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빌 게이츠, HD현대·SK와 'SMR 동맹'···美 나트륨 상용화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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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HD현대·SK와 'SMR 동맹'···美 나트륨 상용화 승부수

등록 2026.08.14 18:34

이승용

  기자

SK, 美 프로젝트 참여 확대···한국형 'K-나트륨' 모델 추진HD현대 주기기·현대건설 EPC···원자로 용기 연 2~3기 생산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겨냥···메타와 나트륨 최대 8기 개발

정기선 HD현대 회장(왼쪽)이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과 만나 에너지산업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HD현대 제공정기선 HD현대 회장(왼쪽)이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과 만나 에너지산업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사진=HD현대 제공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테라파워가 HD현대·현대건설, SK이노베이션과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 협력을 확대했다. 미국 첫 나트륨 원자로가 본공사에 들어간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투자 단계를 넘어 핵심 설비 제조와 발전소 건설, 사업개발에 참여할 기반을 넓히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14일 서울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나트륨 원자로 상용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5월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 사업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최고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정 회장과 게이츠 회장의 만남은 이번이 네 번째다.

같은 날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와 미국 및 해외 SMR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 체결 후 열린 만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게이츠 회장이 참석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와 차세대 원전산업의 발전 방향 등을 논의했다.

두 협력의 초점은 테라파워가 개발한 나트륨 원자로를 한 번 짓는 데서 그치지 않고 후속 호기를 반복 건설할 수 있는 사업체계를 갖추는 데 있다.

테라파워는 지난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와이오밍주 '케머러 1호기' 건설허가를 받았고 4월 원자로 본공사에 착수했다. 미국 에너지부의 첨단원자로 실증 프로그램에 따라 추진되는 이 사업은 2030년 완공이 목표다. 첫 원자로가 건설 단계에 진입하면서 후속 사업의 가격과 납기를 좌우할 제조·시공 역량도 중요해졌다.

향후 테라파워가 원자로 기술을 제공하고 HD현대가 주기기를 제작하며 현대건설이 설계·조달·시공(EPC)에 참여하는 협력 모델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HD현대의 테라파워 협력은 투자에서 기자재 수주와 후속 원자로 공급망 참여로 확대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했고,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12월 나트륨 원자로용 원통형 원자로 용기를 수주해 제작에 착수했다. 이후 제조 타당성과 가격 경쟁력, 납기 등을 검토해 올해 5월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 핵심 설비의 제작·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HD현대는 상용화에 대비해 원자로 용기를 연간 2~3기 공급할 수 있는 생산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선박과 해양플랜트 건조 과정에서 축적한 후판 가공과 용접, 정밀 제작 역량을 원전 설비 생산에 적용해 글로벌 SMR 공급망 진입을 추진한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프로젝트에서 사업개발과 건설·운영 경험을 확보해 국내외 나트륨 사업으로 연결하는 데 무게를 둔다. 이번 합의를 토대로 미국 실증로와 후속 상용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국내 연구·설계기관과 원전 기자재 기업이 참여하는 한국형 사업모델 'K-나트륨'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는 2022년 테라파워에 총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SK는 기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SK온의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에 SMR을 결합해 AI 데이터센터와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통합 에너지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나트륨은 345MW급 소듐냉각고속로에 용융염 기반 열에너지저장장치를 결합한 4세대 원자로다. 저장한 열을 활용하면 전력 수요가 몰릴 때 출력을 500MW까지 높일 수 있다. 테라파워는 메타와 2035년까지 미국에 최대 8기를 개발하는 협약도 맺었다.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는 "미국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사업개발과 운영 역량을 확보하겠다"며 "K-나트륨 사업모델을 구체화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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