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론 한계인 '관계형 금융'···현장 사라지자 기업여신도 단절효율화에 밀린 지방 경제···'금융 인프라' 살릴 정책 보완 시급
시중은행들이 인공지능 전환(AX)과 모바일 뱅킹 고도화를 앞세워 '점포 다이어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대면 채널 확대로 금융 편의성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화려한 디지털 혁신의 이면에서 지역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금융 소외에 직면하고 있다. 개인 고객과 달리 기업금융은 현장 실사와 업주의 경영 의지 등 '데이터 외적인 변수'가 핵심인데 물리적 점포가 사라지면서 지역 경제의 핏줄인 자금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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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인공지능 전환과 모바일 뱅킹 고도화를 추진하며 점포 감축에 속도
비대면 채널 확대로 금융 편의성은 높아졌으나, 지역 중소기업 금융 소외 문제 대두
2012년 하반기 은행 점포 7702개에서 지난해 하반기 5513개로 약 28% 감소
대구(-28.2%), 서울(-27.3%), 대전(-24.5%), 부산(-21.7%) 등 감소세 두드러짐
금융 사각지대 시군구 72곳 중 96%가 비수도권에 집중
은행 점포 1개 증가 시 신생기업 약 29개 늘고 소멸기업 약 33개 감소
점포 수와 신생기업 수는 정방향, 소멸기업 수는 역방향으로 움직임
지역 소상공인·중소기업 여신은 현장 실사 등 관계형 금융이 필수
점포 폐쇄로 정성적 데이터 확보 어려워져 자금 공급망 흔들림
은행권은 편의점 제휴점포, 우체국 창구 공유 등 대체수단 확대하지만 실효성 제한
기업대출 확대를 외치면서도 지역 점포는 효율화 명목으로 빠르게 축소
산업연구원은 비대면 금융 확산에도 물리적 점포의 영향력 여전하다고 평가
산업연구원 "지역균형발전 차원의 보완정책 시급"
은행권 "거점 점포 통합 등 전략적 접근, 관계형 금융 공백 최소화 노력"
14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지역경제에서 금융의 생산적 역할 - 은행 점포 변화와 기업 생멸 동학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 점포 축소는 단순한 금융 인프라 감소를 넘어 지역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161개 시군구의 은행 점포 변화와 기업 생태계의 인과 효과를 추적한 결과 한 시군구 내 은행 점포가 1개 늘어날 때 해당 연도에 신생기업은 약 29개 늘어나고 소멸기업은 약 33개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점포 수가 신생 기업 수와는 정방향으로, 소멸기업 수와는 역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특히 비수도권의 점포 감소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의 은행 점포 수는 2012년 하반기 7702개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하반기 5513개로 약 28% 급감했다. 이 기간 시도별 점포 감소율을 살펴보면 대구광역시(-28.2%)가 가장 높았고 서울특별시(-27.3%), 대전광역시(-24.5%), 부산광역시(-21.7%) 순이었다.
감소세가 가파른 상위 4곳 중 3곳이 비수도권 광역시였다. 도(道) 단위 산하 지역의 감소율은 -7∼-15%로 비교적 완만했지만 전체 점포가 5개 이하인 '금융 사각지대' 시군구 72곳 중 96%가 비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체감되는 타격은 훨씬 크다. 반면 세종특별자치시(+2.4%)와 전북특별자치도(+10.4%) 등 두 곳 만이 17개 시도 중 점포 수가 늘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최근 은행권의 핵심 전략인 'AX'가 가진 역설을 보여준다. 개인의 신용대출이나 예적금 업무는 고도화된 신용평가모델(CSS)과 모바일 앱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여신은 이른바 '관계형 금융(Relationship Banking)'이 필수적이다. 공장의 실제 가동률, 원자재 재고 상태, 지역 상권의 특수성 등은 재무제표나 AI 알고리즘만으로는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 은행의 기업여신 담당자(RM)가 발로 뛰며 파악해야 할 '정성적 데이터'들이 현장 거점인 점포 폐쇄와 함께 증발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들은 점포 폐쇄에 따른 비판을 의식해 편의점 제휴 점포나 우체국 창구 공유 등 대체 수단을 늘리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지는 모습이다. 현재 운영되는 대체 점포 대부분은 단순 입출금이나 개인 고객의 가벼운 상담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규제에 대응해 너나할 것 없이 기업금융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역 점포 축소는 전략적 모순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본점에서는 기업대출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신규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밀착 지원할 지방 지점들은 '효율화'라는 명목하에 빠르게 지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비대면 금융이 확산하더라도 물리적 점포가 지역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지역균형발전 차원의 보완정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은행권은 점포 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무조건적인 축소가 아닌 전략적 접근을 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역 점포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해당 지역의 거점 점포로 통합하는 등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통·폐합으로 공백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을 거점 점포를 통해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관계형 금융'을 채우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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