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국산차 천하 흔든 모델 Y···왜 테슬라인가

산업 자동차

국산차 천하 흔든 모델 Y···왜 테슬라인가

등록 2026.06.04 17:23

권지용

  기자

수입 전기차 최초로 국산차 제치고 정점 기록중국 생산과 LFP 배터리로 가격경쟁력 확보FSD·OTA 등 소프트웨어 경험이 인기 이끌어

테슬라 모델 Y. 테슬라테슬라 모델 Y. 테슬라

테슬라 모델Y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오랜 공식을 깨뜨렸다. 수입차가 국산차를 제치고 월간 판매 1위에 오른 것은 1987년 국내 수입차 시장 개방 이후 처음이다.

4일 업계는 이번 결과를 단순한 판매 순위 변동이 아니라 소비자의 차량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배경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 Y를 국내에 들여오며 가격 장벽을 크게 낮췄다.

특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적용한 후륜구동(RWD) 모델은 전기차 보조금까지 반영하면 실구매 가격이 4000만원대 후반까지 내려간다. 과거 수입 전기차가 7000만~8000만원대 고가 시장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지만 가격은 국산 전기차와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내려오는 데는 중국산 모델 Y의 역할이 컸다"며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선택지로 검토할 만한 가격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가진 브랜드 이미지도 강력한 무기다. 모델 Y는 차급만 놓고 보면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과 경쟁하는 대중 브랜드에 가깝다. 하지만 소비자 인식은 다르다는 분석이다. 독특한 외형 디자인과 함께 물리 버튼을 최소화한 미래 지향적 실내, 여기에 완전자율주행(FSD) 기능과 지속적인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한 차급 향상 등을 앞세우며 '가장 앞선 전기차'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현대차 전기차에 5000만~6000만원을 지불하는 것보다 테슬라에 같은 금액을 지불하는 데 심리적 저항이 덜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첨단 기술 제품을 구매한다는 인식이 작용하는 덕분에 전자기기 얼리어답터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실제 등록 데이터에서도 테슬라의 젊은층 흡인력이 확인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5월 모델Y 개인 자가용 신규 등록 2만6381대 가운데 2030 구매가 1만2631대로 47.9%에 달한다. 40대(9848대)까지 더할 경우 2만2479대로 85.2%에 달한다.

제품군 확대 역시 판매 증가 배경으로 꼽힌다. 테슬라는 후륜구동(RWD) 모델을 기본으로, 성능을 높인 사륜구동 AWD 롱레인지 등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다인 가구를 공략한 롱 바디 '모델 Y L'까지 선보이며 수요층 확대에 나섰다.

특히 업계에서는 주행거리와 성능을 모두 갖춘 AWD 롱레인지 모델에 대한 대기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급형 모델로 소비자를 끌어들인 뒤 상위 트림 수요까지 흡수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판매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주력 차종 판매가 일제히 둔화됐다. 국내 판매 1위를 다투던 쏘렌토와 그랜저는 과거 월 1만대 안팎을 기록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신차 효과가 대부분 소멸한 데다 SUV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으로 수요가 분산되면서 특정 차종에 판매가 집중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대차와 기아는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EV3, EV5 등을 판매하고 있지만, 소비자 관심이 여러 모델로 분산돼 있다. 반면 테슬라는 사실상 모델 Y 한 차종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 경쟁력 격차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을 앞세워 첨단 이미지를 구축한 반면 현대차·기아는 주행보조 시스템인 HDA(고속도로 주행보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량 구매 시 성능이나 가격 못지않게 소프트웨어 경험을 중시하는 2030 소비자층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차이가 브랜드 선호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차세대 차량용 운영체제(OS) '플레오스 커넥트'를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실제 차량 적용과 서비스 생태계 구축은 이제 시작 단계다.

업계에서는 모델 Y 판매 1위에 대해 단순한 일시적 현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한다. 과거 내연기관 시대에는 상품성과 브랜드 신뢰도가 판매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 경쟁력과 자율주행 기술, 충전 인프라 등 차량 사용 경험 전반이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그랜저와 쏘렌토가 국내 판매 1위를 차지하는 것이 당연한 공식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이 브랜드보다 기술 경험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모델 Y의 1위 등극은 국내 자동차 시장 경쟁 구도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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