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국내도 해외도 '황금공식' 사라졌다···'경험'과 싸우는 면세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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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 해외도 '황금공식' 사라졌다···'경험'과 싸우는 면세업계

등록 2026.07.02 14:42

양미정

  기자

공항비용 부담·명품 가격 격차 축소로 경쟁력 하락Avolta 등 글로벌 기업, 복합 리테일 공간 투자 확대업계, 체험형 콘텐츠·K푸드·디지털 서비스로 전략 강화

폐점한 DFS 와이키키. 사진=트립어드바이저폐점한 DFS 와이키키. 사진=트립어드바이저

국내외 면세업계가 올해 1분기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 일제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의 성과다. 그러나 업계 현장의 위기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제선 여객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여행객 증가가 곧 매출 폭발'로 이어지던 과거의 황금 공식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어서다. 면세업계는 글로벌 여행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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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국내외 면세업계가 올해 1분기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

여행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매출은 과거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 지속

업계는 글로벌 여행 산업 패러다임 변화가 원인이라고 분석

숫자 읽기

국제선 여객은 2023년 6831만9000명, 2024년 8892만6600명, 지난해 9454만8000명으로 매년 1500만명 이상 증가

면세점 총매출은 2019년 24조9000억원에서 2023년 13조7000억원, 2024년 14조2000억원, 지난해 12조5000억원으로 하락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매출은 2024년 2조6325억원, 2025년 2조9200억원

맥락 읽기

여행 트렌드가 중국인 보따리상에서 개별관광객 중심으로 이동

외국인 객단가가 수천만원에서 20만~50만원으로 급감

경험소비 확산으로 면세점·백화점 결제는 줄고, 편의점·식음료·뷰티 분야 결제는 폭증

면세점만의 가격 경쟁력 약화, 도심 직영 매장이나 온라인 공식 매장이 더 저렴한 경우도 발생

주목해야 할 것

글로벌 면세 기업들은 수익성 낮은 사업 정리 및 포트폴리오 재편 가속

국내 면세점도 공항 면세점 일부 철수, 체험형 콘텐츠와 디지털 서비스 강화 전략으로 전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체류시간과 구매 전환율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 중

향후 전망

공항 면세점은 고환율, 소비 위축, 높은 고정비 부담 등으로 경영 환경 악화 전망

면세업계는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우선 경영 기조 유지

개별관광객 확보, 체험형 콘텐츠, 디지털 서비스 강화에 집중할 계획

1일 면세업계 따르면 국제선 여객 증가가 면세점 실적과 비례하지 않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을 보면 국제선 여객은 2023년 6831만9000명에서 2024년 8892만6600명, 지난해에는 9454만 8000명까지 매년 1500만 명 이상 급증했다.

반면 한국면세점협회 기준 면세점 총매출은 2019년 24조9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13조 7000억원, 2024년 14조2000억원, 지난해 12조5000억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객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지만 매출 회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면세점들은 지난해부터 구조조정과 사업재편 통해 올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 매출은 예년 수준에 도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세점 업계가 고전하는 배경에는 여행 트렌드의 중심축이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에서 개별관광객(FIT)으로 이동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다이궁 전성기 시절 외국인 객단가(1인당 평균 구매액)는 수천만 원에 달했으나 개별관광 중심으로 재편된 이후부터는 20만~50만 원 선으로 급감했다.

여기에는 이른바 '경험소비' 구조 변화가 한몫 했다. 한국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 중국인들의 결제 방식에서 상황을 잘 읽을 수 있다. 알리페이코리아(알리페이플러스) 결제 집계를 보면 면세점과 백화점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데 반해 로드샵, 편의점, 식음료, 뷰티 분야는 결제 건수가 폭증했다. 결제건수 비중으로 보면 편의점(32%)은 면세점(17%)을 두 배 가량 앞섰다. 결제액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면세점(39%) 비중이 높았지만 피부과 등 뷰티 클리닉(21%)이 전년동기보다 90% 이상 급증했다. 또 외식 지출도 50% 증가세를 보였다. 쇼핑할 돈으로 먹고 즐기고 치료 받는 데 쓰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정비 부담이 큰 공항면세점 매출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조사한 면세점 매출은 2024년 2조6325억원, 2025년에는 2조9200억원이다. 이 기간 방한 외국인이 1636만명에서 1893만명을 늘었고 내국인 출국자가 2872만명에서 2955만명으로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공항 면세점 특유의 사업 구조도 발목을 잡았다. 공항 면세사업자는 임대료와 공항시설 사용료 등 막대한 운영비를 부담해야 하는 반면 시내 상권이나 브랜드 직영 매장은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가격 정책 표준화로 면세점만의 가격 매력도 사라졌고, 일부 품목은 도심 직영 매장이나 온라인 공식 매장이 더 저렴할 정도다.

이 같은 변화에 글로벌 면세 기업들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 정리와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LVMH 산하 여행 리테일 기업 DFS는 미국 하와이에서 60여 년간 운영해온 면세사업 철수를 결정한 데 이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T 폰다코 데이 테데스키 운영을 종료하기로 했다. 홍콩·마카오 여행 리테일 사업도 중국면세그룹(CTG Duty Free)에 매각하며 핵심 사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면세점 일부 구역에서 철수하는 등 수익성 중심의 사업 효율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여행 리테일 기업인 아볼타(Avolta)가 쇼핑 중심이던 공항 공간을 식음(F&B)과 체험형 콘텐츠, 디지털 서비스를 결합한 복합 리테일 공간으로 전환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국내 업체들도 할인 경쟁 대신 체험과 콘텐츠를 앞세운 전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명동본점과 월드타워점을 중심으로 K팝과 문화 콘텐츠를 접목한 체험형 공간을 확대하고 있으며 신세계면세점은 K푸드와 전통문화 콘텐츠를 강화해 개별관광객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멤버십과 디지털 서비스를 확대하며 고객 기반을 넓히고 있고, 현대면세점도 K뷰티 체험 콘텐츠를 강화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가격 경쟁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체류시간과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업계는 당분간 공항 면세점의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환율과 소비 위축, 높은 고정비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반면 국제 관광 수요는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면세업계는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개별관광객 확보와 체험형 콘텐츠, 디지털 서비스 강화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고환율과 소비 패턴 변화로 과거와 같은 성장 공식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며 "앞으로는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사업 구조와 차별화된 콘텐츠, 개별관광객 중심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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