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유통협회 민원에 '사건번호' 없이 종결 결정약사업계, 대웅제약 유통 정책 관련 긍정 평가 이어져 유통협회, 서울대병원 앞 시위 지속하면서도 대화 가능성 시사
대웅제약의 '블록형 거점 도매' 정책에 대해 '생존권 투쟁'을 벌여온 한국의약품유통협회(이하 유통협회)가 중대 국면을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협회 측이 제기한 민원을 정식 사건번호조차 부여하지 않은 채 종결 처리하면서 투쟁 명분을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통협회는 공정위가 민원을 종결처리 했지만 대웅제약을 향한 투쟁은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에선 더이상 '제약사vs유통사' 대립 구도를 지속하기보다는 양측이 협력해 의약품 물류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환자의 건강과 의약품 접근성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유통협회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민원을 정식 사건번호도 부여하지 않은 채 종결 처리했다. 사건번호 미부여 종결은 공정위 내부 규정상 '심사 불개시'보다 낮은 단계의 조치로, 민원인에게 종결 사유를 의무적으로 통보하지 않는 사안이다.
공정위는 개별 민원의 구체적인 종결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웅제약의 블록형 거점 도매 정책이 공정거래법상 위반 혐의가 없고, 제약사의 고유 영업 재량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 결정으로 유통협회가 그간 주장해온 '갑질'과 '부당한 거래 거절' 프레임은 행정·법적 명분을 상실한 셈이 됐다. 반면 대웅제약은 법적 리스크를 털고 물류 효율화의 명분을 확보한 모습이다. 업계의 여론 지형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그간 '중소 도매상 생존권 투쟁'에서 논쟁이 일었다면 이젠 '물류 효율화'라는 산업적 담론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장의 반응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3월 대웅제약이 '블록형 거점 도매'를 도입한 이후 고객인 약사들 사이에선 신규 프로그램에 대한 혼란이 존재했지만 4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간 의약품 유통과정에서 제기됐던 고질적인 문제들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국내 의약품 유통의 경우 열악한 유통사들이 난립해 재고 관리 문제나 정산 지연, 약국 반품 지연 및 책임 소재 불분명 등의 문제가 존재했다. 게다가 의약품 품질이나 이력 추적 어려움, 품절 이슈 등 환자의 건강권에 직결된 문제도 적지 않았다.
약사 전문 커뮤니티 등에선 "배송 동선이 실시간으로 확인돼 편리하다", "복잡했던 반품 프로세스가 이전보다 수월해졌다" 등의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처럼 약국과 환자 중심의 편익이 확인됨에 따라 의약품 유통 시장의 물류 전산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의견에 중지가 모이고 있다.
고객인 약사의 편의와 환자의 건강권을 위해 물류센터 중심의 대규모 자동화, 실시간 배송 추적, 데이터 기반 반품·재고 관리 시스템을 갖춘 유통 구조가 표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중소 도매상들이다. 빅데이터와 전산화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영세 도매업체들의 도미노식 구조조정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단순히 대웅제약의 정책 문제가 아닌, 의약품 유통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 압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제약업계에선 공정위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의약품 유통업에 뛰어들기보다는 의약품 유통 선진화 자체가 필요하다는 대전제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의약품 유통 시장을 제약사와 유통사의 대립 구도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사와 유통사가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력해 물류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이 환자의 건강과 의약품 접근성 제고라는 공동의 목표로 이어져야 한다는 제언이다.
유통협회 역시 개별 기업을 상대로 한 '투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물류 플랫폼 연대'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편 유통협회는 대웅제약을 상대로 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유통협회는 대웅제약의 유통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대웅제약 본사와 이지메디컴 앞에서 집회를 열었고, 대웅제약 본사와 국회,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서울대학교병원 정문 앞에서도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대웅제약과 완전히 단절한 것은 아니다. 지난달부터 거론돼 온 대웅제약과의 대화 채널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준재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공정위 결정으로 투쟁이 끝나는 건 아니다. 이지메디컴 관련 건 등 다른 사안들도 남아 있어 투쟁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면서도 "대웅제약과의 대화의 장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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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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