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일제히 예상 밖의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불과 한 달 전 "연내 3회 금리 인상"이라는 매파적 예측을 내놓았으나 물가 지표가 둔화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PI·PPI 동반 둔화의 원인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 하락하며 시장 예상치(-0.1%)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 폭이다. 6월 생산자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0.3% 하락하며 예상치(0.0%)를 하회했다.
이번 물가 둔화의 원인은 에너지 가격 하락이다. 소비자물가지수 항목 중 가솔린 가격이 전월 대비 9.7% 급락했고, 생산자물가지수에서도 가솔린이 12.0% 하락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의 일시적인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통행이 재개되면서 국제 유가가 일시적으로 안정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치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커녕,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시장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왜 '연내 3회 금리 인상'을 외쳤나?
지난 6월 말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준이 9월, 10월, 12월에 걸쳐 연내 총 3회(75bp)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과 정반대의 충격적인 매파적 전망을 내놓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당시 이러한 예측을 한 의도는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신임 연준 의장 케빈 워시의 매파적 성향을 확인했다. 연준 지휘봉을 잡은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의 취임 첫 연설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는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매파적이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여기서 연준의 통화정책 반응 함수가 인플레이션 리스크 관리에 극도로 민감하게 변했다고 판단했다. 즉, 공급 충격 관리를 위해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연준의 의지를 읽었던 것이다.
둘째, 미국 실물 경제와 고용 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탄탄했다. 당시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가 연율 2.8%에 달한 데다, 소매판매 지표 역시 상향 조정되며 견조한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고용 시장 또한 좀처럼 식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연준이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오히려 끈질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는 충분한 체력을 갖춘 셈"이라고 분석했다.
셋째, 물가가 예상만큼 쉽게 잡히지 않고 다시 오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의 5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3.5%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를 이끌었던 핵심 축인 주거비 하락 효과가 점차 감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 압력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연준이 추가 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향후 전망과 금리인상 확률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금리 인상 전망은 당시 견고한 경제 지표를 기반으로 한 예측이었다. 하지만 경제 데이터는 매 순간 달라진다. 6월의 물가 둔화는 연준에게 인상보다는 '동결'이나 '인하'를 고민할 시간적 여유를 줬다. 향후 시장은 연준 위원들의 입보다는 실제 발표되는 물가와 고용 수치에 따라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시장 예상을 밑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달 말 금리 인상 확률이 열흘도 안 돼 10%대로 낮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28~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확률은 16일 현재 11.2%(동결 88.8%)에 그쳤다. 국제 유가 반등과 연준 인사의 매파적 발언으로 금리 인상 확률이 지난 13일 46.5%까지 뛰었던 것과 비교하면 사흘 만에 크게 꺾인 것이다. 이는 6월 CPI와 PPI가 예상치를 밑돈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오는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확률은 48.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접은 게 아니라 시점을 9월로 늦춰 잡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뉴스웨이 이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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