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로라토리움 스스로 해답 찾는 전시관핸즈온 과학 교육, 체험 통한 학습 강조현대차그룹, GBC 핵심으로 국내 건립 추진
미국 샌프란시스코 엠바카데로 15번 부두에 들어서자 일반적인 과학관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전시물을 유리 너머로 바라보는 대신 관람객들이 직접 손을 뻗어 움직이고, 돌리고, 들여다본다. 아이들은 전시물 앞에서 질문을 던지고, 어른들도 직접 조작해 결과를 확인한다. 스스로가 해답을 찾아가는 공간이다.
이곳은 세계적인 체험형 과학관 '익스플로라토리움(Exploratorium)'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에 조성하려는 체험형 과학관의 모델로 삼은 곳이기도 하다.
1969년 물리학자 프랭크 오펜하이머가 설립한 익스플로라토리움은 '핸즈온' 방식의 과학 전시를 처음 선보인 곳으로 알려졌다. 과학을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지고 실험하면서 원리를 이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 이곳에는 과학뿐 아니라 예술과 기후변화, 사회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650여개의 전시물이 마련돼 있다. 전시물 상당수는 자체적으로 개발·제작하며, 매년 약 10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세계적인 과학 교육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전시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익스플로라토리움은 새로운 전시물의 시제품을 시험하는 별도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전시물을 만들고 끝내는 대신, 실제 관람객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한 뒤 다시 개선한다. 과학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인 셈이다.
이런 운영 방식은 현대차그룹이 익스플로라토리움과 손잡은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익스플로라토리움과 국내 체험형 과학관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032년 개관을 목표로 하는 이 과학관은 현대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를 대표하는 전시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단순히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모빌리티와 로봇,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과 관련된 과학을 방문객이 직접 경험하고 탐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경험'이 핵심이다.
익스플로라토리움의 전시 철학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정답을 먼저 알려주는 대신 관람객이 직접 움직여보고 결과를 확인하게 한다. 무엇이 일어나는지 스스로 궁금해하고,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다시 시도하게 만든다. 호기심 자체를 과학 학습의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 같은 방식으로 국내 과학관을 구성할 계획이다. 과학자와 교육자,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시 기획과 연구에 참여하고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과학관을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과학 교육과 커뮤니티가 결합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과학관을 짓기 전에 실제 관람객의 목소리를 먼저 듣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10월부터 11월까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체험형 팝업 전시 '해브 펀 위드 사이언스'를 열 예정이다. 관람객이 기초 과학 원리를 바탕으로 직접 만들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물로 구성하고,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반응을 향후 과학관 조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익스플로라토리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화려한 기술 자체가 아니었다. 관람객이 전시물 앞에서 멈춰 서서 "왜 이럴까"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였다. 현대차그룹이 국내에 만들려는 과학관도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미래 기술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직접 만지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스스로 원리를 발견하는 공간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 과학관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이끌 인재에게 필요한 요소는 이미 정해진 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만이 아니라, 아직 답이 없는 문제에 먼저 질문을 던지는 호기심과 직접 해결책을 찾아가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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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권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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