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거래시간보다 가격의 신뢰가 우선이다

전문가 칼럼 서지용 서지용의 증시톡톡

거래시간보다 가격의 신뢰가 우선이다

등록 2026.10.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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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스피 증시의 거래시간이 늘어났다. 퇴근 후에도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은 분명 편리하다. 하지만 적은 주문으로 가격이 크게 움직이고, 해당 가격을 믿고 들어온 투자자가 손실을 떠안는다면 거래시간 확대는 위험의 연장이 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의 애프터마켓(야간장)이 던진 질문도 여기에 있다. 시장의 문을 넓힌 만큼 가격을 지탱할 기반도 충분히 갖췄는가? 의문이 든다.

지난 9월 14일 문을 연 KRX 애프터마켓에서는 첫날부터 일부 중소형주가 정규장 종가와 크게 벌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오히려 개장 첫 주 시장의 변동성은 정규장보다 낮았고, 변동성 완화장치인 VI(Volatility Interruption)의 발동 횟수도 줄었다고 야간장 성공을 낙관한다.

문제는 거래시간 확대가 유동성 증가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거래시간은 제도로 늘릴 수 있지만, 매수·매도 주문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신규 참여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과 거래장소가 늘어나면 기존 주문이 분산될 수 있다. 특히, 특정 가격 근처에 대기하는 주문이 적은 종목에서는 작은 매수 주문은 여러 가격대의 매물을 소진시킨다. 거래대금이 크게 늘지 않아도 체결가격은 뛰고, 매도할 때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구조이다.

참여자의 구성도 중요하다. 첫 주 애프터마켓 거래대금은 개인 비중이 90%를 넘었고 기관과 외국인의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개인 중심 시장이 불안정한 시장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투자 기간과 매매 목적이 서로 다른 참여자가 부족하면 한쪽으로 쏠린 주문을 받아줄 반대편 수요가 약해질 수 있다. 낮의 거래방식을 밤으로 옮기는 것만으로 낮과 같은 가격발견 기능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가격 급등락과 가격 왜곡도 구별해야 한다. 장 마감 후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가격이 크게 바뀌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문제는 정보의 변화보다 주문의 공백이 가격을 좌우하는 경우이다. 이를 판별하려면 등락률뿐 아니라 매수·매도 호가 차이, 대기 물량, 주문 규모 대비 가격 충격, 다음 거래시간대의 되돌림을 함께 봐야 한다. VI 발동이 잦다는 이유만으로 시장 실패라 단정하거나, 반대로 평균 변동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안심하는 태도는 모두 피해야 한다.

미국의 대응에서 배울 점은 위험을 숨기지 않고 중개회사의 책임을 명확히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증권업계를 감독하고 규제하는 최대 규모의 비영리 자율 규제기관인 FINRA(Financial Industry Regulatory Authority)는 시간외거래 고객에게 유동성 부족, 높은 변동성, 시장 간 가격 차이, 넓은 호가 차이 등의 위험을 개별적으로 고지하도록 요구한다. FINRA는 고객에게 가능한 한 유리한 조건으로 주문을 집행해야 하는 최선 집행 의무 역시 거래시간과 관계없이 적용된다고 명시한다. 즉, 이는 거래 기회를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증권사의 역할이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한국도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다. KRX 애프터마켓은 시장가 주문을 허용하지 않으며, VI와 전용 시장조성제도를 마련했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존재가 아니라 주문이 필요한 순간 실제로 작동하는지 여부이다. 지정가 주문도 투자자가 지나치게 높은 매수가격이나 낮은 매도가격을 입력하면 불리한 체결을 막아주지 못한다. 시장조성자 역시 이름만으로 모든 종목의 유동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로써, 애프터마켓의 가격형성의 왜곡을 완화하는 몇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모든 종목에 동일한 체결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 유동성이 충분한 종목은 실시간 매매를 유지하되, 호가 공백과 과도한 가격 충격이 반복되는 종목은 일정 시간 주문을 모아 체결하는 주기적 단일가 매매를 검토할 수 있다. 이미 초저유동성 종목 등을 거래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실제 야간 거래에서 드러나는 취약성까지 반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VI는 발동 횟수보다 발동 이후의 가격 회복 여부로 평가해야 한다. 자주 멈춘다는 이유만으로 기준을 느슨하게 하면 극단적인 가격 체결을 허용할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잦은 중단은 거래 편의를 떨어뜨린다. 종목별 주문 자료를 활용해 개장 직후와 장중의 특성을 구분하고, 단일가 전환 뒤 충분한 주문이 모이는지 점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야간장의 방향은 폐지가 아니라 내실화여야 한다. 투자자의 시간 선택권을 넓히는 개혁은 계속하되, 해당 선택이 불리한 가격을 감수하라는 요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거래소 경쟁력의 척도도 문을 여는 시간과 거래량에서 가격 형성의 신뢰와 투자자 보호의 수준으로 옮겨가야 한다. 더 오래 열리는 시장보다 더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먼저이다. 야간장의 진짜 성공은 늦은 시간에도 주문이 들어온다는 데 있지 않고, 해당 주문이 납득할 만한 가격으로 체결된다는 데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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