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통합' 택한 SK하이닉스, '분리' 택한 삼성전자···성과급이 흔든 노사판

산업 전기·전자 NW리포트

'통합' 택한 SK하이닉스, '분리' 택한 삼성전자···성과급이 흔든 노사판

등록 2026.08.10 15:16

고지혜

  기자

반도체 호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노사관계 지형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기준으로 임금과 성과급을 전사 단위에서 함께 논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사업부와 직군별 실적 차이가 크지 않을 때는 회사 전체의 성과를 하나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노사 모두에게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ai 아이콘 한입뉴스

OpenAI의 기술을 활용해 기사를 한 입 크기로 간결하게 요약합니다.

전체 기사를 읽지 않아도 요약만으로 핵심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 통합노조와 성과급

생산직·기술사무직이 성과급 공통 의제로 통합노조 추진

성과급(PS) 산정·지급방식이 핵심 쟁점

성과급 체계 고정으로 반복 갈등 줄이려는 시도

사측 개편안에 반발, PS 임단협 분리·10년간 재협상 제외 요구

삼성전자: 사업부별 교섭 분리 움직임

반도체(DS)와 완제품(DX) 성과 차이로 교섭 단위 분리 논의 확대

DS 실적 호조에 따라 사업부별 보상 차등 요구 등장

초기업노조는 2027년부터 DS 별도 교섭단위 추진

공동교섭단 체계 약화, 사업부별 차등 보상 논리 강화

정부 변수와 제도 변화

산업통상부, 일정 규모 이상 성과급에 이사회·주주총회 승인 추진 논의

고용노동부, 성과급 교섭 범위 구체화 지침 예고

정부 해석에 따라 사업부별 차등 보상 논리 힘 실릴 가능성

주목해야 할 것

성과급 갈등이 '얼마'가 아니라 '누구의 성과 기준'으로 이동

반도체 호황이 '한 회사, 하나의 보상' 공식 흔들어

향후 업황·사업부별 실적 격차에 따라 노사관계 재편 가능성

하지만 반도체 업황이 급격히 개선되면서 이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특정 사업부가 회사 전체 이익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회사가 얼마나 벌었는가'보다 '내가 속한 조직이 얼마나 벌었는가'를 보상 기준으로 보기 시작했다. 성과의 분화가 보상의 분화를 만들고 보상의 분화가 다시 노조의 이해관계와 교섭 단위까지 바꾸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은 그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SK하이닉스에서는 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이 성과급이라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하나의 조직을 만들려 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에서는 반도체(DS)와 완제품(DX)의 성과 차이를 이유로 교섭 단위를 나누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방향은 정반대지만 출발점은 같다. 성과가 달라지면서 '한 회사의 구성원'이라는 공통분모보다 '내가 어느 조직에 속해 있는가'가 보상과 교섭에서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픽=이찬희 기자(제미나이 활용)그래픽=이찬희 기자(제미나이 활용)

SK하이닉스의 통합노조 추진은 단순한 노조 세력 확대 움직임으로만 보기 어렵다. 오히려 성과급이 기존의 직군별 노사관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공통 의제가 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SK하이닉스의 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은 그동안 서로 다른 노조를 통해 사측과 교섭해왔다. 임금체계와 근무환경이 다른 만큼 직군별 이해관계도 달랐다. 그러나 초과이익분배금(PS)은 다르다. 생산직이든 기술사무직이든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는 동일하게 영향을 받는다.

반도체 호황으로 이익 규모가 커질수록 이 공통 이해관계는 더 커진다. 직군별 업무 차이는 그대로인데 성과급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오히려 가까워지는 역설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번 통합노조가 기존 노조를 합치는 방식이 아니라 별도의 조직으로 추진되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직군별 임금과 근무조건까지 하나로 묶겠다는 것이 아니라 성과급처럼 양쪽의 이해가 일치하는 의제를 중심으로 교섭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통합노조 추진의 핵심 쟁점은 PS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PS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산정액의 80%는 당해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며 이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히 성과급을 많이 주겠다는 합의가 아니었다. 성과급 산정 기준을 장기간 고정해 매년 반복되는 노사 갈등을 줄이려는 성격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 사측이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의무 지급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면서 갈등이 다시 커졌다. 노조 입장에서는 현금과 주식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넘어 지난해 어렵게 만든 성과급 체계를 1년 만에 다시 협상 대상으로 올리는 문제다.

