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지난 3월 블록형 거점 도매 정책 시행유통협회, 규탄 집회·1인 시위·공정위 신고로 압박 평행선 달리는 양측···내년 입찰 시기가 분수령
대웅제약이 지난 3월부터 '블록형 거점 도매' 정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한국의약품유통협회(이하 유통협회)가 철회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역별로 유통을 집중하는 효율화와 배송과정의 투명화를 이뤄내기 위함이라는 입장이지만 유통협회는 거대 제약사의 '생존권 침해'라며 맞불을 놨다.
유통협회는 대웅제약의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웅제약 본사 앞 시위는 물론 앞으로도 전방위로 압박을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대웅제약은 정책 철회는 없으며, 절차나 의도에도 문제가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에서 정한 의약품유통업체 기준을 적용했고 정책 시행에 앞서 3개월 간 안내 및 입찰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의약품 유통업계에선 유통협회가 시행된 정책을 두고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명분'을 앞에 둔 주도권 싸움이라고 분석한다. 당초 대웅제약이 유통협회와 협의 후 관련 정책을 내놨다면 업계에서 수용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다만 그 절차를 밟았다면 대웅제약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통 시스템을 개선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업계에선 인정하는 부분이다.
약사 위해 서비스 품질 개선 나선 대웅제약···일방적 통보에 분노한 유통협회
대웅제약이 블록형 거점도매를 추진한 이유는 '서비스 품질 개선'이다. 약사들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서비스 저하로 약국 운영상의 불편과 부담을 겪어왔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고 약사가 환자에게 조제와 복약지도를 제공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일례로 토요일에 약을 주문하면 약국에 배송기사가 거칠게 의약품을 배송, 이로 인해 약사들의 감정소모는 물론 위협을 느끼는 사례들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해당 민원을 확인한 제약사가 유통업체에 개선을 요구했지만 배송기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여성 약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런 사례를 지나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가 공개한 '2025년도 대한약사회 회원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6개 시·도지부를 통해 회원 신고를 마친 약사는 총 3만9225명으로 성별로는 여성 회원이 60%(2만4027명)에 달했다.
이와 함께 의약품 품질 이슈, 배송 서비스 문제, 반품 이슈, 끼워팔기와 대형 약국 중심 공급 등으로 인한 품절 대응 불균형 등도 문제가 됐다. 대웅제약 측은 수요보다 더 많은 약을 제조해도 약국에선 약을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 투명한 의약품 유통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웅제약은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유통 파트너사에 물량을 공급, 약국에 배송하는 유통 시스템인 블록형 거점도매를 도입했다.
선정된 유통사는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의약품 배송 전용 배송 관리 시스템(TMS)과 AI기반 품절방지 시스템(AI DCM)을 통해 이전보다 빠르고 잦게 의약품을 받아볼 수 있다.
10개 권역에 선정된 유통사는 ▲사업 이해도 및 추진일정의 합리성 ▲KGSP운영체계 기준 준수 ▲조직 세부 업무분장 계획 및 CS전담 인력운영 ▲권역별 커버리지 계획, 비상 및 안전 관련 관리방안 ▲IT 및 DCM 시스템 운영 ▲특화된 서비스 및 아이디어 제안 ▲신규 비즈니스 제안 ▲기업 현황 및 재무 건전성 ▲통합수행 역량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
대웅제약은 입찰 시작 전 유통협회와 유통사에 이를 알렸고 약 3개월간 사전 홍보, 홈페이지 게시, 제안요청서 배포 및 질의응답, 제안서 접수, 평가 등의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협회는 대웅제약과 거래했던 기존 유통사들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라는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박호영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은 지난달 대웅제약 본사 앞에서 진행된 '대웅제약 거점도매 규탄 집회'에서 "대웅제약이 말하는 거점 도매는 특정 업체에만 특혜를 주고 대다수 유통업체를 고사시키는 명백한 갑질"이라고 꼬집었다. 현준재 한국의약품유통협회 부회장은 "30년 동안 거래하던 업체들에게 일방적으로 2월말 일괄 계약해지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그간 대웅제약을 위해 유통사로 해왔던 노력들을 전부 무시한 절차"라고 비난했다.
또한 이번 갈등은 과거 한미약품 온라인팜 사태와 달리 유통 생태계 자체를 흔드는 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경우 기존 도매 거래를 유지하면서 온라인몰을 추가로 열었다면 대웅제약은 기존 거래처를 통째로 끊고 새 체계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라며 "대웅제약이 무슨 권한으로 유통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하는지 의문이다. 제약사는 제조의 임무를 맡은 것이고 유통은 유통사의 임무"라고 말했다.
공정위 신고 준비 중인 유통협회···'입찰'로 공정성 확보했다는 대웅제약
유통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웅제약 신고를 추진 중이다. 박호영 회장은 "당초 12일에 신고할 예정이었으나 피해사례를 추가로 정리해 추후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신고와 함께 오는 19일엔 이지메디컴 본사 앞에서 또 한 차례 대웅제약 규탄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박 회장은 "올 연말까지 압박 수위를 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협회는 대웅제약이 특정 도매업체에 물량과 유통 권한을 집중하는 구조가 공정거래법상 '거래거절' 또는 '차별적 취급'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대웅제약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약품을 납품하는 곳이 물건을 받아야 하는 유통사에 '갑질'을 한다는 것이다.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 위반 소지도 제기할 예정이다.
