재생된 신생 B세포가 자가항체 공격성을 멈추었는지 확인하는 장기 추적이 숙제로 남는다.

안정성·경제성 입증 시간 필요해


체외 배양 공정이 사라진다고 해서 CAR-T의 기전적 독성까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KLN-1010의 경우 임상 환자 18명 중 16명에게서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이 나타났다. 대다수 1~2등급 경증이었으나, 신경독성(ICANS)의 경우 1등급과 함께 중증인 3등급 사례가 1건씩 보고됐다.

림프구 고갈 화학요법(플루다라빈·시클로포스파미드 등)을 생략한 채 투여한 ESO-T01 임상에서도 환자 5명 중 3명에게서 3등급 고열·염증 등 중증 CRS가 발생했다. 전처치 항암제를 배제해도 활성화된 면역세포 간 상호작용에 따른 전신 염증은 통제 밖 영역으로 남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전체 삽입형 전달체(렌티바이러스)를 쓰는 파이프라인의 경우 지연성 발암 독성 추적도 관건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삽입형 바이러스 벡터 유전자치료제에 대해 최대 15년간의 장기 추적 조사를 권고한다. 전달체가 엉뚱한 줄기세포나 암 억제 유전자에 끼어들어가 2차 악성종양을 유발할 위험성을 걸러내기 위한 안전장치다.

경제성 측면 역시 미지의 영역이다. 빅파마는 제조 단가 절감과 대량생산에 따른 약가 인하 가능성을 강조하지만, 실제 환자 1인당 치료 비용이 얼마나 낮아질지는 불분명하다. 복잡한 표적 나노입자의 완제품 품질관리(QC) 비용, 면역독성에 따른 중환자실 입원비, 일시 발현 플랫폼의 반복 투약 비용까지 합산해야 기존 자가 CAR-T 대비 실질적인 경제성을 비교할 수 있다는 평가다.

재생의료 분야 국제 비영리 옹호 단체인 ARM(Alliance for Regenerative Medicine)이 지난달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CAR-T를 포함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시장은 2025년 101억달러(약 13조5127억원)에서 2031년 573억달러(약 76조6616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ARM은 CGT 치료제의 상업적 성공 조건으로 "지속적인 치료효과와 생산 확장성, 높은 가격을 뒷받침할 명확한 가치"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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