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가액 시가 대신 '공정가액'···주가 누르기 원천 차단

보도자료

합병가액 시가 대신 '공정가액'···주가 누르기 원천 차단

등록 2026.08.20 17:34

박경보

  기자

시가·자산·수익가치 종합 반영해 기업 내재가치 산정이사회 검토·외부평가 의무화···특별이해관계도 공시주식매수청구권 가격도 개선···공포 3개월 후 시행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상장사의 합병가액 산정 기준이 특정 시점의 시장가격 중심에서 기업의 실질가치를 반영하는 '공정가액' 방식으로 바뀐다. 합병 과정에서 유리한 거래조건을 만들기 위해 주가가 낮은 시기를 택하거나 이른바 '주가 누르기'에 나설 유인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사회 검토와 외부평가도 의무화해 일반주주 보호 장치를 강화한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지난 5월14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지난달 29일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거쳤다.

현행 자본시장법령은 주권상장법인이 계열회사와 합병할 경우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시장가격에 합병가액이 좌우되면서 지배주주 등이 유리한 거래조건을 만들기 위해 주가가 저평가된 시기를 골라 합병하거나 주가를 의도적으로 누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합병가액 '공정가액' 전환···자산·수익가치까지 반영


개정안은 합병가액 산정 방식을 시가 중심에서 공정가액 기준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합병과 분할·분할합병,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포괄적 주식교환·이전 등의 가액을 정할 때 시가뿐 아니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정 시점의 주가만으로 기업가치를 판단하지 않고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기업의 실질적인 내재가치를 산출하도록 한 것이다.

자산가치는 순자산을 발행주식 총수로 나눈 금액을 뜻한다. 수익가치는 미래 수익가치를 산정할 때 현금흐름할인모형(DCF)이나 배당할인모형(DDM) 등을 적용해 합리적으로 산정한 가치다. 금융위는 시장가격 외에도 이 같은 지표를 합병가액에 반영하면 특정 시점의 주가 왜곡이 합병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 등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산정 방식도 함께 바뀐다. 현재는 주주와 법인 간 협의 이후 시가를 적용하고 이견이 있으면 법원 판결 등의 절차를 거쳐 가격을 결정한다. 개정안 시행 이후에는 시가 대신 시가와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고려한 금액이 주주에게 제시될 수 있도록 개선된다.

이사회 의견서·외부평가 의무화···계열사 이해관계도 공개


합병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강화된다. 이사회는 합병 등의 목적과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해 공시해야 한다. 현재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규정된 이사회 의견서 제도를 법률로 상향해 규범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객관적인 제3자에 의한 외부평가도 의무화된다. 합병가액이나 거래조건이 적정한지를 외부평가기관으로부터 평가받고 그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합병조건의 적정성을 주주가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계열회사 간 합병에서는 공시 범위가 더 넓어진다. 가족·친인척과 지배회사, 계열회사, 임원, 사실상 지배자 등 특수관계인과 합병 상대 법인 간 이해관계를 추가로 공개해야 한다. 채무보증과 담보제공, 임원 겸직 등이 대표적인 공시 대상이다.

금융위는 이 같은 정보가 일반주주의 합병 타당성 판단과 권리구제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개정 상법에 따른 주주 충실의무와 결합해 합병 과정에서 일반주주가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정안은 정부 이송과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공포된 뒤 3개월 후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개정 법률에 따른 합병가액 산정 방식과 절차 변화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시행령 등 하위규정을 조속히 정비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합병 등 조직개편행위가 산업 및 자본시장 전반에 역동성을 불어넣는 중요한 거래인 만큼 향후 관련 시장을 활성화하고 그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권익이 충분히 보호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개선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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