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건설·식품업계 '3중고'···원료·물류 상승 직격탄

유통 유통일반 1500원·100달러 쇼크

건설·식품업계 '3중고'···원료·물류 상승 직격탄

등록 2026.04.01 05:52

권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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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범

  기자

곡물값·포장재·물류비 연쇄 부담공사비·금리 인상에 사업성 악화해외 신시장 확대·비용절감 사활

편집자주
이란발 중동전쟁 여파가 한국 경제를 덮쳤다. 마지노선인 '환율 1500원·유가 100달러'가 현실이 되면서 한국 경제 체력에 가해지는 충격도 가시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산업 현장이 타격을 입었다. 호황을 기대했던 수출 산업은 눈앞에 '물류비 폭탄'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원가 급등에 식품과 건설업계는 사업 지속조차 불투명하다.

금융 시장의 공포도 확산 중이다. 외인 이탈로 증시 하단이 뚫렸고 금융권은 조달 비용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 압박에 직면했다.

<뉴스웨이>는 실물 경제 7개 핵심 분야를 긴급 진단했다. 전쟁이 부른 위기의 실체를 직시하고 기업들의 생존 사투를 들여다봤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시작됐다. 이제 '버티는 것'이 곧 전략이다.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식품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밀·옥수수 등 곡물과 식용유 등 원재료는 물론 포장재도 환율과 유가 상승 변동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용 증가도 예상된다. 제품 공급 계약, 운임 계약 등의 방어 수단 덕에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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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식품·건설업계 모두 원재료, 물류, 환율, 유가 상승 영향 직격탄

전쟁 장기화로 실적 악화 불가피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쳐 업계 전반 부담 가중

숫자 읽기

과거 환율·유가 동반 상승 시 건설사 원가율 90%대까지 상승

2022년 러-우 전쟁 때 철근 가격 6개월 새 70만원→120만원 급등

시멘트 가격 20~30% 인상, 건설사 원가율 2~5%p 상승

자세히 읽기

식품업계는 물가 안정 기조로 가격 인상 어려움

주요 식품기업, 가격 인하 또는 동결 발표

비용 절감·해외시장 공략 등 각자도생 전략 추진 중

맥락 읽기

건설업계는 원자재·운송비 상승에 분양가 인상 한계

PF 금리 인상, 주택 거래 감소, 분양 침체 우려

도시정비사업 수익성 악화, 시공사 입찰 전략 변화 가능성

향후 전망

전쟁 지속 시 환율·유가 고공행진 이어질 가능성 높음

금리 인하 지연 또는 추가 인상 우려

업계 실적 재악화, 보수적 경영·사업 선별 기조 강화 예상

더 심각한 문제는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사들과 롯데웰푸드, 오리온, 빙그레, 해태제과, SPC삼립, CJ푸드빌 등 식품업체, 그리고 CJ제일제당, 대상, 동원F&B, 사조대림, 삼양사 등 종합 식품·원재료 업체 등 다수 식품 기업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물가 안정 기조가 동참을 선언하며 가격 인하 또는 동결을 발표했다.

실제로 전쟁 전 식품기업들은 일부 라면·제과·유제품 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5~10% 수준 인하를 공식화 했다.

현재 식품 기업들은 각자 도생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물류 거점 최적화와 적재방식 개선, 창고비 절감, 생산고정비 혁신 등을 통한 비용절감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또 해외시장 공략 강화 전략을 세우는 중이다. 다수 기업이 최근 주주총회에서 공통적으로 해외시장 확대, 프리미엄 제품 강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을 주요 전략으로 제시했다.

한 대형 식품기업 관계자는 "내수 시장은 가격 규제와 소비 둔화로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며 "해외는 단가가 내수 시장보다 높고 환율 변화에도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면도 있기 때문에 수출 확대가 수익성 확보와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건설사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공사 원가 상승이다. 국내 현장에 투입되는 유류와 철강재, 시멘트 등 주원료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 철광석과 철강재, 유연탄 등의 수입 단가가 오르고, 유가 상승은 해상 운임은 물론, 국내 운송비를 동시에 끌어올린다. 여기에 건설 장비에 들어가는 연료비까지 상승하면 기책정된 비용 구조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사례를 보면 이 같은 '환율·유가 동반 상승' 국면은 건설업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까지 치솟았고,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맞물리면서 주요 건설사들의 평균 원가율은 80%대 초반에서 중후반을 넘어 90%대까지 상승했다. 이후 2010년대 초까지 주택경기 침체와 실적 부진이 장기화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요 건설사 전자공시를 종합하면, 당시 철근 가격은 전쟁 발발전 톤당 70만원 수준에서 약 6개월 뒤 120만원 대로 급등했고, 시멘트 가격 역시 20~30% 인상됐다. 이 여파로 주요 상장 건설사들의 원가율은 평균 2~5%포인트(p) 상승했고, 원가율이 100%에 육박하기도 했다. 결국 적자전환 기업이 속출하는 등 업계 실적은 2년 이상 침체 늪에 빠졌다.

이번 미국-이란 간 전쟁이 속히 종결되지 않는다면 상황은 과거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 에너지와 해상 물류의 중심인 중동 위기가 이어지면, 환율과 자재비, 물류비 고공행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환율 급등과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주요인이 되는 만큼, 당분간 금리 인하가 지연되거나 오히려 추가 인상 카드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는 물론 시중 대출 금리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은 가계 부담을 늘려 주택 거래량 감소와 분양침체를 키울 수 있다.

이는 최근 원가율 정상화로 반짝 개선된 업계 실적이 다시 하락 전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업계 분위기를 이끄는 서울·수도권 도시정비사업 발주와 수주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시정비사업 성패의 핵심이 '분양을 통한 수익 보전'인 만큼, 소위 노른자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조차 시공사들의 사업성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 공사비가 10% 넘게 뛸 가능성이 높지만, 주변 아파트 시세와 대출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조합원 분담금과 분양가를 마냥 높일 수 없다. 결국 도정사업의 수익 구조 자체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몇 년간 건설사들이 수주 확대보다 사업별 선별 기조를 보여온 가운데 공사비 상승과 분양 회수 리스크, PF 금리 상승분 등을 따져 '출혈 경쟁이 없는 돈 되는 사업장'에만 입찰을 고민하는 모순된 전략을 견지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반면 재건축·재개발 조합 등 발주처에선 이 같은 상황을 피하고 건설사 간 경쟁 입찰이 가능한 시점으로 시공자 입찰 공고 자체를 미룰 수 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추진단 관계자는 "고환율·고유가 국면이 이어지면 경쟁 입찰 대신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환율과 유가 동반 상승은 건설사의 원가 구조에 가장 부담되는 시나리오이고, 특히 재건축·재개발은 사업 기간이 길고 변수가 많다"며 "원자재값과 금융비가 동시에 오르는 상황을 불과 1년 전까지 경험한 터라 이번에는 더욱 보수적인 경영 지침이 내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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