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하나, 실물 금 신탁으로 '장롱 속 금' 자산화KB는 비대면 구매···우리·신한은 골드바 라인업 확대판매 넘어 운용·관리까지···은행권 금테크 영역 확장
장롱이나 서랍 속에 보관해 두던 돌반지와 금목걸이까지 은행의 자산관리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과거 은행권의 '금테크'는 골드바를 판매하거나 금 통장을 통해 금값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고객이 이미 보유한 실물 금을 맡아 운용하고, 소액으로 금을 사고 선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서비스가 한층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이달부터 고객이 보유한 금 실물을 맡겨 운용할 수 있는 'NH 골드채움신탁(실물형)'을 판매하고 있다. 고객이 집에 보관하고 있던 골드바나 돌반지 등 24K 순금 실물을 은행에 신탁하면 이를 운용한 뒤 만기에 프레스골드바와 운용수익을 돌려주는 구조다.
단순히 금을 사서 보유하거나 가격 상승을 기다리는 기존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이미 가지고 있던 금까지 금융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셈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5월 삼성금거래소와 금 실물 신탁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상품 출시를 준비해왔다. 현재 일부 영업점에서 시범 운영한 뒤 향후 취급 영업점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은행권 금테크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이처럼 '은행 밖에 있던 금'을 금융상품 안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하나은행도 고객이 보유하고 있던 금제품을 은행에 맡겨 운용할 수 있는 '하나골드신탁'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실물 금 신탁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기존 24K 순금에서 18K와 14K 금제품으로 가입 대상을 확대했다.
골드바뿐 아니라 집에 보관하던 반지나 목걸이, 팔찌, 황금열쇠 등도 신탁에 맡길 수 있게 됐다. 맡긴 금은 전문 감정을 거쳐 순도와 중량을 확인한 뒤 운용되며 만기에는 순도 99.99%의 신규 골드바와 현금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과거 은행에서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비교적 단순했다. 대표적인 것이 골드바와 '금 통장'으로 불리는 골드뱅킹이다.
현재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은 골드뱅킹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실제 금을 직접 보관하지 않고 계좌를 통해 금을 소액 단위로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골드바를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적은 금액으로 금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대표적인 금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은행들이 금 투자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골드바를 사기 위해 반드시 은행 창구부터 찾아야 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모바일을 활용하거나 상대적으로 작은 단위의 골드바를 선택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0일부터 KB스타뱅킹과 인터넷뱅킹을 통한 골드바 판매를 재개했다. 고객이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골드바를 주문한 뒤 지정한 영업점에서 실물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골드바를 사기 위해 직접 영업점을 방문해야 했다면 이제는 상품 확인과 주문까지 온라인에서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실물 금이라는 전통적인 투자수단에 비대면 금융을 접목해 구매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골드바 자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한국금거래소의 3.75g과 37.5g 골드바를 추가하면서 판매 상품을 5종으로 확대했다. 특히 한 돈에 해당하는 3.75g짜리 제품을 추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실물 금을 보유하려는 고객에게까지 선택지를 넓혔다.
신한은행은 지난 5월 112.5g과 375g, 500g 골드바를 추가해 취급 상품을 7종으로 확대했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달 말부터 기존 한국금거래소에 삼성금거래소를 추가해 골드바 판매·매입 대행에 나섰다. 새롭게 추가된 제품은 3.75g·10g·37.5g·100g 등 4종으로, 한 돈짜리 소형 골드바도 포함됐다.
은행들이 금 투자 수요를 잡는 방법이 서로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이 고객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금을 신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면 KB국민은행은 골드바 구매 과정의 비대면화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다양한 중량의 상품을 갖추는 방식으로 금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은행들이 금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잇따라 손보는 배경에는 금을 활용해 자산관리(WM)와 신탁 사업의 고객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도 깔려 있다. 특히 실물 금 신탁은 기존 금융상품에 담기지 않았던 고객의 실물자산을 은행의 관리 영역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로 꼽힌다.
고객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목돈을 들여 골드바를 구입하는 것뿐 아니라 소액으로 금 가격에 투자하고, 모바일로 실물 금을 주문하거나 집에 보관하던 금을 신탁해 운용하는 등 목적과 투자 여력에 따라 다양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이어지면서 은행들도 기존 골드바 판매 외에 신탁이나 비대면 거래 등 고객 수요에 맞춘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있다"며 "금 관련 상품은 투자 방식마다 비용과 세금, 거래 조건 등이 다른 만큼 자신의 투자 목적에 맞는 상품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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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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