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제련소 환경법 위반 및 회계처리 기준 위반국내 중징계와 해외 친환경 이미지 괴리과징금 규모 역대 최대, 충당부채 과소계상
토양·지하수 환경정화 충당부채를 과소계상하는 등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204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영풍이 최근 미국 현지에서는 석포제련소를 '세계적인 친환경 제련소'로 소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 관련 법 위반과 회계 문제로 중징계를 받은 기업이 해외에서는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운 셈이어서 업계 안팎에서는 홍보 내용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영풍에 부과된 204억7410만원의 과징금은 회계 관련 단일 사건 기준 회사에 부과된 과징금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환경 문제는 국회와 주주들 사이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석포제련소가 2014년부터 2025년까지 환경 관련 법령을 총 103차례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영풍의 한 주주 역시 과거 이사회에 제출한 주주제안에서 "2022년까지 약 10년 동안 석포제련소가 환경 관련 법령을 76건 위반해 제재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영풍에게 204억741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전 대표이사 등 임원 4명에게는 총 15억1150만원, 감사인인 대주회계법인에는 10억6800만원의 과징금도 함께 부과됐다.
앞서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영풍이 토양과 지하수 등 환경정화 충당부채를 과소계상하는 등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다며 감사인 지정과 당시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 조치 등을 의결하는 등 중징계를 내렸다.
회계업계에서는 영풍이 토양·지하수 정화 의무에 따른 충당부채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데다 석포제련소 유형자산 손상평가 과정에서도 조업정지에 따른 손익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회계처리 위반을 단순 과실이나 중과실이 아닌 '고의' 수준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영풍은 금융감독원의 지적에 대해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 과정에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추정의 영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충당부채는 기업이 과거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비용을 미리 부채로 인식하는 회계항목이다. 환경정화비용을 충당부채로 반영하면 당기비용이 늘고 이익과 순자산은 감소한다. 반대로 이를 과소계상하면 비용과 부채가 실제보다 적게 반영되고, 이익과 순자산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 재무상태가 양호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회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증권선물위원회 조사 결과 영풍의 환경정화 관련 충당부채 과소계상 규모는 2021년 약 1427억원, 2022년 약 1427억원, 2023년 약 2332억원, 2024년 약 2331억원에 달했다. 과소계상 대상에는 제련소 주변 지역과 임야의 오염토양, 공장 건축물 하부 오염토양 및 지하수 정화 의무 등이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환경정화 비용 외에도 자산 손상평가 과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영풍이 2023년 석포제련소 유형자산 손상 여부를 평가하면서 조업정지에 따른 손익 영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미래현금흐름을 적용해 손상차손을 과소계상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업계 일각에서는 조업정지로 인한 매출 감소와 비용 증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현금흐름을 토대로 자산가치를 높게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석포제련소는 과거 중금속이 포함된 폐수를 무단 배출하고 무허가 배관을 설치한 사실이 적발돼 경상북도로부터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영풍은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2024년 10월 대법원이 조업정지 처분이 적법하다고 최종 판단했고, 이에 따라 올해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58일간 조업을 중단했다.
국회에서도 환경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석포제련소의 환경 관련 법 위반 사례가 100건을 넘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풍은 미국에서 석포제련소를 '세계적인 친환경 제련소'라고 소개해 논란을 키웠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에서 '프로젝트 크루서블 지원 리셉션'을 개최했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추진하는 미국 통합 제련소 건설 사업이다. 영풍과 MBK는 그동안 해당 사업의 유상증자 방식 등에 반대하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이날 행사에서 장세환 영풍이앤이 부회장은 자신을 영풍그룹 부회장으로 소개하며 "영풍은 2019년부터 다양한 환경개선 사업과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고, 그 결과 석포제련소는 세계적인 친환경 제련소로 변모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참석자들은 전했다.
또 석포제련소가 무방류 시스템을 통해 친환경·자원순환형 제련소로 전환됐다며 해당 기술과 노하우를 미국 클락스빌 아연제련소에도 적용하는 데 협력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가 개최한 리셉션과 관련해 고려아연 및 현 경영진과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영풍 석포제련소의 공정과 시스템은 프로젝트 크루서블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장 부회장이 리셉션에서 미국 제련소를 아연과 납을 생산하는 시설이라고 설명한 점도 논란이 됐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아연과 납뿐 아니라 구리, 금, 은,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게르마늄, 갈륨 등 총 13종의 핵심광물을 생산하는 복합 제련소로 추진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영풍과 고려아연의 기술력 차이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사실상 아연과 제련 부산물인 황산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고려아연은 하나의 제련소에서 다양한 비철금속과 핵심광물을 동시에 생산하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핵심은 미국 내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과 다품종 제련 기술"이라며 "현재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영풍이 해당 프로젝트를 주도할 만한 역량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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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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