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국차와 경쟁하려 중국 기술 쓴다"···국산차, 차이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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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와 경쟁하려 중국 기술 쓴다"···국산차, 차이나 딜레마

등록 2026.09.01 13:35

권지용

  기자

신차 개발 위해 중국 기업과 손잡은 국산차플랫폼·부품 활용, 개발비와 기간 절감 효과높아지는 중국 의존도, 장기 기술 경쟁력 우려

KGM 렉스턴. 렉스턴 후속 모델은 체리자동차와 기술 협업으로 개발 진행중이다. 사진=KG모빌리티KGM 렉스턴. 렉스턴 후속 모델은 체리자동차와 기술 협업으로 개발 진행중이다. 사진=KG모빌리티

중국 자동차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격과 전동화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차와 맞서야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신차 개발과 미래차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 업체와 손을 잡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중국 기업이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경쟁자인 동시에 기술·플랫폼 공급자로 자리 잡는 '차이나 딜레마'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괸련 업계에 따르면 KG모빌리티(KGM)는 최근 중국 체리자동차로부터 7500만달러(약 1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체리차가 KGM이 발행하는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양사는 신차 공동개발을 비롯해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등 미래차 분야로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KGM이 체리차와 손잡은 이유는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빠르게 신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양사는 이미 체리차 플랫폼을 활용한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협력 차종을 늘리고 글로벌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체리차 입장에서도 KGM과의 협력은 한국 시장과 생산 기반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향후 사업이 확대될 경우 체리차의 한국 직접 진출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르노코리아 역시 중국 지리그룹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르노코리아가 지난해 지리그룹으로부터 구매한 규모는 9527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차량·부품 구매액만 9019억원에 달한다. 지리그룹은 더 이상 르노코리아에 부품만 공급하는 단순 협력사가 아니다. 신차의 플랫폼과 기술에 관여하고, 국내 생산까지 연결되는 핵심 파트너로 역할이 확대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그랑 콜레오스다. 지리그룹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차량을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한다. 최근에는 지리그룹 산하 브랜드와의 생산 협력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업체의 플랫폼과 기술이 국내 완성차의 신차 개발·생산 과정에 깊숙이 들어온 셈이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사진=르노코리아르노 그랑 콜레오스. 사진=르노코리아

국내 업체들이 중국 기업과 협력하는 데는 분명한 실익이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소프트웨어 등 자동차 산업의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모든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검증된 중국 플랫폼과 부품을 활용하면 개발 부담을 줄이고 시장 변화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장기적인 기술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특히 자동차의 경쟁력이 엔진·변속기 같은 기계적 기술에서 배터리와 전동화 시스템, 전자 아키텍처, 소프트웨어로 옮겨가는 상황에 핵심 기술을 중국 업체에 의존하면 국내 완성차와 부품업계의 독자적인 기술 축적이 늦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업체들이 협력사에 머무르지만 않는다는 점이다. BYD와 지리, 체리 등은 자체 브랜드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과 직접 경쟁하고 있다. 한국 업체가 중국차와 경쟁하기 위해 중국 기업의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하고, 중국 기업은 그 협력을 발판으로 한국 시장과 글로벌 생산망을 넓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술을 활용해 당장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과 장기적인 기술 독립은 별개의 문제"라며 "중국차와 경쟁하기 위해 중국 업체와 협력해야 하는 '차이나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국내 완성차 업계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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