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폐섬유증 시장 '새 판'···대웅 베르시포로신, 병용 시너지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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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섬유증 시장 '새 판'···대웅 베르시포로신, 병용 시너지 시험대

등록 2026.09.23 07:12

이병현

  기자

글로벌 2상 104명 중 70%가 기존약 복용···2027년 상반기 유효성 확인경쟁 신약 데이터로 본 병용 과제···약제별 부작용·혈중농도 편차 관리 관건식사 영향 등 복용 편의성 변수···장기 내약성 입증해야 시장 안착 가능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특발성 폐섬유증(IPF) 신약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이 글로벌 임상 2상에서 단독 요법을 넘어 기존 치료제와 '병용 파트너'로서 상업적 가치를 본격적으로 평가받는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시장에 10여 년 만의 폐섬유증 신약이 안착하면서 치료 패러다임이 다변화하고 있다. 베르시포로신이 차세대 블록버스터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폐기능 저하 억제라는 약효뿐 아니라, 장기 투여를 뒷받침할 복용 편의성과 병용 내약성 확보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대웅제약이 지난 21일 유럽호흡기학회(ERS 2026)에서 발표한 베르시포로신 글로벌 임상 2상 기저 특성에 따르면, 시험에는 한국 55명과 미국 49명 등 총 104명의 환자가 등록을 마쳤다. 이 가운데 기존 항섬유화제인 닌테다닙(오페브) 또는 피르페니돈(에스브리에트)을 복용 중인 환자는 71명(68.3%)에 달했다. 나머지 33명(31.7%)은 기존약을 투여하지 않는 단독 투여군 성격의 환자다. 환자 등록 단계의 특성을 집계한 이번 발표에 이어, 24주간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종합한 주요 결과(Topline)는 2027년 상반기 도출될 예정이다.

베르시포로신은 콜라겐 과다 생성에 관여하는 프롤릴-tRNA 합성효소(PRS)를 표적해 억제하는 혁신신약(First-in-class) 경구제다. 비임상 단계에서 확인된 항섬유화 효능이 환자의 실제 폐기능 유지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개발 성공의 척도다.

이번 임상의 1차 평가지표는 24주간의 노력성 폐활량(FVC) 감소율 완화와 투약 기간 발생한 이상반응(TEAE)이다. FVC는 환자가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뒤 강하게 내뿜는 공기량으로, IPF의 진행 정도를 측정하는 대표 잣대다. 환자는 기존약 복용 여부에 따라 층화 무작위 배정된 뒤 베르시포로신 또는 위약을 하루 두 차례 복용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상이 기존 항섬유화제 시장에서의 '애드온(Add-on, 병용)'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기존약을 복용하는 71명 군에서는 베르시포로신 병용 투여군과 위약 병용 투여군 간의 FVC 감소 폭 차이가 실질적인 추가 약효를 증명하는 근거가 된다. 다만 병용 환자군은 약제 기전이 전혀 다른 닌테다닙과 피르페니돈 사용자가 섞여 있어, 향후 약물별 세부 반응률과 하위집단 분석 데이터가 구체적으로 뒷받침되어야 병용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기존약을 복용하지 않는 33명의 환자군 역시 순수한 치료 미경험 환자(Treatment-naïve)뿐만 아니라 부작용 등으로 투약을 중단했던 환자까지 포괄하는 프로토콜인 만큼, 단독 요법군 데이터 해석 시 이력에 따른 편차를 감안해야 한다.

IPF 시장의 경쟁 구도는 이미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PDE4B 억제제 '네란도밀라스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에 이어 올해 7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판매 승인까지 획득하며 10여 년 만의 새로운 표준 치료 옵션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네란도밀라스트의 글로벌 3상(FIBRONEER-IPF) 허가 자료는 베르시포로신이 향후 병용 요법에서 맞닥뜨릴 임상적 과제를 미리 보여준다. 1177명을 대상으로 한 해당 시험에서 등록 환자의 78%가 닌테다닙 또는 피르페니돈을 복용 중이었는데, 병용 약제에 따라 안전성 지표가 뚜렷하게 갈렸다.

닌테다닙 투약군에 네란도밀라스트를 병용했을 때 설사 발생률은 62%로 위약군(28%)을 크게 웃돌았고, 설사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비율도 13%에 달했다. 반면 피르페니돈과 병용할 경우 네란도밀라스트의 체내 정상상태 최저혈중농도(Cmin)가 약 50%나 급감해, 허가사항에 용량 감량을 금지하는 규정이 삽입되기도 했다.

이는 기존 치료제와 신약을 함께 쓸 때 약물 상호작용(DDI)에 따른 이상반응 급증이나 혈중 약물 농도 저하가 실제 처방 유지율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임을 시사한다. PRS 저해제라는 독자 기전을 가진 베르시포로신 역시 향후 병용 치료 시 약제별 약물 농도 변화와 치료 중단율을 면밀히 검증받아야 하는 이유다.

약효를 온전히 발휘하기 위한 복용 편의성 확보도 해결 과제다. 올해 7월 국제학술지 '약물 디자인·개발·치료(Drug Design, Development and Therapy)'에 실린 건강인 대상 연구에 따르면, 베르시포로신 200㎎은 식후 복용 시 공복 상태보다 최고혈중농도(Cmax)가 33~48% 감소하고 위장관 이상반응 발생률은 식후 30분 투약군(45.7%)이 공복(25.7%) 대비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의 후속 논의에서는 단회 투여 시험만으로 장기 내약성을 단정할 수 없다는 한계가 지적됐으나, 이는 향후 장기 임상에서 단순 투약 용량뿐 아니라 식사 간격 등 최적의 복약 조건을 확립해야 함을 보여준다. IPF는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퇴행성 질환인 만큼, 구역·구토 등 소화기계 부작용으로 인한 치료 탈락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가 시장 경쟁력의 필수 요건이다.

임상의 순항 여부를 가늠하는 안전성 점검은 현재까지 순조롭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0월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에 세 번째 임상 지속 권고를 받으며 안전성 허들을 넘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전체 환자 특성 분석은 향후 공개될 임상 2상의 유효성 및 안전성 결과를 해석하기 위한 기반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베르시포로신은 다양한 섬유화 신호가 최종적으로 수렴하는 콜라겐 합성 단계에 직접 작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항섬유화제와) 기전적 차이를 보이는데, 이러한 차이를 바탕으로 단독 투여뿐 아니라 기존 항섬유화제와 병용하는 치료 전략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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