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전자 '5·20 합의'···원칙의 균열인가, 생생의 결단인가

산업 재계

삼성전자 '5·20 합의'···원칙의 균열인가, 생생의 결단인가

등록 2026.05.21 11:10

신지훈

  기자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삼성 원칙 시험대 재계 "향후 대기업 노사 협상 선례 남겨"내부 '성과급, 조직 기여' 논쟁 지속 전망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타결된 삼성전자 노사의 '5·20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둘러싼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국가 경제를 흔들 수 있는 초대형 파업을 막아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봉합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삼성 특유의 성과주의 경영 원칙에 균열이 생겼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ai 아이콘 한입뉴스

OpenAI의 기술을 활용해 기사를 한 입 크기로 간결하게 요약합니다.

전체 기사를 읽지 않아도 요약만으로 핵심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Quick Point!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

초대형 파업과 국가 경제 충격을 막았다는 평가와 함께, 삼성의 성과주의 원칙에 변화가 생겼다는 우려도 제기

합의안 주요 내용

반도체(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제도 신설

DS 부문 특별성과급은 사업성과 기준 10.5% 수준으로 상한 없이 지급

재원 40%는 DS 전체 조직에, 60%는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차등 배분

적자 사업부 성과급 페널티 1년 유예, 2027년부터 차등 적용 예정

맥락 읽기

삼성의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원칙에 예외가 생겼다는 지적

적자 사업부 직원도 동일 성과급 체계 적용, 향후 노조 요구 확산 가능성

삼성 사례가 국내 대기업 노사 협상 기준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음

정부와 사회 반응

정부가 협상 중재에 적극 개입, 총파업 시 경제 손실 우려 표명

정치권과 노동계는 상생 모델로 평가

성과급 일부 자사주 지급 및 장기 보유 구조 도입에 긍정적 시각

향후 전망

삼성 사례가 대기업 임단협의 비교 기준으로 활용될 가능성

성과주의와 집단적 보상 요구의 충돌이 잠재적 갈등 요인으로 남음

내부 실적 편차와 노조 요구가 반복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음

특히 적자를 기록한 사업부에도 성과급 지급 페널티를 1년 유예하기로 하면서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한다'는 삼성의 기존 원칙이 흔들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례가 향후 국내 대기업 노사 협상의 새로운 기준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오후 경기 수원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노조가 예고했던 총파업을 불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반도체(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제도 신설과 적자 사업부에 대한 차등 지급 유예다. 노사는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사업성과 기준 10.5% 수준으로 정하고, 상한 없이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재원 가운데 40%는 DS 전체 조직에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60%는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차등 배분하는 구조다.

문제는 적자 사업부에 대한 페널티 적용을 올해는 유예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적자를 기록한 사업부 직원들도 사실상 동일한 성과급 체계 안에서 보상을 받게 된다. 차등 지급은 2027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적지 않은 파장이 감지된다. 그동안 삼성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한다'는 성과주의 문화를 핵심 경영 원칙으로 유지해 왔다. 실제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성과급 규모를 크게 차등화해왔고, 적자 사업부에는 성과급을 제한하는 방식도 이어져 왔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하지만 이번 합의를 계기로 '적자를 내더라도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실적 부진한 사업부에서도 노조가 형평성과 조직 기여도를 근거로 유사한 요구를 반복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서도 성과주의 원칙이 가장 강한 회사로 평가받아 왔다"며 "이번 합의는 총파업과 국가경제 부담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나온 결정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존 원칙에 예외를 인정한 사례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번에는 반도체 공급망과 국가경제 타격 우려가 워낙 컸기 때문에 정부까지 적극 개입했지만 앞으로 다른 대기업 노사 협상에서도 '삼성도 했는데 왜 우리는 안 되느냐'는 논리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재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향후 대기업 임단협의 비교 기준처럼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협상 과정에서는 정부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총파업 시 최대 100조원대 경제 손실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연이어 공개 메시지를 내며 중재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고, 김 총리는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후 김영훈 장관이 노사 사이에서 막판 중재를 이어가며 극적 합의가 이뤄졌다.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이번 합의를 '상생 모델'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고 장기 보유 구조를 도입한 점에 대해선 회사 성장과 구성원 이해관계를 연결한 방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큰 기업에서 노사 충돌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대화로 해결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며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재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가 향후 국내 대기업 노사 협상의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의 사례가 삼성전자 노사 협상에 영향을 준 것처럼 이번 삼성전자 사례도 향후 국내 대기업 전반의 노사 협상에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에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앞으로 다른 대기업 노사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파국적인 상황으로 가지 않고 잠정 합의가 도출된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향후 협상 과정에서는 한국 특유의 관행보다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글로벌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입장문을 통해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이번 합의는 삼성전자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것인 만큼, 노동계가 이를 일반화해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삼성이라는 상징성이 크다는 점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사실상 원칙 일부를 수정하며 노사 타협에 나선 만큼 향후 대기업 노조들이 협상 과정에서 이를 기준 사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전자 사례는 단순히 한 기업의 임단협 타결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성과급 체계와 사업부별 차등 보상 문제는 앞으로 다른 기업에서도 중요한 협상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 내부에서도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 특별경영성과급 제도 유효기간이 최소 영업이익 기준 충족을 조건으로 10년으로 설정됐지만, 실제 사업부별 실적 편차가 커질 경우 동일한 논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내부 한 관계자는 "성과주의와 조직 통합 논리가 충돌하는 지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메모리 업황 회복에도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적자 사업부까지 동일 보상을 해야 하느냐'는 내부 불만과 '조직 전체 기여도를 반영해야 한다'는 노조 논리가 계속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일단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삼성 특유의 성과주의 원칙과 집단적 보상 요구 사이의 충돌이 앞으로도 잠재적 뇌관으로 남게 됐다는 점에서 후폭풍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