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지난해 12월 우협 선정, 본계약 체결 장기화SK실트론 전략적 가치 상승···매각 재검토 가능성자체 현금 조달·인수금융 확보에도 불확실성 확대
두산의 반도체 사업 확장 전략이 예상치 못한 변수에 직면했다. SK그룹이 SK실트론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아서다. 두산은 자회사 지분 매각과 한국산업은행 금융지원까지 약속받아 자금을 마련해 놓고도 사실상 SK의 최종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SK그룹과 SK실트론 매각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본계약 체결 등에 대한 논의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두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SK 보유 지분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지분을 포함한 경영권 매각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주식매매계약(SPA)은 체결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5월 말 본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달 SK그룹 임시 이사회가 취소되고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거래 성사 여부를 둘러싼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두산이 SK실트론 인수에 공들이는 배경에는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이 있다.
두산은 지난 2022년 시스템반도체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를 인수한 데 이어 이미지센서 후공정 기업 엔지온을 품었고, 전자BG 사업부를 통해 반도체용 동박적층판(CCL)과 패키지 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지분 투자한 팹리스 플랫폼 기업 세미파이브까지 더하면서 설계·소재·후공정 영역 전반으로 반도체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SK실트론은 이 같은 반도체 사업 확장의 '마지막 퍼즐'로 평가되고 있다. SK실트론이 반도체 생산의 출발점인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글로벌 상위권 기업인 만큼, 인수가 성사되면 두산은 웨이퍼와 소재, 테스트를 아우르는 반도체 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될 전망이다.
다만 거래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향후 투자 계획과 자금 조달 일정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 보는 SK실트론의 기업가치는 5조원 수준으로, 반도체 사업 전략의 핵심으로 여겨진 대형 인수합병(M&A)의 향방이 좀처럼 구체화되지 않으면서, 향후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두산의 반도체 전략에 SK실트론 인수를 전제로 봤던 만큼, 협상 장기화 자체가 두산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두산은 SK실트론 인수를 위한 자금을 마련해온 바 있다. 두산로보틱스 지분 유동화와 두산로보틱스·두산에너빌리티 지분 담보대출 등을 통해 인수자금 조달 기반을 마련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체 조달 현금만으로는 인수 자금이 부족해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약 2조5000억원의 인수금융 지원까지 약속받아 놓은 상태다.
최근 SK실트론의 기업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성장과 함께 웨이퍼 공급망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SK실트론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SK 내부에서 SK실트론을 단순 매각 대상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그룹은 비핵심 자산을 정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리밸런싱 전략을 추진해왔으나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시장 호황의 수혜를 누리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웨이퍼 공급사로서 SK실트론이 그룹 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 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SK가 기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거나 매각 자체를 재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매각 검토 시점과 현재의 SK실트론의 전략적 가치와 반도체 업황이 달라진 상황에서 서둘러 매각할 이유가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두산 입장에서는 SK실트론을 대체할 만한 매물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웨이퍼 산업은 기술 장벽이 높고 고객사 인증 절차로 인해 신규 진입이 쉽지 않은 분야로 꼽힌다. 글로벌 상위권 웨이퍼 업체가 매물로 나오는 경우도 드물다.
업계에서는 SK실트론이 두산 반도체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되는 만큼 협상 장기화 자체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은 최근 공시를 통해 "SK로부터 SK실트론 인수와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음을 통보받은 바 있다"며 "현재 본건 인수에 대한 검토 및 당사자 간 협의를 진행 중이나, 현재까지 본 계약 체결 등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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