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저가주 퇴출 기준, 재무상황 무관해 보완 필요정부, 코스닥 시가총액 300억원 상향 일정 조정 검토학계 "다양한 지표로 상장 유지 여부 평가해야"
주가와 시가총액 기준 강화로 국내 증시에서 36개 종목이 한꺼번에 관리종목 지정 대상에 오르면서 상장폐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시장에서 퇴출해 시장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정상적으로 영업하거나 흑자를 내는 기업까지 퇴출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흑자·우량기업도 관리종목···'정량 기준' 논란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또는 주가 기준에 미달한 총 36개 종목이 이날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 중 30개 종목은 관리종목으로 새로 지정됐고 기존 관리종목 6개에는 지정 사유가 추가됐다. 시장별로 나눠 살펴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9개 종목, 코스닥시장에서는 27개 종목이 지정 대상에 포함됐다. 코스닥 27개 가운데 신규 지정은 21개다.
이는 지난달부터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결과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시가총액 하한선을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으로 제시했다. 또한 최근 30거래일간 주가가 1000원 미만에 머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고 밝혔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은 유가증권시장 300억원, 코스닥시장 200억원이다. 주가 기준은 양 시장 모두 종가 1000원 미만이다. 이후 90거래일 이내에 주가가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기록하지 못하면 최종 상장폐지된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에는 강화된 기준에 따른 첫 상장폐지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시가총액 기준의 경우 내년부터 유가증권시장 500억원, 코스닥시장 300억원으로 한 단계 더 높아진다.
문제는 가격과 시가총액이 기업의 재무상태가 반드시 일치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관리종목에는 제이엠아이와 패션플랫폼, 랩지노믹스 등도 포함됐다. 제이엠아이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617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8%, 97.8% 증가한 수준이다.
패션플랫폼은 거래소의 코스닥 우량기업부에 속해 있으나 시가총액 200억원 미달로 관리종목이 됐다. 랩지노믹스 역시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거래소의 '코스닥 라이징스타'에 선정됐지만 주가 기준에 걸려 관리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이후 관리종목 지정 우려 안내를 받은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우량기업부·벤처기업부 소속 기업은 무려 11곳에 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코스닥 상장사 149곳 가운데 흑자기업은 45곳으로 30.2%를 차지했다. 내년 1월 시가총액 기준이 300억원으로 올라가면 지난달 말 기준 394개사가 기준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게 중소기업계 추산이다.
업계는 '추가 유예' 요구···당국도 속도조절 여지
논란은 전날 열린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도 이어졌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시장 변동성으로 시가총액이 낮아지거나 동전주가 된 기업에 대해서는 실적 등을 감안해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벤처기업협회도 내년 1월 예정된 코스닥 시가총액 300억원 기준 적용을 최소 1년 유예하고 재무상황과 기술력, 성장성을 함께 살펴보는 보완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더불어 중소기업 업계는 현행 시가총액 200억원 기준에 대해서도 시장 상황을 감안한 적용 유예를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해외 주요 시장과 비교해도 국내 동전주 회복 요건이 상대적으로 엄격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나스닥은 계속상장 요건상 최저 매수호가를 주당 1달러로 두고 있다. 30거래일 연속 1달러를 밑돌면 거래소가 회사에 이를 통지하지만 원칙적으로 이후 180일의 개선기간을 부여한다.또한 일반적으로 이 기간 중 최소 10거래일 연속 1달러 이상을 유지하면 기준을 다시 충족한 것으로 인정한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의 계속상장 기준에는 국내와 같은 주당 가격 자체를 기준으로 한 별도의 저가주 퇴출 요건이 없다. 주주 수와 유통주식 수·시가총액, 거래대금·거래량, 순자산 등을 중심으로 상장 유지 여부를 판단하며 계속상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에는 원칙적으로 1년의 개선기간을 두고 있다.
단 금융당국 측은 앞으로도 부실기업 정리라는 큰 방향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2일 진행된 행사에서 "부실기업이 솎아지지 않아 코스닥 시장 전체의 신뢰가 훼손된 측면이 있다"며 "새로운 기업에 기회를 주고 장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역동적인 진입·퇴출 시장 조성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단 최근 시장 급변과 업계 부담을 고려해 내년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을 300억원으로 상향하는 일정에는 "추가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주식병합 등 탈출구 찾기 시작···"추가 유예보단 보완장치 필요"
한국거래소 측도 향후 90일간의 유예기간 동안 주식병합 등을 통해 기준 미달을 해소할 수 있는 만큼 당장 규제 완화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13곳은 오는 10월까지 주식병합이 예정돼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재무상태와 시가총액은 상장관리 제도에서 서로 다른 요건으로 보고 있고 흑자라는 이유만으로 상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시가총액과 거래량, 유동성, 지배구조 등도 별도의 상장 유지 기준으로 판단한다"며 "시가총액은 현재의 기업가치뿐 아니라 향후 사업 전망과 성장성 등 시장의 종합적인 평가가 반영되는 지표라는 점에서 재무요건과는 다른 취지의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전주 기준은 1000원 미만 종목이 불공정거래 등에 이용되는 사례를 고려해 도입한 것으로, 일부 기업은 주식병합을 통해 기준 미달을 해소할 가능성도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 관리종목의 90거래일 개선기간 연장이나 내년 시가총액 기준 상향 일정 조정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부실기업 퇴출 필요성과 별개로 시가총액이나 주가 하나만으로 기업의 계속상장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에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내년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이 300억원으로 올라가는 부분은 무조건 추가 유예하는 것보다는 제도를 시행하되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계속 유예하면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핵심은 '부실기업은 신속하게 퇴출하되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보호한다'는 원칙"이라며 "시가총액 300억원이라는 단일 기준만 적용하기보다는 매출과 영업현금흐름, 자본잠식, 감사의견, 기술력과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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