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명칭 무단 사용·사업 방해"MBK "정당한 주주 활동 탄압"
고려아연과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의 전선이 미국 핵심광물 사업으로 확대됐다. 양측이 74억달러 규모의 미국 통합제련소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을 둘러싸고 법적 공방에 돌입하면서 사업 주도권을 둘러싼 정면 충돌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고려아연은 5일 미국 정부 및 전략적 투자자들과 추진 중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명칭과 표지를 무단 사용했다며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 장세환 영풍문고홀딩스 대표 등을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MBK·영풍 측이 지난 6월 'crucibleTN.com' 도메인을 등록한 데 이어 7월 미국 테네시주에서 프로젝트 크루서블 명칭을 활용한 리셉션을 개최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해당 행사가 마치 MBK·영풍 측이 프로젝트 추진 주체인 것처럼 비칠 수 있어 인허가와 투자 유치 등 사업 추진 업무를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을 추진하는 대규모 통합제련소 사업이다. 미국 정부의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정책에 맞춰 아연·니켈 등 핵심광물과 반도체 소재 등을 생산하는 시설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총 투자 규모는 약 74억달러에 달한다.
고려아연은 MBK·영풍 측이 사업 추진 초기부터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프로젝트 발표 직후 MBK·영풍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자금 조달을 통한 사업 확대를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어 이번에는 프로젝트 명칭을 활용해 사업 주체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프로젝트 추진을 막으려 했던 MBK·영풍이 이제 와서 사업 주체처럼 행세하는 것은 미국 정부와 투자자, 주주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라며 "사업 가치와 추진 주체를 왜곡하는 행위에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풍·MBK는 고려아연 경영진이 최대주주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막고 있다고 반박했다.
영풍·MBK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미국 정부와 지역사회, 투자자 등과 핵심광물 사업에 대해 소통하는 것은 최대주주로서 당연한 활동"이라며 "프로젝트 크루서블 명칭은 고려아연이 독점적 권리를 가진 등록 상표가 아니고 행사 주체도 명확히 밝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에 대해서도 프로젝트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명분으로 한 신주 발행을 통한 우호지분 확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영풍·MBK 측은 "프로젝트 추진과 주주권 보호는 별개의 문제"라며 "최대주주로서 기업가치 제고와 모든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갈등은 단순한 명칭 사용 논란을 넘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 쟁점이 '누가 회사를 지배할 것인가'에서 '누가 미래 성장 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것인가'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미국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과 맞물린 사업이다. 양측 모두 이 사업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는 만큼 향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도 프로젝트 추진 주체와 사업 성과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에서 핵심은 결국 기업가치를 누가 더 높일 수 있느냐는 경쟁"이라며 "미국 핵심광물 사업은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성을 상징하는 사업인 만큼 양측 모두 주도권을 쉽게 내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