이에 대웅제약은 공개 입찰 단계에선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되려 입찰을 하지 않았다면 더 문제가 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외국계 제약사의 경우 설명회를 연 후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라며 "수수료 부분도 언급되는데, 현재 수수료는 건드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유통협회가 보건복지부가 아닌 공정위와 정치권의 문을 두드리는 것에 대해 의아함을 제기한다. 이는 현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기관이 아닌 정무적으로 해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미 정부는 의약품 유통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상황이다. 202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약품 유통 선진화를 위한 유통체계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의약품 유통구조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의약품은 지속적으로 약가가 인하되고 보건 의료 환경이 변하는 만큼 유통 비용감소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의약품 유통산업 구조 재편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회' 고수하는 유통협회···이미 손실 대웅제약
유통협회는 대웅제약이 블록형 거점도매 정책 철회를 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엔 대한약사회도 참여한 상황이다. 약사회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대웅제약의 블록형 거점도매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해당 정책으로 전국 약국 현장에서 의약품 수급 차질과 유통 혼란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이번 정책으로 인해 상당수 약국이 의약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정책 변경에 대해 사전 통보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무런 준비와 협의 없이 전국 약국의 공급망을 일방적으로 교란하는 무책임한 조치"라며 "대웅제약이 운영하는 플랫폼울 이용하는 과정에서 약국들은 기존과 다른 주문·결제 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을 겪고 있으며 반품 절차 역시 이전보다 복잡해졌다는 현장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웅제약이 운영하는 플랫폼 가입을 사실상 강제하고 선결제·1일1배송 등 기존 거래 도매보다 불리한 거래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약국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지위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웅제약은 블록형 거점도매 정책 시행 이후 품절이 발생한 사례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은 "이전에도 제약사 중 품절이 거의 없는 기업"이라며 "약을 구할 수 없다고 해 확인해보면 어딘가에 약이 잠겨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정부에서도 사재기를 하지 말라고 하는 상황"이라며 "제약사 입장에선 우리가 만든 약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은거고 그렇기에 이같은 체제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영업사원들이 적극적으로 현장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웅제약 측은 "해당 시스템을 준비하는데 2년이 걸렸는데 시작점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였다"며 "해당 시스템을 이용한 약사들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곧 시행, 6월에 워크숍을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고객 만족도 뿐 아니라 약국 매출에 얼만큼 도움이 되었는지도 산출할 예정이다.
더불어 도도매도 막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선정된 유통사의 권역외 판매도 가능하며 도도매도 가능하다. 거기까지 제약사가 제한할 수 없다"며 "다만 의약품 품질 및 배달 서비스 등은 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도도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후 입찰에서 감점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1분기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대웅제약이 '철회'를 결정할 가능성은 낮다. 대웅제약은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222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2.6% 감소한 수치다. 증권가에선 대웅제약의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이유에 대해 유통 채널 효율화 작업을 꼽았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통 채널 재편으로 주요 의약품들의 도매상 재고를 줄였고 대웅제약이 납품하는 물량이 줄어 제약 본업에서의 아쉬운 모습이 시현됐다"며 "이에 따른 영향은 4~5월까지 이어지고, 6월부터 정상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석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2분기부터 유통 채널 효율화 이후 확정된 유통 채널 위주의 재고 확보 수요로 인해 1분기 판매하지 못했던 부분을 만회할 수 있을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웅제약이 공급망 관리(SCM)를 고수하는 것은 약가 인하와 마진 축소 상황에서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정책으로 대웅제약은 유통 데이터를 직접 통제하고 이를 활용해 데이터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균열 발생한 유통협회···내년 입찰 시기가 '분수령'
유통협회가 우려하는 또 다른 요인은 대웅제약이 아닌 다른 제약사들의 참여다. 다른 제약사들까지 의약품 유통에 뛰어든다면 유통사들의 설 자리는 더 좁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까진 다른 제약사의 합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의 매출을 보완해주는 업무를 했던게 유통사"라며 "때문에 다른 제약사들이 대웅제약 정책에 동조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 시스템에선 제약사가 다수의 도매상을 일일이 관리할 필요성이 없어 의약품 유통 관리 상의 이점이 존재한다"며 "거점도매는 관리의 어려움이 존재하기에 예의주시하는 정도"라고 말을 아꼈다.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려던 협회의 동력도 약해지고 있다. 공동 대응을 선언했지만 일부 회원사가 대웅제약 블록형 거점 도매 입찰에 참여하면서 균열이 생긴 상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협회가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으나 일부 업체들이 입찰에 응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입찰에 응한 회사 각각의 입장이 있겠지만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내년 입찰 시기가 도래하면 또 한번 유통협회 내에서 분열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각 회사의 경영 상황에 따라 대웅제약 블록형 거점 도매에 입찰할 업체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현재는 체제가 정착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내년 입찰 시기가 되면 지금과 같은 논리가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오는 6월 거점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시상식과 우수 사례를 선정하는 행사를 열 예정이다. 선정된 파트너사들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블록형 거점도매 체계를 기정사실화하는 수순이다.
대웅제약과 유통협회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일각에선 제약사와 유통사를 갑과 을로 나눌 수 없는 문제라며 상호보완하는 관계라는 점을 인지하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봤다. '생존'을 앞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명분' 싸움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정책 도입 전 유통협회와 협의를 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며 "정책을 철회하고 다시 테이블에 앉아 관련 정책에 대해 재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손실을 감수하며 새로운 유통 체계를 구축한 대웅제약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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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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