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막힌 서민들 카드론 의존 심화중금리 대출 확대 요구에 카드사 부담 가중불법 금융 유입 방지 위한 정책 필요

최근 금융당국이 카드사 가계대출 증가율을 1~1.5%로 제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가계대출의 핵심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공급을 사실상 이전보다 조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당장 급전이 필요한 이들의 숨통이 더 조여지는 건 예견된 시나리오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카드론은 고물가·고금리로 생활고를 겪는 서민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이용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올 들어 카드론 잔액이 3개월 연속 증가하며 약 43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배경에도 이 같은 사정이 자리 잡고 있다.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밀려난 중·저신용자들이 카드론으로 향하면서 잔액이 가파르게 불어난 것이다.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가계대출 증가율에 1%대라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제한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그간 카드사의 경우 카드론을 포함한 가계대출 전체 총량을 관리해 왔을 뿐이다. 이는 서민 금융의 특수성을 인정해 유연하게 대처하던 기존의 관리 방식에서 급격히 선회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체적으로 1.5% 이내에서 묶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여전업권에도 동일한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카드론의 경우 특수성을 고려해 단순 수치 규제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는다. 당장 생계비가 급한 이들에게는 대안 없는 규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엇박자' 요구에 카드사들도 난감한 건 마찬가지다. 당국은 대출 증가율을 억제하면서도 중·저신용 차주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 확대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 중금리 대출은 곧 카드론이다. 대출은 조이되 공급은 늘리라는 모순된 정책 요구에 업계의 고심만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상 자금 공급을 별도로 마련하는 정책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카드사가 중금리 대출을 취급할 때 취급액의 80%만 가계대출 총량에 반영하는 비중을 추가로 낮추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단순히 대출을 제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 같은 완화 방안도 신속히 마련해 현장의 혼선을 줄여야 한다.
올해 가계대출 제한 기조가 이대로 이어질 경우 한계에 내몰린 수요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지난해 불법 사금융 신고 건수는 1만7538건으로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불법 사금융 원스톱 종합지원 체계를 운영 중이지만 이는 실질적인 예방보다는 피해 발생 후의 수습에 치우친 사후 처방에 가깝다.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서민들이 벼랑 끝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사전 정책이 우선 돼야 한다.
뉴스웨이 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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