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가액 시가 대신 공정가액···자산·수익가치 종합 반영이사회 검토·외부평가 의무화···평가방법·주요 가정도 공시계열사 합병 이해관계 공개···주식매수청구권 평가도 강화
상장사의 합병가액 산정 기준이 오는 12월부터 시가 중심에서 공정가액으로 바뀐다. 시가뿐 아니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이사회 검토와 외부평가도 의무화된다. 계열사 간 합병 때 이해관계 공시까지 강화되면서 합병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한층 촘촘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6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변경예고한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8일 개정·공포된 자본시장법이 오는 12월 9일 시행되는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개정법은 합병뿐 아니라 분할·분할합병과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포괄적 주식교환·이전에도 적용된다.
현재 상장사의 합병가액은 계약체결일 또는 이사회 결의일 가운데 앞선 날의 전일을 기준으로 1개월과 1주일, 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해 산정한다. 이 가격에서 10% 범위 내 할인이나 할증을 적용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역시 이사회 결의일 전일을 기준으로 2개월과 1개월, 1주일간 종가를 산술평균하는 방식이다.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이 같은 세부 산정 공식이 사라진다. 합병가액과 주식매수청구권 매수가격 모두 시가와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고려해 산정하도록 법률이 바뀐 데 맞춰 시행령에 규정된 기존 산식을 삭제한다. 이에 따라 기업은 거래 특성에 맞춰 여러 가치평가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수익가치는 미래 현금흐름을 토대로 한 현금흐름할인모형(DCF)이나 배당할인모형(DDM) 등을 적용해 합리적으로 산정한 가치다. 단순히 일정 기간 주가를 평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보유한 자산과 미래 수익창출 능력까지 합병가액에 반영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합병 과정의 절차도 강화된다. 이사회는 합병의 목적과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해 공시해야 한다. 특별위원회 설치 등 거래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조치를 취했다면 해당 내용도 의견서에 담아 증권신고서와 주요사항보고서 등을 통해 공개해야 한다.
평가기관은 합병가액과 거래조건의 적정성뿐 아니라 사용된 평가방법의 적정성과 가액 산정의 기초가 된 주요 가정의 합리성, 평가 과정에서 발생한 어려움까지 평가해야 한다. 관련 내용은 증권신고서 본문과 첨부자료, 주요사항보고서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공개된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주주가 거래가 어떤 절차와 판단을 거쳐 추진됐는지 직접 검증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해당 법인의 특수관계인과 상대 법인 사이의 출자와 채무보증, 임원 겸직 여부와 지분 변동 내역 등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주주와 투자자가 거래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특정 주주에게 편향된 거래조건이 설정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관련 절차도 바뀐다. 상장사와 주주 간 매수가격 협의가 무산됐을 때 기존에는 법령상 산식에 따른 가격이 제시됐지만 앞으로는 시가와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고려한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 해당 매수가격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외부평가기관의 평가를 받아 증권신고서에 공개하도록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합리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만큼 주주의 정당한 투자회수 기회가 보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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