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박호영 의약품유통협회장 "대웅제약 거점도매 정책, 상생의 대승적 결단 필요"

ICT·바이오 제약·바이오 인터뷰

박호영 의약품유통협회장 "대웅제약 거점도매 정책, 상생의 대승적 결단 필요"

등록 2026.06.10 14:41

임주희

  기자

본사 앞 집회와 국회·청와대 시위 까지···의약품유통협회, 이례적 총공세"일방적 통보로 도도매 계급화···유통업계 자존감 건드린 내정 간섭" 비판박 회장 "항복 아닌 상생 원해···정책 원복 후 1~2년 투명한 소통 필요"

박호영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회장이 지난 4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삼성동 사옥 앞에서 대웅제약의 '거점도매'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박호영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회장이 지난 4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삼성동 사옥 앞에서 대웅제약의 '거점도매'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올해부터 시행된 대웅제약의 '블록형 거점도매' 정책과 관련해 대웅제약과 의약품유통협회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대웅제약과 이지메디컴 본사 앞 집회는 물론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단행하는 등 이례적으로 장기 투쟁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국공립병원 입찰 구조 문제를 제기, 대한약사회와 병원 도매업계까지 가세하며 대웅그룹에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최전선에서 의약품유통사들의 결집을 이끌고 있는 박호영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회장은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 거래 방식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수십 년간 이어온 의약품 유통 생태계의 정통성과 가치를 부정당한 것"이라며 "우리 생존권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웅제약은 호미를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 상생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다음은 박호영 회장과의 일문일답.

▲대웅제약의 '블록형 거점 도매' 정책에 의약품유통업계가 반발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핵심은 '일방적인 통보'와 '유통 구조의 계급화(차별)'다. 대웅제약은 충분한 준비와 절차를 지켰다고 할지 몰라도 현장의 유통사엔 일방적인 통보였다.

어느 날 갑자기 특정 지역 거래처를 다른 거점 도매를 통해 공급받으라는 얘기다. 기존에 대웅제약과 직접 거래하던 종합 도매회사들이 졸지에 특정 거점 도매업체 밑에서 약을 사와야 하는 '도도매'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유통업계가 가장 자존감을 상해하는 '차별'이자 통행세를 내고 영업하라는 내정 간섭과 다름 없다. 이로 인해 대형 종합 도매들조차 배제됐고 유통업계 전반에 심각한 자괴감과 병목현상을 유발하고 있다.

▲대한약사회와 병원도매업체들도 대웅제약의 '블록형 거점도매' 정책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는데, 현장의 불편은 어느 정도인가?
=제약, 유통, 약사·의사는 의약품 공급망을 지탱하는 삼각 구도다. 대웅제약은 원활한 공급(TMS)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수십년간 신뢰를 쌓아온 기존 유통사를 두고 원치 않는 특정 몰(더샵)이나 거점 도매와의 신규 거래를 강요받고 있다.

약의 선택권은 엄연히 약사에게 있음에도 주권을 침해당하니 기분이 언짢을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젊은 약사 중심의 약준모부터 대한약사회까지 일제히 정책 철회 성명서를 내며 우리 유통업계의 손을 들어주겠는가. 대웅제약 측도 현장의 불평·불만이 이 정도로 폭발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명백한 정책적 시행착오다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투쟁 수위를 높였는데, 향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
=이번 투쟁은 단순히 대웅제약 한 곳만을 겨냥한 게 아니다. 여기서 무너지면 제2, 제3의 대웅제약 같은 갑질 정책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이다. 우리의 업권(유통권)을 지키기 위해 부산, 대구, 광주, 제주 등 전국적으로 1인 시위를 전개해 왔으며, 최근에는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 유통업계의 생존권이 걸린 호소문을 전달해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 국공립병원인 서울대병원 등 공공기관 입찰 과정에서 특정 플랫폼(이지메디컴)이 과도한 수수료를 수취하는 구조적 의혹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문제를 제기했다. 필요하다면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엄중히 다뤄지도록 이슈화할 생각이다. 지치지 않고 끝까지 갈 준비가 돼 있다.

▲최근 대웅제약과 대화 가능성이 거론됐는데, 협회가 원하는 협상안은 무엇인가?
=결코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하려는 게 아니다.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통해 대웅제약 책임자(사장급 이상)와의 만남을 타진했고 일정을 조율 중이다.

다만 실무진 수준의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된다면 만남의 의미가 없다. 최종 결정권을 쥔 오너나 사장단이 직접 나와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대웅제약의 '항복'이 아니라, '대승적 차원의 정책 원복과 충분한 상생의 시간'이다.

거점 정책이 장기적인 마케팅 방향일지라도 현 체제는 너무 성급했다. 당장 정책을 철회하고, 향후 1~2년 동안 유통업계 및 약사회와 투명하게 소통하며 준비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승자도 패자도 없는 진정한 상생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유통업계 회원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국에 마스크를 신속하게 공급하며 K-방역의 최전선을 지킨 것은 바로 우리 의약품 유통업계다. 우리는 단순한 '배달·배송 사업자'가 아니라, 국민 보건 향상의 한 축을 담당하는 당당한 주체다. 우리 스스로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

대웅제약은 유통업계를 적이 아닌 파트너로 바라봐야 한다. 90% 이상의 회원사들이 단일대오로 결집해 회장에게 단호한 의지를 주문하고 있는 만큼, 유통 생태계의 다양성을 지키고 당당한 주권을 수호할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