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젠 뭘로 버티나···복잡해진 상장사 자금조달 셈법

증권 증권일반 SK디앤디 후폭풍

이젠 뭘로 버티나···복잡해진 상장사 자금조달 셈법

등록 2026.08.07 14:44

노영현

  기자

금감원 정정 요구 늘며 유상증자 잇단 제동상장사 자금조달 위축···발행 규모도 감소세"투자자 보호와 기업 자금조달 균형 필요"

금융감독원 서울본원 전경.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금융감독원 서울본원 전경.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금융당국이 주주가치 제고를 앞세워 유상증자 심사를 대폭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상증자 일정이 연기되거나 조달 규모가 축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신용등급이 낮거나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은 채무상환과 유동성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심사 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업의 정상적인 자금조달 기능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금감원의 정정 요구로 유상증자 기한이 밀리거나 규모가 줄어든 사례는 총 15건으로 집계된다. 대표적으로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 과정에서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두 차례 받아 유상증자 규모를 당초 2조4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줄였다. 에코프로비엠도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 요구로 증권신고서 효력이 정지돼 후속 일정에 영향을 받았다.

유상증자 규모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상증자를 발행한 유상증자 발행 금액은 6조27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5% 감소했다. 시장별로는 코스닥이 3조73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0% 증가한 반면, 유가증권시장(2조4183억원)과 코넥스시장(1145억원)은 각각 55.5%, 43.9% 감소했다.

정부가 주주가치 제고를 앞세워 유상증자 심사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진 모양새다. 회사채와 전환사채(CB), 은행 차입 등 다른 조달 수단도 있지만 기업의 재무구조와 시장 상황에 따라 활용 여건이 달라 유상증자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유상증자는 물론 물적분할 후 재상장까지 엄격하게 바라보는 기조를 이어가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선택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주가치 제고 정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기업의 성장 투자와 자금조달 측면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SK디앤디(SK D&D)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채무상환자금 136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SK디앤디는 지난 6월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BBB-/부정적'으로 강등될 정도로 재무상태가 안 좋았으나, 금감원의 5일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에 제동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재무상태가 열악한 기업의 경우 유상증자가 사실상 불가피한 자금조달 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권 차입이 쉽지 않고 금리 부담도 커질 수 있어 자본확충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우선될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SK디앤디는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사모사채 상환 자금, 군포 트리아츠 지식산업센터 수분양자 중도금 대출 연대보증 이행 등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며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과 유동성 대응력 제고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인해 채무상환이나 사업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신용이 좋은 회사라도 이자가 높은 시기에는 이자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절감 차원에서 유상증자를 택하는 것"이라며 "신용등급이 안 좋은 기업이라면 대출이나 채권 발행 등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금감원은 유상증자 공시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라며 "주가 변동이나 주주가치 변동 우려를 예단해 유상증자를 제동하는 건 자본시장에 많이 개입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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