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12% 폭락·시총 570조 증발···숫자로 본 검은 하루

증권 증권일반

12% 폭락·시총 570조 증발···숫자로 본 검은 하루

등록 2026.03.04 21:04

신지훈

  기자

중동 긴장 고조에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 폭등서킷브레이커·사이드카 연이어 발동, 거래 중단 사태원달러 환율 급등, 변동성 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

미국의 이란 타격 여파로 코스피가 연일 급락세를 보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현황판에 유가증권시장 종목과 코스피 종가가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698.37포인트(-12.06%) 하락한 5093.54로 장을 마쳤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9.26포인트(-14.00%) 내린 978.44로 장을 끝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1.74%, 9.58%씩 낙폭해 17만7200원, 84만9000원까지 내려 앉았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미국의 이란 타격 여파로 코스피가 연일 급락세를 보인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현황판에 유가증권시장 종목과 코스피 종가가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698.37포인트(-12.06%) 하락한 5093.54로 장을 마쳤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9.26포인트(-14.00%) 내린 978.44로 장을 끝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1.74%, 9.58%씩 낙폭해 17만7200원, 84만9000원까지 내려 앉았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리스크가 급격히 고조되면서 국내 증시가 사상 초유의 급락장을 연출했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12% 넘게 밀리며 5100선 아래로 주저앉았고, 코스닥도 14% 급락했다. 변동성 지표는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고, 거래는 일시 중단되는 등 시장은 사실상 '패닉' 상태에 빠졌다.

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98.37포인트(12.06%) 급락한 5093.54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 하락률과 낙폭 모두 기존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최대 하락률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기록한 12.02%였다. 전날 450포인트 넘게 하락한 데 이어 이틀간 1150포인트 이상 빠지며 충격을 키웠다.

시가총액도 급감했다. 코스피 시총은 하루 새 570조원 넘게 줄어 4100조원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코스닥까지 합치면 이틀 동안 증발한 시총 규모는 1000조원을 웃돈다.

코스닥지수 역시 159.26포인트(14.00%) 급락한 978.44로 마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보다도 낙폭이 컸다. 장중 낙폭이 8%를 넘기자 양 시장에서는 20분간 거래를 멈추는 서킷브레이커가 잇달아 발동됐다. 코스피200 선물과 코스닥150 선물 급락에 따라 프로그램 매도 호가를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도 연이어 가동됐다.

투자심리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8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옵션 시장에 반영된 기대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졌다는 의미다.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0원 중반대로 뛰어올랐다. 중동 긴장과 유가 급등이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한 영향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이 대규모 매도에 나서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다만 외국인은 장 막판 순매수로 전환했고, 선물시장에서도 1조원 넘는 매수 우위를 보였다. 전날 대거 매도에 나섰던 외국인이 단기 저가 매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 증시의 충격은 간밤 미국 증시보다 훨씬 컸다. 뉴욕 증시는 1% 안팎 하락에 그쳤지만, 한국 시장은 고유가에 대한 민감도가 더 높다는 점이 부각됐다. 특히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 공급 차질 우려에 취약하다.

증권가는 향후 변수로 전쟁 지속 기간과 국제유가 수준을 꼽는다. 단기간에 상황이 진정될 경우 조정 폭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분쟁이 장기화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고유가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재점화와 통화정책 불확실성 확대, 기업 실적 둔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증권사는 사태가 수주 내 마무리되면 기술적 반등 여지가 있다고 보면서도, 1년 이상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지수가 30% 넘게 추가 조정받을 가능성도 거론했다. 과거 지정학적 충돌 이후 단기 충격을 빠르게 회복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과도한 공포는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58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급락 속에서도 매수·매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는 방증이다.

전쟁 리스크가 실물경제 충격으로 전이될지, 단기 이벤트에 그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시장은 이미 '최악의 경우'까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흐름이 국내 금융시장의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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