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율주행 격차 못 좁히면 미래 없어"···현대차의 '필살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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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격차 못 좁히면 미래 없어"···현대차의 '필살기'가 절실하다

등록 2026.05.11 05:59

권지용

,  

황예인

  기자

글로벌 판매량 유지에도 전기차 거점 시장서 점유율 후퇴 양상자율주행 계열사 간 데이터 체계 분리··· 시너지 실종 투자 지적"지금 성과, 경쟁력 담보하지 않아"··· 기술 확보에 운명 걸렸다

편집자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제조업의 틀을 벗고 급격한 기술 경쟁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전기차 전환을 기점으로 로봇,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산업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면서 완성차 기업의 경쟁력 기준 자체가 재정의되는 양상이다. 과거에는 생산 효율과 품질, 브랜드 가치가 승부를 갈랐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알고리즘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제조업을 넘어 기술 회사로 진화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글로벌 판매 3위, 사상 최대 수익. 외형과 실적만 놓고 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전성기에 가깝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이 흔들리고, 자율주행 등 핵심 기술 경쟁에서는 선두주자와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외형 성장과 기술 경쟁력 사이의 간극이 커지는 가운데, 현대차가 '진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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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판매 3위 및 사상 최대 수익 달성

외형 성장과 수익성 모두 기록적 성과

그러나 기술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에서 경고 신호 감지

숫자 읽기

2025년 글로벌 판매량 727만대, 매출 300조원, 영업이익 20조원 돌파

고수익 트림 판매 비중 68.5%로 경쟁사 압도

폭스바겐 등 기존 강자들 수익성 역전

현재 상황은

미국 제외 주요 시장 점유율 하락세

인도, 중국, 유럽, 브라질 등에서 판매는 증가 또는 정체, 점유율은 하락

전기차 전환 및 현지 경쟁 심화로 입지 약화

맥락 읽기

기존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중심 구조에 안주 시 장기적 위기 가능성

자율주행 등 미래차 핵심 기술에서 테슬라·중국 기업과 격차 확대

데이터·소프트웨어 통합 역량 미흡, 외부 기술 의존도 증가

향후 전망

투자와 조직 갖췄으나 기술 내재화·데이터 축적이 관건

단기 실적에 안주할 경우 미래 경쟁력 약화 우려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 확보가 중장기 생존 좌우할 전망

글로벌 3위 올라섰지만 점유율은 후퇴···현대차, 성장의 역설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 이후 가파른 외형 성장을 이어왔다. 그룹의 글로벌 판매량은 2020년 635만대, 2021년 666만대에서 2022년 684만대까지 증가했고, 그 해 르노, GM 등 경쟁사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완성차 판매 순위 3위에 올라섰다.

이후에도 성장세는 가팔랐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정상화와 대기 수요 해소 영향으로 2023년 판매량은 730만대까지 뛰었다. 2024년 판매량은 723만대로 소폭 감소했지만, 2023년 높은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후 2025년에는 727만대를 기록하며 다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판매량으로는 글로벌 세계 3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내실 면에서는 폭스바겐그룹을 추월하는 질적 도약을 이뤄냈다. 2025년 그룹 합산 매출 300조3954억원, 영업이익 20조5460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규모가 1.8배에 달하는 폭스바겐(영업이익 약 15조3000억원)을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러한 수익성 역전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제네시스 중심의 고부가가치 믹스 개선이 주효했다. 현대차·기아 고수익 트림 판매 비중은 68.5%에 달해 GM(65.1%), 토요타(63.0%), 폭스바겐(55.1%) 등 글로벌 경쟁사를 압도하는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다만 외형 성장 이면에서는 경고 신호도 감지된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까닭이다. 인도자동차제조업협회(SIAM)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판매량이 85만2164대로 전년(85만433대)보다 소폭 늘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19.68%에서 18.67%로 약 1%p 하락했다. 올해 1분기에도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16만6578대, 15만3550대를 판매하며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점유율은 12.5%, 6.3%로 전년 대비 낮아졌다.

중국 시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양사의 지난해 중국 시장 판매량은 20만9250대로 전년(20만3012대)보다 3%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체 시장 규모가 2400만대를 넘어서는 등 빠르게 확대되면서 점유율은 0.9%에서 0.87%로 오히려 하락했다. BYD 등 현지 전기차 업체의 가격 공세와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현대차·기아가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과 브라질에서는 판매와 점유율이 동시에 둔화됐다. 지난해 유럽 판매량은 104만2509대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고, 점유율 역시 8.2%에서 7.8%로 하락했다. 브라질 내수 시장은 248만대에서 254만대로 커졌지만, 현대차·기아 판매량은 20만8834대에서 20만7322대로 줄었다. 특히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빠른 시장일수록 경쟁 심화로 입지가 약화되는 모습이다.

