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자가·동종 세포치료제: '내 세포냐 남의 세포냐' 너머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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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동종 세포치료제: '내 세포냐 남의 세포냐' 너머 셈법

등록 2026.10.03 19:47

이병현

  기자

자가, 환자별 생산 부담···원료 품질 편차 변수동종, 기성품화 기대···림프구 고갈 등 전처치 부담 따져야실제 환자 투약 도달률과 치료 반응 지속성 핵심

사진=AI(챗GPT) 생성사진=AI(챗GPT) 생성

세포치료제의 상업적 성공과 임상적 가치는 세포가 질환을 얼마나 정밀하게 타격하는지에만 달려 있지 않다. 치료제의 원료가 되는 살아있는 세포를 '누구에게서 조달하느냐'는 제조 공정의 난이도부터 환자 전달 속도, 면역 부작용 관리, 약가 책정에 이르기까지 사업 모델 전반을 좌우한다. 환자 자신의 세포를 채취해 가공하는 '자가(Autologous)' 방식과 건강한 공여자의 세포를 활용하는 '동종(Allogeneic)' 방식은 출발점부터 서로 다른 공학적·임상적 과제를 마주한다.

바이오 시장에서는 흔히 자가를 '환자 맞춤형 정밀의약', 동종을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성품(Off-the-shelf)'으로 도식화하곤 한다. 개념을 이해하는 입문용 설명으로는 직관적이지만, 이 단순한 도식만으로 특정 약물의 안전성이나 치료 효과, 경제성을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어떤 세포인가'보다 '누구의 세포인가'···치료 표적과 별개 축


자가 세포치료제는 환자 본인의 몸에서 세포를 채취한 뒤 유전자 도입이나 증식 배양을 거쳐 다시 동일한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식이다. 반면 동종 세포치료제는 환자가 아닌 건강한 타인(공여자)에게서 세포를 공급받는다. 여기서 '동종'은 생물학적으로 같은 종인 '인간 대 인간'을 의미한다.

세포의 출처 구분은 세포의 종류나 작용 기전과는 다르다. 국내 품목허가 사례만 보더라도 안트로젠의 '큐피스템'은 환자 자신의 지방조직에서 분리한 중간엽줄기세포를 배양해 크론병 누공 치료제로 쓰이는 자가 치료제다. 반면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은 산모가 기증한 제대혈에서 유래한 중간엽줄기세포를 활용해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무릎 연골 결손을 재생하는 동종 치료제다. 두 제품 모두 중간엽줄기세포를 기반으로 삼지만, 조달 방식과 적응증, 유통 구조는 판이하다.

'환자 맞춤형'이라는 수식어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자가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킴리아'는 환자 개인의 혈액 속 T세포로 생산되지만, 공격 표적은 모든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암세포 표면 단백질인 'CD19'로 고정돼 있다. 환자의 유전체 변이에 맞춰 암 표적을 개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의약품의 원료와 최종 주인이 1대1로 고정된 '개별 맞춤 생산'의 의미에 가깝다.

자가 방식의 딜레마


자가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백혈구 채취(Leukapheresis)에서 시작된다. 채취한 T세포에 키메라 항원 수용체를 발현시키는 유전자를 주입하고, 체외에서 증식시킨 뒤 품질검사를 거쳐 환자에게 재주입한다. 환자 본인이 치료를 받는 최종 소비자이자 핵심 원료의 단독 공급자가 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시간 병목'이 발생한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자가 CAR-T는 혈액 채취부터 완제품 투여까지 전체 과정에 통상 3~5주 안팎이 소요된다. 이는 실제 배양 시설 내 순수 공정 시간뿐 아니라 채취, 극저온 운송, 규격 검사, 해동 등 전체 주기를 포괄하는 '혈관 대 혈관 시간(Vein-to-vein time)'을 뜻한다. 급격히 진행되는 혈액암 환자에게 수주의 대기 시간은 질병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변수다.

원료 세포의 불균일성도 극복해야 할 장벽이다. 자가 치료제의 원료는 수차례의 항암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거치며 면역체계가 극도로 쇠약해진 중증 환자의 세포다. 동일한 배양 공정을 거치더라도 환자의 면역 상태와 기저 질환에 따라 필요한 세포 수와 활성도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CAR-T 제조 가이드라인에서 환자의 치료 이력과 기저 세포의 특성을 핵심 리스크로 지목하는 배경이다.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는 제조 실패 사례를 경고하고 있다. 안트로젠 큐피스템의 허가사항에도 환자에게서 채취한 지방조직의 상태에 따라 제품화에 실패하거나 이식에 필요한 기준 세포 수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주의사항이 명시됐다. 환자별 생산 라인은 재고를 미리 비축해 다른 환자분으로 돌려막을 수 없으므로, 철저한 바코드 트래킹과 단일 배치(Batch) 생산 관리 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막대한 고정비가 투입된다.

동종의 강점


동종 치료제는 환자의 상태나 세포 채취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미리 선별된 건강한 공여자의 세포로 마스터 세포은행(MCB)과 제조용 세포은행(WCB)을 구축해 둔다는 점이 본질적인 강점이다. 응급 투약이 필요한 순간에 즉시 공급할 수 있는 '기성품'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관건은 품질의 일관성과 세포은행의 신뢰도다. 단순히 감염병이 없는 공여자라고 해서 균일한 효능이 담보되지 않는다. 계대 배양을 거듭하거나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세포 본래의 기능이 감퇴하지 않는지, 세포의 유전적 안정성이 유지되는지를 엄밀히 증명해야 한다. FDA 가이드라인 역시 공여 세포의 이력 관리와 오염 여부, 역가(Potency) 시험을 제품 승인의 핵심 잣대로 요구한다.

