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무역휴전 연장' 걸린 미·중 정상회담···AI·관세·이란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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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휴전 연장' 걸린 미·중 정상회담···AI·관세·이란이 변수

등록 2026.09.22 11:28

수정 2026.09.22 17:30

이윤구

  기자

작년 부산 김해공항서 만난 트럼프와 시진핑. 사진=AP/연합뉴스작년 부산 김해공항서 만난 트럼프와 시진핑.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올해 두 번째 정상회담이 오는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다. 양국 정상은 취약해진 무역 휴전 체제를 강화하고 가시적인 경제 성과를 도출하는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하지만 가열되는 인공지능(AI) 주도권 경쟁과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 이란 관련 제재 등 복합적 변수가 협상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외견상 우호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있으나, 수면 아래에서는 상호 비난과 보복성 무역 조치가 이어지는 등 긴장감이 여전하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서로에게 표하는 깊은 존중이 미·중 협상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약 1년 전 한국 부산에서 합의한 무역 협정 내용 중 일부 약속을 중국 측이 완벽히 이행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양국 관계가 이례적인 '하향식(Top-down)' 외교 방식으로 유지되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클레어 리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 비즈니스 및 경제 분야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접근 방식의 큰 틀을 지시하는 동시에, 실무선에서는 부정적이고 강경한 조치들이 실행되도록 방치하면서 모순된 메시지가 충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 중간선거를 6주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열린다. 특히 물가 상승과 생활비 문제로 지지율이 하락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회담을 통해 확실한 경제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정치적 유인이 크다.

벼랑 끝에서 맺은 무역 휴전···여전히 높은 관세 장벽

지난해 격화된 미·중 무역 전쟁 당시 양국은 상대국 상품에 폭탄 관세를 부과했다. 분쟁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미국의 대중 관세율은 최고 145%, 중국의 대미 보복 관세율은 125%까지 치솟았다.

같은 해 5월 스위스 제네바 협상을 계기로 양국은 관세를 대폭 낮추며 긴장 완화에 들어갔다. 이후 10월 부산 정상회담에서 추가적인 보복 조치를 자제하고 무역 휴전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당시 합의로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중단하고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재개했으며, 미국은 일부 관세 인하와 보복 조치 유예로 화답했다. 1년 유효기간의 이 합의는 미 대선 일주일 뒤인 오는 11월 10일 만료된다.

단계적 긴장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관세 장벽은 여전히 높다. 실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펜 와튼 예산 모델'(PWBM)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22.8%로 주요 무역국 중 가장 높다. 미 의회조사국(CRS) 분석에서는 미국의 대중 평균 관세율이 약 36.5%, 중국의 대미 관세율이 31%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고율 관세의 여파로 2025년 양국 간 교역량은 전년 대비 약 30% 급감했으며 2026년 들어서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과거 미국의 최대 무역국이었던 중국은 현재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어 3위 무역 파트너로 밀려났다. 다만 올해 양국 간 상품 무역 적자는 전년 동기 대비 줄었음에도 약 912억달러에 달해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를 기록 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환영식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애플의 팀 쿡 CEO 등 수행단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환영식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애플의 팀 쿡 CEO 등 수행단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성과 제한적일 듯···"갈등 회피하며 시간 버는 양상"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 역시 지난 5월 베이징 국빈 만찬처럼 화려한 의전에 비해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회담의 기본 시나리오로 '무역 휴전 1년 연장'을 제시했다. 관세 현상 유지와 신규 수출 통제 금지를 골자로 하며, 중국이 보잉 항공기 200대 등을 추가 구매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첨단 반도체 접근성 확대나 핵심 수출 규제 완화 등 구조적 사안에서의 진전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센터장은 "양 지도자 모두 큰 충돌을 피하면서 소소한 실리를 챙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는 자국 국민에게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동시에, 상대국에 대한 의존도와 취약점을 줄일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베센트 장관 역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의 회담 결과를 언급하며 관세 휴전 연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미 무역대표부(USTR)가 제안한 비필수품 대상 '30개 품목 상호 관세 인하(30-for-30)' 합의에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농산물·에너지·의료기기를 수출하고, 중국은 일상 소비재의 대미 수출을 늘리는 방식의 구체적 이행이 논의되고 있다.

AI 패권 경쟁과 위험 관리, 핵심 의제로 부상

이번 회담의 또 다른 핵심 분수령은 인공지능(AI)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분야의 주도권 확보가 미국의 경제적 우위와 직결된다고 보고 규제 완화와 인프라 구축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AI 경쟁에서 승리하는 국가가 모든 것을 갖게 될 것"이라며 대중 견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다만 AI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위험성을 경고하는 기술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자, "필요하다면 정부가 상황을 통제할 것"이라며 기존의 완고한 자유방임적 입장에서 일정 부분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베센트 장관은 비상 상황이나 사고 발생 시 양국이 관련 정보를 상호 공유하는 AI 안보 대화 채널 구축 방안을 중국 측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AI 기술 패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위험 관리 체계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이란 전쟁과 제재도 변수

이란 전쟁을 둘러싼 갈등 역시 미·중 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중국과 이란 사이의 에너지 거래 및 경제적 관계를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이란과 상당한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중국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미칠 영향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확대할 경우 미·중 경제협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란 문제는 미·중 무역협상의 직접적인 의제는 아니지만, 에너지와 금융, 제재 문제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경제관계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대만 문제 역시 정상회담에서 빠지기 어려운 안보 현안이다. 다만 양국 모두 이번 회담을 정면충돌의 장으로 만들기보다는 경제·무역 분야에 구체적인 성과를 확보하면서 갈등의 확산을 막는 데 무게를 둘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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