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사면으로 사법리스크 털었지만 등기이사 선임 아직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과 탈세 등 따가운 시선 의식한 듯
관련 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다음달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익현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등의 안건을 처리한다. 당초 업계에선 구본상 회장의 사내이사 복귀 가능성에 주목했지만, 이번엔 그에 대한 내용은 다루지 않는다.
구 회장은 지난달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의 사면복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그는 해외 출장 등에 대한 일부 제약에서 벗어나게 됐다. 물론 경영 활동에 특별히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 구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따가운 사회적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2012년 11월 재판에 넘겨졌고 2014년 징역 4년형을 받고 복역하다 만기 출소했다.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계획했음에도 투자자 1000여 명에게 2151억원 상당의 CP를 발행하고 부도 처리한 사실(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이 드러나면서다.
이로 인해 구 회장은 대기업 오너 중 드물게 형량을 모두 채워야했다. 대통령 특별사면 시기 때마다 후보로 거론되긴 했으나, 죄질과 국민정서를 고려해 법무부도 그를 번번이 대상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출소 이후에도 2021년 5월이 돼서야 LIG넥스원 '미등기임원'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은 경우 형이 종료된 날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구 회장의 수난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20년엔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로 그룹 차원에서 500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추징당했고, 구 회장 자신도 재차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듬해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1300억원대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동생 구본엽 전 LIG 건설 부사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LIG 오너일가를 향한 시선이 차가운 이유다.
따라서 구 회장도 그룹 안팎의 분위기를 고려해 등기이사 복귀 시점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IG넥스원이 그룹 내에서 몇 안 되는 상장사인데다, '방산'이라는 핵심 사업을 이끄는 만큼 구 회장에겐 이사회 복귀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등기임원으로 활동하는 지금으로서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탓에 자산 양도·차입, 인수합병 등 중요 경영활동에도 참여할 수 없어서다.
일단 구 회장은 올해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 특별 사면으로 복권된 직후엔 첫 행보로 '싱가포르 에어쇼 2024'를 찾아 현장을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 브라질 항공기 제작업체 엠브라에르의 경영진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 회장은 오는 4월엔 전국 LIG넥스원 사업장의 임직원을 서울 잠실 롯데월드로 초청해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지난해 매출 2조3068억원과 영업이익 1864억원 등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 감사를 표하고 올해 경영방침도 공유한다는 취지다. 동시에 구 회장은 등기이사 복귀에 앞서 임직원과의 정서적 간극을 좁히고 우호적 여론을 만드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점쳐진다.
재계 관계자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오너인 구 회장이 LIG넥스원 이사회에 복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만큼 실책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사과의 메시지도 함께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LIG넥스원 측은 구 회장 복권과 관련해 "(구 회장은) 그동안 방산 역량 강화와 해외 수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지금도 LIG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 중으로, 민수와 방산을 아우르는 미래기술 연구개발(R&D)·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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