'동종'이라고 해서 곧바로 '수백 명분의 대량생산 달성'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지난 2024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실린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의 제대혈 유래 CAR-NK 임상 1/2상 결과를 보면, 환자 37명에게 투여된 치료제는 단일 배치가 아니라 환자마다 서로 다른 공여 제대혈을 활용해 제조됐다. 연구팀은 향후 단일 제대혈로 수백 회분을 동결 보관할 수 있는 공학적 잠재력을 제시했으나, 실제 초기 임상 단계에서는 대량생산보다는 안전성과 프로토콜 검증에 방점을 뒀다. 이처럼 '동종 세포 기술'이여도 '다수 환자 대상의 대량생산'은 일관성 입증이 필요한 영역이다.

양방향 면역 충돌···동종도 부작용 구조 달라


동종 세포치료제 개발의 최대 화두는 면역 거부반응의 제어다. 이때 면역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환자의 체내 면역계가 외부에서 투입된 공여 세포를 적으로 인식해 파괴하는 '숙주 대 이식편(Host-versus-Graft) 거부반응'이다. 이 경우 치료용 세포가 체내에 안착하지 못하고 조기 소멸한다. 둘째는 공여자의 T세포가 환자의 정상 장기를 외부 항원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치명적인 '이식편대숙주병(GvHD)'이다.

이 때문에 동종 T세포 치료제 개발사는 유전자 가위(CRISPR 등)로 T세포 수용체(TCR)를 녹아웃(Knock-out)해 GvHD 위험을 원천 차단하거나, 투약 전 환자의 림프구를 강력하게 억제하는 고강도 전처치 화학요법을 병행한다. 2025년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학술지 등에 보고된 다수의 동종 CAR-T 임상에서도 환자 림프구 고갈을 위한 강력한 전처치 약물로 인해 중증 호중구 감소증 등 혈액학적 독성이 주요 이상반응으로 지목됐다. 세포 자체의 부작용뿐 아니라 세포를 살려두기 위해 환자가 감당해야 하는 화학약품 독성까지 총체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모든 동종 치료제가 면역 거부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포 종류마다 면역원성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FDA가 허가 심사를 진행한 동종 골수 유래 중간엽기질세포 치료제 '라이온실(Ryoncil, 성분명 레메스템셀-L)'의 경우, 오히려 소아의 스테로이드 불응성 급성 이식편대숙주병(SR-aGVHD)을 진정시키는 치료제로 개발됐다. 중간엽기질세포 자체가 지닌 면역 조절(Immunomodulatory) 특성을 역이용한 사례로, "남의 세포는 무조건 면역 거부를 일으킨다"는 통념을 뒤집는다.

자가 치료제라고 해서 안전성 문제에서 자유롭지도 않다. 킴리아를 포함한 자가 CAR-T 치료제 역시 전신 염증 반응인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과 면역세포 관련 신경독성 증후군(ICANS)으로 인한 블랙박스 경고(Boxed Warning)를 안고 있다. 면역 불일치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약물 자체의 전신 독성이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를 받은 동종 T세포 치료제 '엡발로(Ebvallo)'처럼, 기성품 형태라 하더라도 환자의 사람백혈구항원(HLA) 일치도를 사전에 대조·선별해야 하는 정밀 선별 절차가 수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체내 지속성'과 '임상 반응 기간'의 괴리···최종 잣대는 실질 투약률


투자자와 시장이 세포치료제를 분석할 때 가장 빈번하게 혼동하는 지표가 '체내 지속성(Persistence)'이다. 투여된 유전자 변형 세포가 환자의 체내에 살아남아 증식하는 기간과 암의 진행이 실제로 억제되는 기간(무진행 생존율 등)은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 세포는 장기간 생존해 있으나 암세포가 표적 항원을 숨기는 항원 소실(Antigen loss)로 질병이 재발하거나, 반대로 세포는 수개월 만에 체내에서 소멸했음에도 장기 완전관해가 유지되는 면역 기억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상업화 역량을 가늠할 때는 '임상 등록 환자 중 실제 투약까지 완료한 비율(Intent-to-treat delivery rate)'을 확인해야 한다. 자가 치료제의 경우 제조 성공률이 95%에 달한다고 발표하더라도, 혈액 채취 후 제조 대기 기간 동안 환자의 암이 급속도로 진행되거나 합병증이 발생해 실제 완제품을 투여받지 못하고 탈락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FDA가 세포치료제 임상 평가 시 계획된 환자군 중 탈락한 환자의 비율과 사유를 엄격하게 추적하도록 요구하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자가는 맞춤형이라 비싸고, 동종은 대량생산이라 저렴하다'는 단순한 도식은 피해야 한다. 자가 방식은 자동화 폐쇄형 바이오리액터 도입을 통해 공정 기간을 단축하고 분산형 원내 제조 모델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동종 방식은 유전자 편집 수수료와 복잡한 품질 안정화 비용, 전처치 약물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의 '단일 배치당 유효 투약량'을 증명해내야 한다.

자가와 동종은 질환의 위급도와 환자의 면역 상태, 생산 인프라에 따라 선택되는 서로 다른 공학적 해법이다. '누구의 세포로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되, 궁극적인 사업적·임상적 평가는 '원하는 시점에 균일한 품질로 공급할 수 있는가', '부작용 대비 질환 통제 효과를 얼마나 길게 지속시키는가'라는 치료 현장의 실질 지표로 수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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