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필리조선소 다음은 오스탈···한화, 美 군함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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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조선소 다음은 오스탈···한화, 美 군함시장 정조준

등록 2026.08.12 13:30

이건우

  기자

핵잠수함 모듈 협력 등 미국 내 입지 강화생산시설·숙련 인력·실적 일괄 확보 목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 사진=연합뉴스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 사진=연합뉴스

한화가 최대 12억달러를 들여 미국 함정 사업의 '현지화'에 속도를 낸다. 이미 인수한 필리조선소에 이어 오스탈USA까지 확보해 미국 현지 조선소와 숙련 인력은 물론 미 해군·해안경비대 납품 실적과 방산 공급망까지 단번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오스탈USA의 일부 함정 계약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이번 인수가 미국 방산 공급망 진입을 위한 적정한 '입장료'인지, 저수익 계약까지 비싸게 떠안는 거래인지는 실사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디펜스USA는 오스탈USA 인수를 위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제안을 제출했다. 인수 금액은 최대 12억달러, 한화 약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새롭게 공개된 정보를 포함해 오스탈USA의 사업과 재무 현황을 확인하는 실사를 거래의 전제로 두고 있다.

이번 거래의 핵심은 미국 조선소 한 곳을 추가하는 데 있지 않다. 한화가 오스탈USA를 인수하면 미국 현지 생산시설과 인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오스탈USA가 수십 년간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를 상대로 쌓은 함정 건조 실적과 공급망을 가져올 수 있다. 한국에서 미국 함정시장 진입을 새로 준비하는 것보다 이미 미국 정부 사업을 수행해 온 업체를 인수하는 편이 시장 진입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스탈USA는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을 거점으로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 함정을 건조해왔다. 연안전투함(LCS)과 원정고속수송함(EPF)을 비롯해 해양감시함과 예인·구난함 등 다양한 함정 사업에 참여했다. 조선소와 도크뿐 아니라 미국 정부를 고객으로 확보한 사업 조직과 협력업체 네트워크까지 함께 사들일 수 있다는 점이 한화가 오스탈USA를 주목하는 이유다.

한화가 2024년 인수한 필리조선소와의 차이도 분명하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상선 건조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반면 오스탈USA는 이미 미 해군·해안경비대 함정을 건조하며 미국 방산 시장에서 사업 실적을 쌓았다. 필리조선소가 미국 조선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생산 거점이라면 오스탈USA는 미국 정부와 군을 대상으로 한 함정 사업 기반에 더 가깝다. 한화가 두 조선소를 확보할 경우 미국 내에서 상선과 함정, 블록 및 각종 선박 생산을 사업별로 나눠 활용할 수 있는 기반도 넓어질 수 있다.

오스탈USA가 보유한 또 하나의 자산은 미 핵잠수함 공급망이다. 오스탈USA는 제너럴다이내믹스 일렉트릭보트와 협력해 미 해군 버지니아급 공격원잠과 컬럼비아급 전략원잠에 들어가는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잠수함 전체를 건조하는 조선소는 아니지만 미국 핵잠수함 생산체계에 참여하고 있는 공급업체라는 의미가 있다.

미국이 버지니아급과 컬럼비아급 핵잠수함을 동시에 건조하면서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오스탈USA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완성 잠수함을 건조하는 조선소뿐 아니라 선체와 모듈, 기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의 생산능력까지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오스탈USA 인수를 한화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역량 확보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잠수함 모듈 제작과 잠수함 전체의 설계·건조, 원자로와 추진체계 기술은 별개의 영역이다. 이번 인수의 의미는 핵잠수함 기술 자체를 확보하는 데 있다기보다 이미 미국 잠수함 산업 공급망에 들어가 있는 사업자와 생산 기반을 확보해 향후 관련 사업 참여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데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오스탈USA는 최근 일부 함정 계약에서 손실이 발생하면서 미국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탈은 이를 반영해 2026회계연도 그룹 기준 조정이자·세전이익(EBIT)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한화가 오스탈USA를 인수하면 생산시설과 인력, 미 해군 고객 기반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기존 수주 물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위험과 향후 생산성 개선을 위한 투자 부담도 함께 떠안을 수 있다. 최대 12억달러의 인수가격이 단순한 자산가치뿐 아니라 미국 방산 공급망에 진입하는 시간과 기회를 반영한 것이라면 거래의 전략적 의미가 커지지만, 기존 저수익 계약과 추가 투자 부담까지 고려하면 가격이 지나치게 높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필리조선소가 미국 조선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였다면 오스탈USA 인수는 미국 함정·방산 분야로 사업 기반을 넓히는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며 "미국의 조선·함정산업 재건 과정에서 한화가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으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거래의 성패는 오스탈USA가 가진 미국 방산 공급망의 가치가 기존 계약 손실과 추가 투자 부담을 얼마나 상쇄하느냐에 달렸다. 한화가 최대 12억달러를 지불하고 사들이는 것은 조선소 하나가 아니라 미국 함정시장에 진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여주는 '현지 사업 기반'인 셈이다. 실사에서 드러날 오스탈USA의 수익성과 잠재 손실이 인수가격의 적정성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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