통합노조 추진 세력이 사측의 개편안 철회와 함께 PS를 임단협에서 분리하고 향후 10년간 재협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내건 이유다.

여기에는 또 다른 계산도 깔려 있다. 성과급이 매년 임단협의 주요 의제가 되면 이를 중심으로 직군별 노조가 공동 대응할 유인이 커진다. 반대로 성과급 산정 기준을 장기간 고정하면 노조 입장에서는 매년 성과급을 놓고 교섭력을 행사할 필요가 줄어든다. PS를 둘러싼 갈등은 결국 성과급의 액수뿐 아니라 그 결정권을 누가 갖느냐의 문제인 셈이다.

통합노조의 영향력 역시 조합원 규모에 달렸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 교섭대표노조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노조에서 조합원이 이동해 통합노조가 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할 정도로 세력을 키운다면 지금까지 이어진 직군별 교섭 구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DS·DX 한 테이블 끝내나···삼성 노조 '분리교섭' 승부수


삼성전자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서는 성과급이 직군을 묶는 힘이 아니라 사업부를 가르는 힘으로 작용한다.

삼성전자 노조는 그동안 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 동행노조가 공동교섭단을 꾸려 DS와 DX를 구분하지 않고 사측과 협상해왔다. 회사 전체의 성과를 기준으로 임금과 보상을 조정하는 전사 단위 교섭이었다.

반도체 호황은 이 구조의 약점을 드러냈다.

DS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특별경영성과급까지 신설되면서 사업부별 성과 차이가 보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DS 구성원 입장에서는 반도체 사업이 회사 실적을 끌어올린 만큼 그 성과가 보상에도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반면 DX에서는 같은 회사 안에서 사업부별 보상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데 대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삼성전자에서는 두 가지 보상 원칙이 충돌하고 있다.

"같은 회사이니 함께 보상해야 한다"는 원칙과 "성과가 다르니 다르게 보상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초기업노조가 2027년부터 DS를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이 가운데 후자의 논리를 교섭 구조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분리교섭이 실제 성사되려면 노동위원회가 근로조건과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분리교섭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기존 공동교섭단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은 의미가 크다.

교섭창구 단일화를 통해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하면 형식상 교섭 대상은 삼성전자 전체로 남더라도 실제 협상의 중심을 DS에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DS 적자 사업부의 패널티 개선과 반도체 호황을 반영한 임금 보상이 주요 과제로 제시돼 있다.

공동교섭단이라는 틀이 사라질 경우 사업부별 성과를 근거로 한 차등 보상 요구가 더욱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교섭 단위를 나누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성과에 따른 보상 권한을 더 직접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핵심인 셈이다.

성과급 제도 손대는 정부···삼성·SK 노사 촉각

정부의 성과급 제도 개편 움직임은 이 같은 변화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산업통상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성과급에 이사회나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두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논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성과급을 포함한 교섭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하는 지침을 이달 중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 방안이 현실화하면 성과급 결정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노사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합의하더라도 실제 지급 단계에서 이사회나 주주의 판단을 추가로 거쳐야 한다면, 성과급은 노사만의 협상 영역에서 벗어나게 된다.

삼성전자에는 사업부별 차등 보상에 대한 정부의 해석도 변수다. 고용노동부가 사업부별 경영성과와 이익 기여도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으면서 사업부별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 논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변화가 현실화하면 기업의 성과급 체계는 더 복잡해질 수 있다. 회사는 사업부별 성과를 반영해 인재를 붙잡아야 하지만, 사업부 간 보상 격차가 지나치게 커지면 내부 갈등이 커질 수 있다. 노조 역시 전체 구성원을 하나의 조직으로 묶을지, 성과가 같은 집단끼리 조직을 재편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벌어지는 성과급 갈등은 '얼마를 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의 성과를 기준으로 얼마를 줄 것인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막대한 이익이 오히려 '한 회사'라는 경계를 허물고 있는 것이다. 성과가 같을 때는 하나의 노사관계로 묶일 수 있지만 성과가 달라지면 보상도, 이해관계도, 교섭 단위도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통합과 분리는 이 변화의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향후 반도체 업황에 따라 사업부별 실적 격차가 반복된다면 '한 회사, 하나의 보상, 하나의 교섭'이라는 기존 노사관계의 공식 자체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