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업무지시·묵인 인정 어려워"···원고 측 "감시·감독 의무 판단 빠져"반복된 환경법 위반 속 내부통제 책임 쟁점 부상···"항소심서 바로잡을 것"
경제개혁연대와 영풍 소액주주들이 영풍 석포제련소의 낙동강 카드뮴 유출 등 환경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경제개혁연대 등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환경법령 위반 행위가 장기간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심각하다"며 "영풍에 부과된 과징금 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돌려놓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024년 11월 영풍이 환경부로부터 약 2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실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원고 측은 장 고문과 영풍 임원들이 이사의 의무를 위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영풍의 전 대표이사 2인이 유해물질 유출을 지시하거나 묵인했다고 보기 어렵고, 적절한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외면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장 고문의 경우 사건 당시 이사로 등재돼 있지 않았고, 석포제련소 운영이나 카드뮴 유출과 관련한 구체적인 업무 지시나 집행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상법상 업무집행지시자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 측은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는 형사재판의 판단 기준을 손해배상소송인 민사재판에 그대로 적용한 결과라고 반발했다. 특히 소송 과정에서 원고 측이 형사사건 기록 열람을 여러 차례 청구했음에도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증거 대부분이 회사 측에 있고, 형사재판의 구체적인 사실관계 역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고 측에 과도한 입증 책임을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형사소송과 별개로 진행된 행정소송에서는 이미 과징금 처분의 적법성이 인정된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2월 영풍이 환경부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2019년 4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석포제련소에서 카드뮴이 낙동강으로 유출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약 280억원의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또 원고 측은 석포제련소의 유해물질 유출이 최근까지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조업 중단 등이 이어지며 주주와 지역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비용을 들여 시설을 개량한 것만으로는 이사들이 감시·감독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의 손해 발생과 이사의 감시의무 위반 여부를 따지는 민사 절차인 만큼, 내부통제시스템의 실효성에 초점을 맞춰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고 측은 최근 법원이 이사의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및 감시의무를 강화하는 취지의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2021년 담합 사건 판결에서 대표이사가 합리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지속적·조직적인 위법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 자체로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 위반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이 단순한 환경사고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시각도 나온다. 기업 이사회가 장기간 반복된 환경 리스크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감시·감독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지를 가늠할 사건이라는 평가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1심 재판부는 영풍 경영진의 환경범죄 형사사건 무죄 논리를 사실상 그대로 인용해 피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는 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운영에 대한 이사의 감시·감독 의무를 강화하는 최근 법원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개혁연대와 영풍 소액주주들은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의 문제점을 바로잡고, 영풍에 발생한 과징금 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회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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