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양원 장악···트럼프 정책 제동데이터센터 규제 우려···반도체주 급락선거 공약보다 실제 투자 변화 살펴야
미국 대통령이 바뀐 것도 아닌데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 다수당을 확보하면서다. 특히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가 급락했다. 미국 의회를 구성하는 선거가 왜 한국 투자자의 주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곧바로 국내 기업의 실적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의 예산과 산업 규제가 달라지면 기업들의 투자 계획뿐 아니라 금리와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선거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중간선거란 무엇일까. 대통령을 새로 뽑는 선거는 아니다. 대통령의 4년 임기 중 절반이 지난 시점에 의회 구성을 결정하는 선거다.
대통령은 그대로인데···중간선거가 중요한 이유
미국 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나뉜다. 상원의원은 임기가 6년이고 하원의원은 2년이다. 중간선거에서는 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상원의원 약 3분의 1을 새로 선출한다. 올해는 상원 35석이 선거 대상이었다. 일부 주에서는 주지사도 함께 선출한다.
중간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의회가 법률과 예산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새로운 경제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의회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이 서로 다른 정당이면 법안과 예산안을 놓고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이어가지만 상원과 하원의 주도권은 민주당으로 넘어가게 됐다. 새로 선출된 의원들의 임기는 내년 1월 3일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도 모두 바뀌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민주당은 새로운 감세 법안이나 재정지출 확대에 제동을 걸 수 있지만 기존 정책을 마음대로 폐지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의회를 통과한 법안을 거부할 권한이 남아 있다.
정치권의 갈등이 길어지면 예산 처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를 운영하는 임시예산안은 다음 달 11일 만료된다. 기한 안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정부 업무 일부가 중단되는 셧다운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의 예산과 국채 발행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은 금리와 환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채금리는 정부가 돈을 빌릴 때 부담하는 금리다. 미국 국채금리가 변하면 달러 가치와 원·달러 환율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국내 주식을 사고파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데이터센터 규제가 반도체까지 흔드는 이유
이번 중간선거 이후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크게 부각된 문제는 AI 데이터센터 규제다. 데이터센터는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서버와 반도체 등을 모아 놓은 시설이다. AI 사용량이 늘어나면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와 전력 수요도 커진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대규모 시설이 들어서면 주변 지역의 전기요금 부담과 물 사용량, 소음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선거에서 텍사스와 오하이오, 조지아 주지사에는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를 주장해 온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앞으로 이들 지역에서 새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한 허가 기준이 강화되면 기업들은 공사 일정을 늦추거나 사업 계획을 변경해야 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가 국내 반도체주까지 번진 이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산업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생산하는 반도체는 데이터센터에 설치되는 AI 서버에도 사용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새로 지으려는데 건설 허가가 늦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건물이 완공되지 않으면 서버를 설치하는 시점도 미뤄질 수 있다. 이 경우 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주문이나 납품 일정까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건설 지연이 곧바로 반도체 주문 취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건설 허가를 받았거나 공사가 진행 중인 시설은 새로 허가받아야 하는 시설과 상황이 다르다. 기업이 건설 지역을 변경하거나 자체 발전시설을 마련해 규제에 대응할 수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데이터센터 규제가 AI 투자 중단보다는 건설 방식과 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미 공사가 시작된 시설보다 2028년 새로 짓거나 규모를 늘릴 데이터센터 계획이 규제 변화에 더 민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주식 초보자는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우선 선거 공약과 실제 시행된 정책을 구분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건설 제한이 추진되더라도 기존 시설에 적용되는지 신규 시설만 대상인지에 따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의 투자 계획도 중요하다. 데이터센터 건설을 실제로 줄이거나 미루는지, 서버와 반도체 주문이 취소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향후 이익 전망이 실제로 낮아지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결국 중간선거 결과만으로 국내 증시의 방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선거 이후 나타나는 정책 변화가 실제 기업의 투자와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제 발주 취소와 이익 추정치 하향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의 투매에 동참할 이유는 제한적이다"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이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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