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조선소 인수 2년, 군함 사업 정조준상선·정부 선박 넘어 미 해군 사업 진출FCL 확보·FOCI 완화 보안체계 '과제'
한화가 미국 조선소 인수 2년 만에 미 해군 함정 건조 사업에 참여한다. 한화오션의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이어 필리조선소를 통한 현지 신조 사업까지 확보하면서 미국 함정 시장 공략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최근 한화디펜스USA 중심으로 필리조선소 재배구조를 재편하며 미국 내 상선·군함 사업의 통합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이번 수주는 미 해군 함정 사업에 입문한 첫 성과 수준이다. 외국 자본이 소유한 미국 조선소가 기밀사업을 수행하려면 시설보안인가(FCL) 등 별도의 보안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군함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면 현지 보안체계 구축이 과제로 꼽힌다.
상선·정부 선박 넘어 군함까지···미 해군 시장 첫발
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디펜스USA는 최근 미 해군 선박건조관리업체(VCM) 토트서비스(TOTE Services)와 중형 상륙함(LSM) 1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약 2억6900만달러(약 3575억원)다. 건조는 한화 필리조선소가 맡으며, 오는 2027년 4분기 건조를 시작해 2030년 인도를 목표로 한다.
이번 계약에는 추가 3척에 대한 건조 옵션이 포함됐다. 옵션이 모두 행사되면 최대 4척까지 확보할 수 있다. 미 해군은 인도·태평양 등 분쟁 연안에서 분산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LSM을 도입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총 35척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수주는 한화가 필리조선소 인수 이후 수주한 첫 미 해군 함정 건조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화는 2024년 12월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미국 내 생산기지를 확보했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존스법에 따른 상선 건조 역량을 갖춘 조선소다. 한화는 후속 물량 수주에 대비해 필리조선소에 대한 추가 투자와 인력 양성, 설비 확충을 추진 중이다.
실제 사업 영역도 단계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필리조선소는 미 해사청의 국가안보 다목적 선박(NSMV) 사업에서 토트서비스와 협력해 4척을 건조·인도하며 미국 정부 선박 사업 경험을 쌓았다. 이후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개념설계에 참여했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와 연계된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건조 사업자도 선정됐다.
다만 이번 계약은 미 해군과 한화가 직접 체결한 것은 아니다. 토트서비스가 VCM으로서 사업을 관리하고, 한화디펜스USA가 건조업체로 선정된 구조다. VCM은 정부의 요구조건과 실제 조선소 건조 역량을 연결하고 여러 조선소와 공급업체를 관리하는 형태다.
앞서 토트서비스는 지난 7월 미 해군으로부터 최대 8척의 LSM 사업을 관리하는 22억달러 규모의 VCM 계약을 수주했다. 앞서 미국 볼린저 조선소가 1척 건조 계약을 따냈다. 한화가 그동안 토트서비스와 협업을 이어온 만큼 향후 추가 물량 확보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서는 한화오션이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과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한 이후 군수지원함 등 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관련 실적을 쌓아왔다. 한화오션이 국내 조선소에서 MRO 역량을 축적하는 동안 필리조선소는 미국 현지에서 신조 사업을 확대하며 미 함정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모습이다.
한화디펜스USA가 주도하는 합작법인이 최근 필리조선소 지분 인수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기존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보유하던 구조에서 미국 방산사업을 담당하는 현지 법인 중심으로 경영체계 재편을 추진 중이다. 미국 정부와 방산 고객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현지 조선사업과 방산사업 간 연계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밀 함정 사업 확장 '관문'···FOCI 완화·FCL 확보
다만 미국 군함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넓히려면 선박 건조 역량뿐 아니라 보안체계도 갖춰야 한다. 외국 기업이 소유한 미국 조선소가 미 국방부의 기밀정보를 다루는 계약을 수행하려면 외국인 소유·통제·영향(FOCI) 문제를 심사받고, 완화조치를 거쳐 시설보안인가(FCL)를 확보해야 한다.
FOCI는 외국 기업이나 개인이 미국 기업의 경영·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기밀정보에 대한 무단 접근이나 기밀 계약 수행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필리조선소 역시 한국 기업이 소유한 미국 내 조선소인 만큼, 미 국방부의 기밀사업을 수행하려면 외국 자본의 영향력을 어떻게 통제할지가 주요 과제다.
FCL은 특정 시설이나 법인이 일정 등급의 기밀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취급하는 정부 계약을 수행할 수 있도록 부여하는 보안인가다. 기밀정보 접근이 필요한 계약에서는 원청뿐 아니라 해당 정보를 취급하는 하도급업체에도 적정 수준의 FCL이 요구될 수 있다.
다만 모든 군함 건조 사업에 FCL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계약에서 기밀정보 접근이 요구되는지, 업체가 실제로 어떤 업무를 맡는지에 따라 요건이 달라진다.
필리조선소는 아직 FCL을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LSM 수주는 VCM인 토트서비스가 사업을 관리하는 구조인 만큼, 필리조선소가 비기밀 선체 건조 등 제한적인 업무를 맡는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필리조선소의 보안 인프라 구축 움직임도 포착됐다. 실제 필리조선소는 시설보안책임자(FSO) 채용 공고에 FCL 신청과 FOCI 완화, 기밀정보 관리 업무 등을 포함했다. 향후 미 국방부 기밀사업 수행을 염두에 두고 보안 관리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FCL 확보 이후에도 모든 군사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수접근프로그램(SAP), 민감구획정보(SCI), 암호통신 관련 정보(COMSEC) 등은 해당 정보를 취급하는 사업에 따라 별도의 접근 승인과 통제체계가 요구된다. 계약별 보안 요구사항을 명시하는 DD254에는 취급할 기밀정보의 등급과 접근·보관 요건, 하도급업체의 보안 의무 등이 담긴다.
필리조선소가 미국 FCL을 확보하더라도 한국 본사나 기술 인력이 기밀 설계도면과 방산 기술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산 기술 이전과 외국인 접근에는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등 수출통제와 계약별 보안 요건이 별도로 적용된다. 미국 법인과 한국 본사 간 기술 협업에서도 인력별 접근 권한과 자료 이전에 대한 통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한화가 필리조선소를 통해 확보하려는 사업 영역이 선체 건조를 넘어 고도의 기밀정보를 다루는 함정 사업으로 확대될수록 보안 체계의 구축이 필수적인 셈이다. 이번 LSM 수주가 미국 군함 시장 진입의 첫 성과라면, 향후 FCL과 관련 보안 인프라를 얼마나 갖추느냐가 추가 사업 수주와 역할 확대를 가늠할 수 있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마이클 쿨터(Michael Coulter) 한화디펜스USA 대표는 "2024년 필리조선소 인수 이후 미 해군 등 연방 정부 고객을 위한 선박 건조 기반을 마련하고자 인력과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며 "일정과 예산에 맞춰 함정을 인도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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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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