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7월 시범운영" 공식화···금융 사각지대 해소지방 점포 통폐합의 대안으로 부상···우체국은 대면 창구실제 대출 심사는 시중은행···"은행법 개정 마중물 돼야"
오는 7월부터 전국 거점 우체국에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은행 대리업' 시범운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그동안 금융권 안팎에서 논의만 무성했던 사안이 대통령의 결단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은행권의 가파른 영업점 축소로 불거진 고령층과 지방 거주자의 '금융 소외' 현상을 해소할 마중물이 될지, 아니면 불완전판매의 새로운 불씨가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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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전국 거점 우체국에서 4대 시중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은행 대리업' 시범운영이 시작된다
대통령의 공식화로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금융 소외 해소와 불완전판매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시중은행의 디지털 전환과 비용 효율화로 오프라인 영업점이 빠르게 축소됐다
은행 점포수는 2018년 말 6794개에서 지난해 9월 말 5523개로 감소했다
지방과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악화됐다
은행 대리업은 우체국 등에서 시중은행의 주요 업무를 위탁 처리하는 제도다
우체국은 대출 상품 안내와 서류 접수만 담당한다
대출 심사, 승인, 자금 집행 등 핵심 업무는 은행 본점이 직접 처리한다
시범운영은 전국 모든 우체국이 아닌 20여 개 거점 총괄우체국에서 우선 전개된다
대출 상품은 개인신용대출과 정책서민금융상품 위주로 구성된다
전산망 연동, 보안 시스템 구축 등 실무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전문성 부족과 책임 소재가 핵심 쟁점이다
시중은행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취급 한도를 보수적으로 잡을 수 있다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은행법 개정 등 국회 논의가 필수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부터 우체국에서 4대 시중은행의 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은 "7월에는 우체국에서 4대 은행 대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시범운영을 개시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번 조치는 갈수록 심화하는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 악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전환(DT)과 비용 효율화를 이유로 오프라인 영업점을 빠르게 축소해 왔다.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 은행 점포수는 2018년 말 6794개에서 지난해 9월 말 5523개 수준까지 감소했다. 특히 수도권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방과 비수도권 지역에서 점포 폐쇄가 집중되면서 비대면·온라인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단순한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서도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왔다.
정부가 꺼내든 대안인 '은행 대리업'은 은행 점포가 없는 지역의 거주민들이 전국적인 망을 갖춘 우체국 등을 통해 시중은행의 주요 업무를 대신 볼 수 있도록 위탁하는 제도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해 법적 제약 없이 시범 운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시범운영은 전국 모든 우체국이 아닌,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20여 개 총괄우체국을 중심으로 우선 전개될 예정이다. 취급하는 대출 상품 역시 구조가 복잡한 기업 여신이나 주택담보대출보다는, 비교적 규격화된 개인신용대출과 정책서민금융상품 위주로 구성된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역할 분담'이다. 우체국 직원이 직접 고객의 신용을 평가하고 대출 심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우체국은 대출 상품을 안내하고 관련 서류를 접수하는 '대면 창구' 역할만 수행하며 부실 리스크와 직결된 대출 심사와 승인, 자금 집행 등 핵심 여신 업무는 4대 시중은행 본점이 직접 맡아 처리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 시범운영이 안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허들이 적지 않다. 앞서 우체국의 은행 대리업 진출은 수년 전부터 추진되어 왔으나, 금융사고 책임 소재 등의 이견으로 번번이 시행이 미뤄지며 제자리걸음을 반복해 왔다.
가장 큰 쟁점은 '전문성'과 '책임 소재'다. 대출 업무는 고도의 전문성과 까다로운 설명 의무가 요구되는 영역이다. 여신 비전문가인 우체국 창구 직원이 4개 시중은행의 각기 다른 대출 상품 조건을 완벽히 이해하고 고객에게 꼼꼼히 비교·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칙적으로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은 상품의 주체인 '은행'에 귀속된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초기 대출 취급 한도를 보수적으로 잡거나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할 여지가 다분하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실무적 과제는 '전산망 연동'이다. 우정사업본부의 자체 전산망과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시중은행의 내부 망을 안전하게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출 상담 과정에서 고객의 민감한 신용 정보와 금융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오가야 하므로, 망 연계 과정에서의 데이터 유실이나 해킹을 막기 위한 철저한 보안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결국 이번 시범운영의 성패는 도입 취지대로 실제 고령층과 지방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얼마나 실효성 있게 높일 수 있느냐에 달렸다. 단순히 창구만 늘리는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친다면 우본과 시중은행 모두에게 불필요한 비용과 리스크만 전가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회의 문턱도 넘어야 한다. 현재 추진되는 은행 대리업은 금융위의 혁신금융서비스 특례를 통한 '임시 허용' 상태에 불과하다. 1사 전속주의를 완화하고 제도가 일회성 시범운영에 그치지 않고 완전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금융사고 발생 시의 책임 배분과 제재 권한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은행법 개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의 시범운영은 규제 특례를 통한 '임시방편' 성격이 짙어 제도가 완전히 안착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며 "우체국 대리업이 향후 금융 사각지대를 메우려면 은행법 개정을 통해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고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 배분을 명확히 법제화하는 과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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