자동차 대전환기···테슬라 독주 속 현대차는 '출발선'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로 단기적인 수익을 유지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시장 지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까닭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IT 기업들까지 자동차 산업에 본격 진입하면서 경쟁의 범위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합 경쟁이 본격화된 셈이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일제히 미래 모빌리티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전환을 중심으로 제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한편,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센서와 제어 시스템, 통합 플랫폼 개발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 이후 물류·서비스 로봇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도심항공교통(UAM) 등 차세대 이동수단 분야에서도 선제적 투자에 나선 상태다. 단순히 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벗어나 이동 경험 전반을 설계하는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환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는 속도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사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분야는 격차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영역으로 꼽힌다. 현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는 '엔드투엔드(E2E)' 방식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기반으로 빠르게 기술 우위를 확대하고 있다.

E2E 자율주행은 카메라와 각종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하나의 인공지능 모델이 통합 처리해 인식·판단·제어를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다. 기존처럼 차선 인식, 객체 탐지, 경로 계획 등을 개별 모듈로 나눠 개발하는 방식과 달리, 하나의 신경망이 전체 주행 과정을 학습한다. 이 방식의 강점은 명확하다. 복잡한 도로 환경에서도 인간 운전자와 유사한 직관적 판단이 가능하고, 주행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개선된다. 차량이 많을수록, 그리고 더 오래 달릴수록 시스템이 스스로 진화하는 구조다.

테슬라는 이미 글로벌 수백만 대 차량에서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같은 E2E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단순한 기능 단위 개선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전체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학습형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아직 이 같은 데이터 규모와 통합 소프트웨어 역량 측면에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일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능에서는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완전한 E2E 기반 자율주행으로의 전환은 이제 막 방향을 잡아가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술을 담당하는 계열사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모셔널은 라이다 기반 로보택시 서비스, 포티투닷은 카메라 중심 양산차 소프트웨어 개발에 각각 집중하면서 기술 아키텍처와 데이터 체계가 분리돼 있다. 이로 인해 자율주행 핵심 경쟁력인 데이터 축적과 알고리즘 고도화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되지 못하고, 개발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형 커졌지만···기술 격차로 커지는 '경고음'


그래픽=홍연택 기자(제미나이 활용)그래픽=홍연택 기자(제미나이 활용)

"테슬라와 기술 격차 인정한다."

정의선 회장의 이 한마디는 현대차그룹이 마주한 냉정한 현실을 압축한다. 이미 테슬라와의 자율주행 기술 격차는 3~5년 정도 벌어졌고, 그 간극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운명을 가를 분기점에 들어섰고, 미래 경쟁력을 향한 경고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글로벌 판매 확대와 공격적인 미래 기술 투자에 대해서 높은 평가를 받지만,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여전히 신뢰도가 낮다는 인식이 적잖다. 수년간의 기술 개발에도 뚜렷한 성과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경쟁 구도의 후발주자에 머물러 있다고 입을 모은다.

테슬라 외 중국 기업과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중국 완성차 기업 바이두의 자율주행 플랫폼인 '아폴로'는 레벨4 누적 운행 거리만 2억4000만km이 넘을 정도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했다. 그에 비해 현대차는 이제 막 레벨2+ 자율주행 기술을 제네시스 등 양산차에 적용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중국이 선제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대규모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데이터를 빠르게 축적해오는 동안 현대차는 보수적인 접근법으로 경쟁에서 한발 뒤처지고 있다.

맘이 급해진 현대차는 글로벌 선두주자들을 추격하기 위해 '외부 기술'에 기대기로 했다. 엔비디아가 오픈 소스로 공개한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현대차의 자체 AI인 '아트리아'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면서, 검증된 외부 기술을 통해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부 기술을 빌려 사용하는 방식만으로 기술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데이터 학습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외부 플랫폼 의존이 고착화될 경우, '하청 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강력한 '한방'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조직과 투자는 갖춰졌지만, 실제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수준의 완성도와 속도를 입증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지금의 성과는 과거 전략의 결과일 뿐,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지 않는다"며 "기술 패러다임 전환기에 선제적으로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경쟁 구도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기술 중심 경쟁 체제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투자 확대를 넘어 데이터 확보와 소프트웨어 통합 역량을 끌어올리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과거 자동차 산업 재편 과정에서 적시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밀려났던 사례를 감안하면, 현재의 실적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자율주행을 비롯한 미래차 핵심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내재화하느냐가 현대차의 중장기 생존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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