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시 일률적 청구권 부여에 문제 제기사업재편 지연·기업 자금 부담 등 부작용 지적중복상장 시점으로 청구권 이전·단계적 개선 제안
기업이 물적분할을 추진할 때 반대 주주에게 일률적으로 부여하는 주식매수청구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액주주 보호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기업의 사업재편을 제약하고 자금 부담을 키우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물적분할 자체가 아닌 자회사 중복상장 시점에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에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물적분할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주식매수청구권 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공동 주관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주식매수청구권이 기업의 신속한 사업재편을 가로막고 재무적 부담을 가중하는 만큼, 실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발생하는 자회사 중복상장 단계에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소규모 물적분할에는 예외를 인정하는 등 단계적인 개선 방안도 제시됐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이나 분할 등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보유 주식을 매수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2020년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과 2022년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지자 같은 해 말 상장회사의 물적분할에도 해당 권리가 도입됐다.
현행 제도의 핵심적인 문제는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된다는 점이다. 기업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사업부를 분리하는 경우에도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사업재편의 필요성과 무관하게 잠재적인 자금 유출 부담을 안게 되는 셈이다.
발제를 맡은 신현한 연세대 교수는 현행 제도가 규제의 원인과 대상을 잘못 설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실제 문제는 물적분할 자체가 아닌 중복상장에 있음에도 현행 제도는 모든 물적분할에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과도한 사전 규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복상장을 수반하지 않는 물적분할은 오히려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사업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외부 투자 유치나 독립적인 경영체계를 구축하는 등 물적분할의 순기능까지 현행 제도가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해 물적분할에 찬성하는 주주마저 형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등 제도 운영 과정에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신 교수는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시점을 물적분할 단계에서 자회사 중복상장 단계로 옮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업재편 자체를 사전에 제한하기보다 실제 기존 주주의 권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커지는 시점에 보호장치를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제도 변경에 따른 시장 영향을 고려해 우선 소규모 물적분할부터 예외를 인정하는 등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현행 제도의 규제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데 공감했다. 안태준 한양대 교수는 "물적분할 이후 반드시 중복상장으로 이어진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문제의 원인과 규제의 처방이 잘못돼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단순 물적분할까지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의 사업재편을 둘러싼 경영 환경 변화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미중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중국의 기술 추격 등으로 국내 제조업의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업재편의 성공 여부를 사전에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이 시장 변화에 맞춰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본부장도 물적분할에 대한 인식 변화와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좌장을 맡은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과거 법무부에서도 소규모 물적분할에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며 관련 연구자료를 국회 입법 논의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 개선이 기업의 사업재편 자율성 확대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주 보호장치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기업 스스로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LG화학 사태 역시 기업과 주주 간 소통 부족이 누적된 결과라고 평가하며 실질적인 주주 소통 확대를 주문했다.
향후 입법 논의에서는 기업의 사업재편 자율성과 소액주주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물적분할 단계의 일률적인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자회사 중복상장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제도 개선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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